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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07 21:08 수정 : 2008.09.11 16:37

새출발하는 ‘한국작가회의’ 도종환 신임 사무총장

[한겨레가 만난 사람]
새출발하는 ‘한국작가회의’ 도종환 신임 사무총장

11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한국작가회의 사무실에서는 ‘민족문학작가회의’라는 낡은 이름을 떼어내고 새 간판을 다는 현판식이 열린다. 판화가 이철수씨의 글씨를 새긴 새 간판은 도종환(54) 사무총장이 이끄는 한국작가회의(작가회의)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상징에 해당한다. <접시꽃 당신> <부드러운 직선>과 같은 시집으로 잘 알려진 도종환 시인은 지난달 8일 열린 작가회의 총회에서 임기 2년의 사무총장으로 선출됨으로써 1700여 회원을 거느린 국내의 대표적 문인단체를 이끌어가게 됐다. 도 신임 사무총장을 만나 중책을 맡은 소감과 포부 등을 들어봤다.

‘민족문학작가회의’ 30년 바탕
근본 지키되 쇄신 노력 필요해
권력자본과의 ‘싸움 국면’
“작가들에겐 더 좋은 일”
한국문학 위기 타개 위한
사회적 지원 넓힐 길 찾을 것

-미묘하고 힘든 시기에 중책을 맡았습니다.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회원들이 ‘도종환 사무총장’에게 기대하는 바가 무어라 생각하십니까?

=사실 올해는 개인적으로 창작 계획도 많이 세워 놓았는데 걱정입니다. 시인으로서 작업은 작업대로 해 나가면서 조직 일도 원만하게 해 나가야 할 텐데 능력이 받쳐줄지 모르겠습니다. 명칭 변경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을 거친 끝이기 때문에 회원들은 무엇보다 우선 조직을 추스르고 결집시키는 화합형 리더십을 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단순한 명칭 변경만이 아니라 조직의 새로운 면모를 세우는, 말하자면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만드는 모습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명칭 변경에 반발하는 회원들이 아직 없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분들을 설득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텐데요.

=명칭 변경에 반대하는 분들은 누구보다 우리 조직을 사랑하는 분들입니다. 30년간 지켜 온 민족문학의 가치를 끝까지 버려서는 안 된다는 이들이 당연히 있어야 합니다. 우리 조직은 그분들의 염려와 걱정을 안고 가야 하는 것이죠. 그러나 동시에 75%의 쇄신 요구도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입니다. 명칭 변경에 반대하는 분들도 쇄신의 필요를 부정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법고창신이라는 말처럼 근본을 지키되 나날이 새로워지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검 수사라는 변수가 남아 있긴 하지만, 새 정권 아래서 작가회의의 입지는 지난 10년에 비해 힘들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에 대한 대책과 각오를 말씀해 주십시오.

=정말 오랜만에 개혁·진보 세력이 정권을 차지했었는데 그것을 제대로 유지 및 관리하지 못한 점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문학 쪽에서도 지난 10년간 문학적 긴장도 느슨해지고 일종의 권력화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고 봅니다. 몇몇 동료들이 관직에 진출한 것도 사실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정권이 넘어가면 현실적으로는 힘들어도 오히려 문학적 긴장을 되찾을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중앙 정치권력에서 떨려난 다산이 유배지에서 숱한 업적을 남긴 것을 참고로 삼을 수도 있겠죠. 오히려 문학적 성과는 더 많이 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낙관(?)만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심하면 전두환 시절 민족문학작가회의나 박정희 시절 자유실천문인협의회처럼 다시 ‘거리의 투쟁’이 필요하게 될지도 모르겠는데요.

=지난 70, 80년대에는 잘못된 권력과의 대치와 투쟁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가장 큰 적이 자본주의 질서와 시장만능주의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차기 정부가 아니라 시장만능주의, 신자유주의, 상업주의일 것입니다. 시대와의 싸움이든 작품을 위한 고투든 제대로 된 싸움의 국면을 맞는 게 작가로서는 더 좋은 일일 수도 있다는 뜻으로 새겨 주십시오.

-임기 2년 동안 작가회의를 끌어갈 구체적인 계획과 청사진을 밝혀 주십시오.

=명실상부하게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문인단체로서 한국문학의 갱신과 도약을 위해 애쓸 작정입니다. 독자들에게 문학이 침체된 것처럼 보이고 시장에서도 활력을 잃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들이 새로운 독자, 새로운 고객층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어떤 작가가 로마를 소재로 작품을 쓰려 한다면 우선 전공 학자에 못지않은 지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의 지원도 필요합니다. 작가들로 하여금 최고 수준의 인문학이나 과학, 경제, 역사 등을 공부할 펠로십을 마련해 주었으면 합니다. 다른 서사 장르들에 치이고 외국 소설들에도 밀리는 우리 문학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작가들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기업과 학교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작가회의의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가 남북 문학교류라고 봅니다. 2006년 10월 금강산에서 남과 북의 문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6·15민족문학인협회가 결성되었습니다. 아울러 기관지 <통일문학> 발간과 6·15통일문학상 제정, 그리고 북쪽 작가들의 남쪽 방문 등이 합의된 바 있는데요. <통일문학> 발간에 대해서는 최근 구체적인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나머지 사항들은 그 뒤의 진행 상황이 궁금합니다.

=<통일문학>은 상당히 진척이 되어서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는 책이 나올 예정입니다. 북쪽의 입장은 기관지를 먼저 낸 뒤에 문학상이든 남쪽 방문이든 다음 단계를 논의할 수 있겠다는 겁니다. 따라서 <통일문학>이 나오고 나면 나머지 일들도 좀 더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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