등록 : 2005.06.16 19:27
수정 : 2006.04.15 21:42
태아 성감별 의사 면허중지 등 낙태 금지 대책
중국 서부대개발의 중심지인 충칭 직할시가 태아 성감별과 낙태를 금지하고, 위반자를 엄벌에 처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인구 3300만명의 충칭시가 2003년 11월 벌인 인구표본조사에서 일부 농촌 현과 소수민족 자치현의 신생아 성 비율이 170:100이라는 경악할 만한 결과가 나온 게 이번 조처의 배경이다.
충칭시 인민대표회의에서 15일 통과돼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될 ‘인구와 가족계획 수정조례’는 초음파를 통한 성감별 검사시 임산부와 의료기관에 최고 1만위안(13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또 임신 14주 이후 무분별한 낙태를 금지하고, 어기면 시술한 의료기관에 최고 3만위안의 벌금을 부과하고, 시술한 의사의 자격을 박탈한다고 규정했다.
중국의 기형적인 남초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2000년 인구조사에서 중국의 신생아의 남녀 성 비율이 120:100이었다. 세계적인 평균인 106:100을 훨씬 웃돈다. 2020년이면 충칭의 젊은 남자 중 100만명이 결혼할 수 없고, 전국적으로 3000만명의 남자들이 배우자를 찾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월 중국 인구·가족계획공작회의에서 국무원 국가가족계획위원회 장웨이칭 주임은 “형법을 고쳐서라도 신생아 성 비율의 불균형을 야기하는 인위적인 요인들을 없애나갈 것”이라며 강경 대응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후 구이저우성 구이양시가 올 1월부터 임신 14주 이후 낙태를 금지했고, 2월 후난성은 성감별 검사시 벌금형 규정을 시행하는 등 각 성 정부의 조처들이 잇달았다. 충칭시의 조처는 지방정부에서 취한 조처들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충칭 시민들의 냉담한 반응으로 볼 때, 이번 조처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14일 충칭시 시난병원의 산부인과 대기실에서 만난 임신 6개월의 왕환은 “지난 3월 초음파 검사를 받고 사내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병원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정기검진 때 성별을 알려주고, 없더라도 200위안(2만6천원)만 주면 바로 검사해 준다”고 귀띔했다.
낙태를 위해서 남자친구와 함께 다핑병원 산부인과를 찾은 미혼여성 유에주엔은 “사회와 직장에서의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으로 자녀도 하나밖에 낳을 수 없는데 낙태를 금지하면 어떡하란 말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샹위자오는 “산부인과를 찾는 환자의 80~90%가 낙태수술을 받으려는 것”이라며 “젊은이들의 성개방 풍조와 남아선호 사상 때문에 낙태를 근절시키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결혼 못한 남성들의 욕구불만으로 인해 성범죄와 인신매매가 빈발하고 있고, 농촌을 떠난 젊은 남성들이 무작정 도시로 밀려들고 있지만 중국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난사범대학 사회학과 리강 교수는 “기형적인 ‘한 가정 한 자녀’ 정책과 전통적인 남아선호사상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책이 없이는 정부의 조처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모종혁 통신원
jhmo71@chinawest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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