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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26 20:13 수정 : 2006.06.26 20:13

한승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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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전쟁이 일어났을까. 많은 이유와 배경이 있겠지만, 한가지 명백한 사실은 분단됐기 때문이다. 분단되지 않았는데도 한반도에서 그토록 참혹한 대규모 전쟁이 일어났을까. 그런 맥락에서 누가 전쟁을 의도했든 거기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그 전쟁을 ‘통일전쟁’으로 보는 건 자연스럽다.

가령 소련이 애초 구상했던 일본 분할 점령안이 현실화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혼슈 중앙부를 아무런 역사·지리·민족·문화적 근거(정당성·합리성)도 없이, 그리고 해당 지역 주민들의 동의확인절차도 없이, 오직 일본군 무장해제를 위한 연합군 역할분담을 명분으로 싹둑 잘라서(한반도 38도선이 바로 그랬다) 미·소 양군이 사실상 분할통치했다면, 일본인들이 국토와 민족의 동서분단을 군말없이 받아들이고 고마워하며 얌전히 살았을까.

1945년 8월10일 자정 무렵 딘 러스크와 찰스 본스틸이라는 두 명의 미군 대령이 30분 만에 38선 분할을 뚝딱 해치웠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미·소가 한반도 분할지배를 꾀한 것은 42~43년께부터였다. 45년 8월15일의 연합군 최고사령부 일반명령 제1호는 미·소의 한반도 분할점령이 오직 일본군 무장해제를 위한 과도조처였음을 밝히고 있으나, 그 뒤 계속된 그들의 일방적인 점령과 통치(정작 전범국 일본에는 훨씬 더 관대했다)는 아무런 국제법적 근거도 없었다.

미국은 과연 ‘은혜의 나라’인가. 동·서로 나뉜 일본에서 통일전쟁이 일어나고 미·소가 개입해서 수백만명이 죽고 다치는 비극 끝에 애초 분단상태에 가까운 선이 다시 휴전선으로 확정됐다면. 동일본과 서일본은 각기 많은 군대와 엄청난 무기와 식량과 원조자금을 보내주고 전쟁고아들을 데려간 두 나라를 과연 은혜의 나라로 모실까, 영토분단과 민족비극의 원흉으로 저주할까. 그리고 오늘의 경제대국 일본 탄생이 애초에 가능하기나 했을까.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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