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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0 16:57 수정 : 2019.11.11 02:09

“짐승들조차 쉴 동굴과 보금자리를 가지고 있지만, 나라를 위해 싸우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공기나 햇빛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로마공화정 시대, 대지주의 토지 소유를 제한하는 개혁을 추진하다 죽임을 당한 티베리우스 그라쿠스의 말이다. 그의 동생 가이우스 또한 형을 뒤쫓아 강력한 개혁을 추진했으나 똑같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세계사에는 그라쿠스 형체처럼 당대의 기득권 세력에 맞서 개혁을 추진하다 좌절한 숱한 개혁가들의 극적인 서사가 있다. “신이 아니면 누가 나서겠습니까”라며 농민과 중소상인을 위한 친서민 대책인 신법을 추진하다 좌초한 중국 송대의 왕안석이 있는가 하면, 우리 역사에는 위훈 삭제와 토지개혁에 나섰다가 끝내 사약을 받은 조선의 조광조가 있다. 가까이는 “(빨간펜으로) 그냥 쫙 그어버렸어야 되는데…”라며 복지 확대를 과감히 하지 못한 걸 뒤늦게 후회한 고 노무현 대통령도 있다.

이들의 성취와 좌절의 드라마는 “혁명보다 더 어려운 게 개혁”임을 실감케 한다. 그래서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 가장 성공이 의심스러운 것, 가장 다루기 위험한 것이 새로운 질서를 도입하는 일”이라고 설파했던 게 아닌가 싶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정부로서 개혁정부다. 집권 반환점(9일)을 계기로 보수언론과 야당의 낙제점에서 “이렇게 달라졌습니다”라는 정부의 자기평가 보고서에 이르기까지 여러 성적표가 쏟아졌다. 분명한 것은 “기대치에 미흡하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과 더불어 “성패를 말하기엔 향후 해야 할 엄중한 과제가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혁의 초심”을 다잡고 “지난 2년6개월의 시간이 진정 개혁의 시간이었는지, 포용국가는 과연 누구를 포용했는지”를 철저히 성찰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기실 개혁정부의 운명은 괘종시계에 매달린 시계추와 비슷하다. 개혁과 권력의 시계추를 번갈아 오가며 일정 속도로 태엽을 풀면서 궁극엔 ‘국리민복’의 시곗바늘이 앞으로 나가도록 움직여야 한다. 개혁은 ‘미지근한 개혁의 옹호자들’을 결집해 구질서로부터 이익을 얻는 반개혁 기득권 세력들의 저항과 반대를 제압하거나 극복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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