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27 17:45
수정 : 2019.11.28 02:36
전통적인 몽골텐트인 ‘게르’는 유목민들의 이동식 주거시설이다. 성인 2~3명이 설치하는 데 30분, 해체하는 덴 1시간이면 충분하고, 간편하게 낙타나 말, 야크 등에 실어 옮길 수 있어 가축을 몰고 목축지를 찾아 이동하는 유목 생활에 안성맞춤이다. 게르는 오늘날에도 많은 몽골인이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게르는 둥근 벽체와 지붕 등으로 구성된다. 벽체는 나뭇가지를 격자 모양으로 짠 ‘하나’를 엮어 만들며, 지붕은 둥글게 구멍을 낸 ‘투노’를 기둥인 ‘바가나’로 떠받쳐 틀을 잡은 뒤 서까래 격인 ‘우니’로 투노와 하나를 이어 만든다. 이렇게 해서 골격을 갖춘 뒤 그 위에 펠트나 캔버스 천을 여러 겹 둘러치면 게르가 완성된다. 게르의 전통 제작법은 2013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도 등재됐다.
게르는 몽골 초원의 극단적인 기후에 최적화돼 있다. 몽골은 기온이 여름엔 30도까지 치솟고 겨울엔 영하 30도 아래로 곤두박질친다. 겨울이면 게르 중앙에 난로를 설치해 난방하며, 연기는 천장의 투노로 빠져나가도록 설계돼 있다. 또 펠트는 양모 등을 실로 뽑지 않고 그대로 압력을 가해 만든 것이어서, 가장자리가 잘 풀리지 않을뿐더러 보온성도 뛰어나다. 완만히 경사진 지붕은 매서운 바람이 미끄러져 가도록 한다.
게르는 터키어 ‘유르트’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중앙아시아 튀르크계 유목민의 유르트는 게르보다 지붕이 조금 더 높고 경사가 더 급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최근 청와대 앞에서 이른바 ‘몽골텐트’ 논란이 일고 있다. 공수처법과 선거법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기력이 떨어져 추위를 견디기 어렵다”며 대형 텐트를 설치한 것이다. 이는 ‘청와대에서 100m 안에는 시설물을 설치할 수 없다’는 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지만, 황 대표는 당국의 철거 요청을 막무가내로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원내 108석의 거대 야당 대표가 국회법에 따라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을 막겠다며 법까지 어기는 것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여론이 많다. 황 대표가 머물 곳은 이제 청와대 앞 불법 시설물이 아니라 국회가 아닐까.
박병수 논설위원
suh@hani.co.kr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