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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11 17:45 수정 : 2019.08.11 19:25

국제앰네스티는 지난주 “전세계 사람들이 미국 방문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미국 전역을 여행할 경우 비상계획을 세우기를 권고한다”는 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미국에서 높은 수준의 총기 폭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앰네스티는 “군중 속 도처에 총기가 있음을 항상 각별히 유념하라, 문화행사·종교시설·학교·쇼핑몰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라, 술집·나이트클럽·카지노에 갈 때엔 더욱 조심하라”는 구체적 지침까지 내놨다.

국제인권단체가 전쟁이나 자연재해가 아닌 사회적 이유로 ‘선진국’ 여행에 주의를 촉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앰네스티 미국 대표부의 총기 폭력 대응 매니저인 어니스트 커버슨은 “(현재로선) 미국 안에 있는 사람들이 총에 맞지 않으리란 합리적 기대나 보장은 불가능하다”며 “오싹하게도 미국 정부는 총기 폭력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려 하지 않는 게 명백하다”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의 한 월마트에서 총기 난사로 20명이 숨진 사흘 뒤인 지난 6일, 참사 현장 앞에서 시민들이 촛불과 꽃다발을 놓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엘패소/EPA 연합뉴스
현재 세계에서 총기 소유를 합법화한 나라는 35개국으로 파악된다. 이 중 헌법에 민간인의 총기 소유권을 명시한 나라는 미국, 멕시코, 과테말라뿐이다. 지구촌의 민간인 총기 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민간연구기관 ‘소형총기 서베이’의 최신 보고서를 보면, 2018년 현재 세계 전역에는 10억정이 넘는 소형 총기(개인 화기)가 보급돼 있다. 이 중 8억5700만정이 정규 군대나 준군사조직이 아닌 민간인 소유다.

미국에만 초점을 맞춰보면 그 실태는 더 충격적이다. 전세계 민간인 총기 보유량의 절반에 가까운 3억9300만정을 미국인이 갖고 있다. 인구100명당 120정, 세계 인구의 4%가 민간인 총기의 46%를 소지한 셈이다. 이는 러시아 연방군(3030만정), 중국 인민해방군(2750만정), 북한(840만정), 우크라이나(660만정), 미국(450만정), 인도(390만정)을 포함해, 전 세계 정규군의 개인 화기 보유량을 모두 합친 것의 3배와 맞먹는 수치다. 하루가 멀다하고 총기 사건이 나지 않는 게 되레 이상할 정도다. 미국 총기폭력물보관소는 총기 사건 중 희생자가 4명 이상일 경우 ‘총기 난사’로 분류한다. 지난 주말 텍사스주 엘패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30명이 숨진 것을 비롯해 미국에선 올해 들어 지금까지 ‘총기 난사’만 253건이 발생했다.

지난 4일 새벽(현지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총기 난사로 10명이 숨진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일 현지를 방문하려 하자 시민들이 트럼프 정부의 소극적인 총기 규제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데이턴/AP 연합뉴스
그러나 미국의 총기 규제는 건국 이래 200년이 넘도록 난망하다. 애초 광막한 개척지에서 개인을 보호할 유일한 수단이기도 했거니와, 독립선언 15년 뒤인 1791년 제정한 수정헌법 제2조(무기를 보유·휴대할 권리)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전통 때문이다. 미국 최대의 로비 단체 중 하나인 전미총기협회(NRA)는 이 금과옥조의 가장 충직한 시종이다.

자위를 구실로 총기를 보유할 권리, 그리고 뜬금없이 총에 맞아 죽지 않을 권리. 둘 중 어느 것이 더 본질적이고 절박한 권리인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주 미국 시사주간 <네이션>은 ‘이제는 수정헌법 2조를 폐지하고 대체할 시점’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수정헌법의 의미가 너무나 망가진 까닭에, 진정한 총기 규제를 위해 뭔가 시작해야 하는 게 우리의 유일한 선택”이라고 했다. 교훈을 얻는 데 필요한 희생은 이미 충분하고도 넘친다.

조일준 국제뉴스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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