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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19 15:39 수정 : 2008.02.19 15:45

‘식객’의 야크치즈

산사람 위해 문 연 <식객> ‘맞춤 요리’
있을 때만 있고 없을 때는 없는 ‘세상 유일한 것’
내 자존심 뭉겐 유혹…차림표에도 나와 있지 않아

‘식객’의 야크치즈
떠들썩한 곳에는 왠지 가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식객>이 그랬다. 최근까지 영화로 만들어진 만화가 허영만의 작품 <식객>. 몇 년 전 그 이름을 달고 인사동에 맛집이 생겼다. 만화를 좋아하는 이부터 먹을거리 좋아하는 이들까지 문지방이 닳도록 사람들이 들끓었다. 소란스러웠다. 당시 묘한 감정이 솟았다.

모두가 좋아하는 여자는 부러 쳐다보지 않는 감정, 많은 처자가 흠모하는 남자는 내 것으로 만들기 싫은 기분. 그랬다. 비 오는 어느 날, 삐걱 문 열고 들어선 <식객>에서 희한한 요리를 발견하고 그 쓸데없는 자존심을 버렸다. ‘야크치즈.’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치즈가 아니다. 야크치즈는 네팔 등 고산지대에서 사는 동물 야크(yak)에서 만들어지는 치즈이다. 딱딱하고 숙성이 될수록 발효 냄새가 지독하다. 산사람들이 네팔을 등반하면서 많이 먹는다.

굽는 동안 정상 오르는 기다림…사과, 마늘, 고추 곁들여

<식객>은 산을 좋아하는 주인 정용권(46)씨가 허영만 선생의 허락을 받고 만든 산 사람들을 위한 술집이다. 그가 개발한 것이 ‘야크치즈’이다. ‘야크치즈’를 주문하면 야크치즈, 양파, 사과, 청양고추, 마늘이 함께 나온다. 먹는 방법은 이렇다. 양파 위에 야크치즈를 놓고 굽는다. 노릇하게 익으면 접시에 사과, 마늘, 고추를 버무린다. 맛본다. 매운 고추와 마늘이 치즈의 느끼한 맛을 없앤다.

이 집에만 있는 요리다. 이곳에 와야만 먹을 수 있다. ‘세상 유일한 것’에 미치는, 웃기지도 않는 결벽증이 살살 발동하면서 반해 버린 음식이다. 맛은 그저 산처럼 담백하다. 굽는 동안 정상을 오르는 기다림이 식탁을 점령한다. 그 비 오는 날 와인 ‘제이콥스 크릭 리저브 쉬라즈’와 먹었다. 레드와인의 텁텁한 맛이 참기름을 바른 것처럼 치즈의 윤기를 더했다. 한 가지 염려스러운 것은 차림표에도 나와 있지 않은 이 먹을거리가 언제나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산사람들 편으로 들어온다. 그 손길이 끊기면 내어 주려고 해도 힘들단다. 아! 귀하디귀한 치즈여! 서울 인사동 (02)720-7214.


못 다한 이야기
방송국 카메라 출신으로 산 찍다 ‘산+요리’ 버무려

‘식객’의 야크치즈
<식객> 주인장 정용권(46)씨가 산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된 이유는 카메라 때문이다. 한때 그는 방송국의 카메라맨이었다. 눈 날리는 산자락의 감동과 땀 냄새 가득한 동료애를 고스란히 자신의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금세 산에 반했다.

산과 요리!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에 대해 그는 간단히 말한다. “산에서는 요리사가 따로 없다. 산이 주방이고 모든 이가 요리사이다.” 산사람들의 굵은 향기가 전해져온다. 그도 이제는 산악인이다. ‘백대 명산 찾기’운동을 펼치고 있다.

<식객>의 차림표를 보면 전국의 유명하다는 음식이 골고루 있다. 안동간고등어, 홍어삼합, 과메기 등. 만화 <식객>을 재현하려고 했다. 고향의 맛 그대로는 아니지만 노력이 가상하다. 1만원~3만원 사이다.

글·사진 한겨레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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