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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20 17:40 수정 : 2006.11.20 17:42

신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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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휴대전화 가입자가 40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전체 인구를 약 4800만명으로 잡으면 100명당 83명 정도가 휴대전화를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다. 9살 이하 어린이가 약 550만명이니까, 이제 휴대전화를 쓸 만한 이들은 거의 모두 쓰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의 나라들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것이다. 홍콩은 지난 6월 현재 휴대전화 가입자가 인구 100명당 자그마치 129명에 달했다. 유럽에도 전체 인구보다 휴대전화 가입자가 더 많은 나라들이 꽤 있다. 2004년 통계를 보면 룩셈부르크는 인구 100명당 가입자가 120명이다. 스웨덴(109), 이탈리아(108), 체코(106), 노르웨이(103), 영국(102)도 100명을 넘는다. 유럽의 보급률이 이렇게 높은 건, 국경을 자주 넘나드는 이들이 이웃 나라에서 쓸 수 있는 전화기를 따로 장만하는 것이 주된 이유라고 한다.

휴대전화가 1980년대 초 미국에서 처음 도입된 걸 생각하면, 20여년 동안 휴대전화 보급 속도는 거의 폭발적이라고 할 만하다. 보급 속도 못지않게 휴대전화에 대한 사람들의 집착 또한 비정상적이다. 이는 영국의 휴대전화 판매업체 카폰웨어하우스의 ‘모바일 라이프 리포트 2006’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영국인 1만6500명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 성관계 중에 휴대전화를 완전히 끄거나 진동 상태로 바꾸는 이들은 고작 14%에 불과했다. 또 30%에 가까운 사람은 휴대전화를 꺼놓는 일이 거의 없고, 항상 켜놓는 이들도 8%나 됐다.

한국 상황도 별 차이 없다. 휴대전화가 곁에 없으면 불안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아무 때나 마구 울려대는 무례한 침입자인 휴대전화는 이제 이동의 자유를 부여하는 편리한 도구라기보다 자유를 앗아가는 족쇄가 되어가고 있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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