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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15 23:25 수정 : 2006.06.15 23:25

장정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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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공산정권이 무너진 뒤 러시아 혁명의 지도자였던 레닌의 수난이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 주요 도시에 서 있던 그의 동상은 이미 많이 철거됐다. 최근에는 그의 고향인 울리야놉스크의 모로조프 주지사가 외화벌이를 명분으로 레닌을 소재로 한 관광단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주의 혁명의 주역이 자본주의의 도구로 전락하는 셈이다.

레닌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도 모스크바의 크레믈 성벽에 건립된 레닌묘 존폐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들은 러시아를 파멸로 몰아넣은 레닌의 주검이 크레믈 바로 옆에 안치돼 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924년 사망 직후 영구보존을 위해 특수 방부처리된 그의 주검은 레닌묘에 안치돼 일반에 공개돼 왔다. 영구보존을 결정한 것은 스탈린이었다. 공산주의의 영구불멸을 과시하려는 목적에서였다. 레닌의 부인 크룹스카야 등 유족들은 주검 보존에 반대했다고 한다. 그의 주검은 24년 8월부터 유리상자에 넣어져 생전 모습 그대로 일반에 공개됐다.

공산정권 붕괴 이후인 1990년대 내내 집권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그리스정교 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고 레닌묘 철거를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공산당 등 야당과 공산혁명 구세대의 강력한 반발 때문이었다. 레닌묘 철거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측근들과 달리 푸틴 대통령은 2008년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듯 “많은 러시아 국민이 레닌을 기억하고 있으며, 혼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일단 신중론을 펴고 있다. 아직도 국민의 약 60%가 레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현실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면 푸틴은 옛 공산체제의 마지막 잔재인 레닌묘의 철거를 단행할지도 모른다.

장정수 논설위원 jsj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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