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13 17:31
수정 : 2019.11.14 02:35
유럽 무대 한국인 최다골(124골)을 기록한 토트넘의 손흥민이 발이 아닌 손으로 팬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손흥민은 7일 세르비아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즈베즈다와 경기에서 멀티골을 넣었는데, 첫 골을 쏜 뒤에 카메라 앞에서 두 손을 모으며 머리를 숙였다. 4일 프리미어리그 에버턴전에서 자신의 백태클로 발목을 다친 안드레 고메스의 쾌유를 기원하는 모습이었다.
손흥민은 10일 안방 런던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셰필드전에서도 영국 언론의 화제에 올랐다. 경기 전 행사에서 살짝 비가 오자 함께 입장한 흑인 꼬마의 머리를 두 손으로 덮어준 것이다. 머리를 위로 들어 활짝 웃는 아이와 손흥민의 미소를 두고 “이처럼 순수한 영혼을 달리 느낄 수 없을 것”이라는 묘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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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의 손흥민이 지난 10일 프리미어리그 셰필드와 경기 전 행사에서 어린이 머리 위로 손을 모아 비를 막아주고 있다. 토트넘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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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존중을 뜻하는 리스펙트(Respect)는 스포츠 무대에서는 일상적인 단어가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반인종주의 페어플레이 주장이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반도핑 운동이 큰 맥락에서 이뤄지는 ‘리스펙트’라면, 상대편 선수를 위하는 ‘파트너 정신’은 그것의 구체적 실천이다. 한국농구연맹(KBL)이 지난해부터 경기 중 심판의 눈을 속이는 페이크 파울 장면을 사후에 비디오로 편집해 벌금을 물리고 공개 망신을 주는 것도 깨끗한 플레이가 리그를 살리고 팬을 확보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스포츠의 본질에 대해서는 대중 마취적 효과가 기존 지배 질서를 공고화한다는 마르크시스트 이론에서부터, 인간의 본능적 폭력성의 출구로 보는 행동 생물학적 관점, 폭력을 통제하면서 흥분의 고조로 진행하는 문명화 과정이나 인내와 절제를 통한 기록 추구의 합리화 시각으로 바라보는 관점 등 다양한 이론이 제시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텔레비전의 막강한 영향력과 최고의 기량을 보기 원하는 대중의 욕망이 상업주의를 매개로 결합해 있다.
모든 게 숫자로 치환돼 질주하는 현대 스포츠에서 손흥민의 행동은 한 박자 쉬어가는 ‘브레이크’가 됐다. 유럽 사람들이라고 손흥민이 두 손을 모은 뜻을 모를 리 없다. 실력에서 정점에 오른 손흥민의 합장은 거칠게 몸을 부닥치는 축구에서 부드러움의 힘을 보여주는 것 같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kimck@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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