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26 16:58
수정 : 2019.11.27 17:46
포퓰리즘이 정치 현상으로 주목받은 것은 19세기 말 미국에서였다. 1892년 창당된 국민당의 다른 이름은 포퓰리스트당이었다. 국민당은 누진과세, 철도·통신 공유화, 농지소유 제한 등 급진 구호를 내걸어 한때 주목받았다. 국민당은 기존 양대 정당이 독점 규제 등에 적극 나서면서 1908년 소멸했다.
포퓰리즘은 1930년대 이후 중남미에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의 후안 페론이 대표적이다. 페론은 임금 인상, 연금 확대 등으로 지지를 받았지만 외국자본 배제, 국유화 등으로 경제가 가라앉았다. 지난달 아르헨티나에선 페론주의 정권이 다시 등장하면서 ‘좌파 포퓰리즘’ 논란이 재연됐다.
포퓰리즘의 최근 무대는 유럽과 미국이었다. 2016년 영국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 탈퇴파가 승리하고,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포퓰리즘은 세계를 흔드는 열쇳말이 됐다. 2017년 프랑스·네덜란드·독일에서 우파 포퓰리즘 정당이 약진했다. 좌파 포퓰리즘도 세를 키웠다. 스페인·그리스에서 좌파 포퓰리즘 정당이 유력 정당으로 떠올랐고, 2016년에 이어 2020년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등 급진 좌파가 세를 얻고 있다.(<포퓰리즘이란 무엇인가>, 미즈시마 지로)
포퓰리즘은 좁게는 정당이나 의회를 우회해 유권자에게 직접 호소하는 정치 수법, 넓게는 국민 편에서 기성 정치나 엘리트를 비판하는 정치 운동으로 볼 수 있다. 샹탈 무페는 <좌파 포퓰리즘을 위하여>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좌우에서 반체제 운동이 활발한 지금을 ‘포퓰리즘 계기’로 규정했다. 특히 환경보호, 성평등 등 새 요구를 묶어 좌파 포퓰리즘을 정립해야 한다고 썼다. 그는 앞으로 정치의 축은 좌·우 포퓰리즘 대결이 될 것으로 봤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두고 아르헨티나·베네수엘라 등의 좌파 포퓰리즘에 빗대는데, 대체로 맥락이 닿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은 중도에 가깝고 기성정당인 만큼 좌파 포퓰리즘과는 거리가 있다. 분배 못지않게 혁신과 성장을 중시한다는 점도 그렇다. 세계가 ‘포퓰리즘 계기’로 들어서는 것이라면 우리도 포퓰리즘의 의미를 제대로 짚고 미래를 위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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