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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03 18:12 수정 : 2019.12.04 02:37

미국에서 11월 넷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을 가리키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지금처럼 쇼핑 시즌의 대명사가 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869년 미국 금시장을 붕괴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검은 금요일’이나 1929년 대공황의 ‘검은 목요일’처럼 ‘블랙’은 흔히 참사에 가까운 사건이나 날에 붙는 수식어였다.

실제 이 표현이 쇼핑과 관련해 등장한 것도 1950년대 필라델피아주 경찰이 추수감사절 다음날 상점에 몰린 사람들과 교통체증의 아비규환을 묘사하면서였다.(인디애나대 ‘어학 리스트’) 하지만 1980년대 가족들 선물을 마련한다는 ‘밝은’ 이미지가 강조되며, 유통업계가 최대 대목인 성탄 시즌을 맞아 한해 ‘적자’를 털고 ‘흑자’로 돌아선다는 ‘사후 해석’이 붙었다. 대규모 세일 경쟁이 정착된 2000년대 중반 이후엔 쇼핑을 놓친 사람들이 온라인몰에 일제히 몰리는 ‘사이버먼데이’,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광군제’ 같은 이벤트도 파생시켰다.

블랙프라이데이였던 지난달 29일 기후변화 행동을 촉구하는 시위대들은 이날이 상징하는 ‘소비 지상주의’가 기후·생태 재앙과 맞닿아 있다며 규탄시위를 벌였다. 뉴욕 맨해튼에선 빈 쇼핑카트를 끌고다니는 퍼포먼스가 벌어졌고, 프랑스에선 프랑스 남부에 있는 아마존 창고를 봉쇄하는 ‘블록 프라이데이’ 시위가 벌어졌다. 눈에 띄는 현상은 ‘보이콧’ 동참 기업들의 증가다. <허프 포스트>에 따르면, ‘디 오디너리’ 브랜드의 화장품 그룹 데시엠은 블랙프라이데이에 모든 점포와 온라인몰을 닫았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성명에서 이 회사는 “과도한 대량소비는 지구에 있어 최대 위협의 하나”라고 말했다. <비비시>는 ‘금요일을 다시 그린으로’ 캠페인에 참여하는 프랑스 브랜드 200여개가 세일 대신 매출의 10%를 비영리단체에 기부한다고 전했다. 물론 기업들의 ‘윤리적 소비’ 촉구가 또다른 마케팅일 뿐 ‘허구’라는 비판도 있다. 2011년 <뉴욕 타임스>에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블랙프라이데이 광고를 실은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매출이 30% 이상 급증해 논란이 됐다. 윤리적 소비는 가진 자나 할 수 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하지만 설령 마케팅이라 해도, 되돌아볼 기회는 되지 않을까. ‘금요일을 다시 그린으로’를 주도하는 친환경 패션업체 ‘파고’의 공동창업자 니콜라 로르는 말했다. “오늘날 우리는 필요가 아니라 유혹에 의해 구매한다. … 오늘 옷장을 열어 가진 것을 살펴보길, 그러고도 정말 필요한 게 있으면 구매하길.”(파고 인스타그램)

김영희 논설위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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