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바둑계 ‘괴물’ 기대주 한상훈 2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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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만난 사람]
프로바둑계 ‘괴물’ 기대주 한상훈 2단
초단으로 세계대회 결승에 올라첫판 내준 이세돌 “탄탄한 실력” 한상훈은 바둑계에서 최대 화제를 몰고다니는 ‘괴물 기사’이다. 2006년 12월 늦깎이 입단을 했지만 내로라하는 선배 프로기사들을 연파해 ‘괴물 초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왕위전 도전자 결정전 진출, 2007한국바둑리그 2장 지명, 제12회 삼성화재배 본선 진출, 2007바둑대상 신예기사상 수상 등 신예돌풍의 중심축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세계최초 초단 세계대회 결승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주 결승전에서는 세계 최강 이세돌 9단과 맞붙어 첫판을 불계승으로 따내 가공할 파괴력을 보여주었다. 비록 경험 부족으로 두판을 내리 져 최단기간, 최저단 세계타이틀 기록은 무산되었으나 이창호-이세돌을 잇는 차세대 선두주자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내보였다. LG배 준우승으로 3단 승단을 눈앞에 둔 ‘괴물’의 행보에 바둑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와 첫 만남은 괴물스러웠다. 지난달 28일 엘지(LG)배 세계기왕전 결승 3번기(3전2선승제) 제3국. 160수 정도부터 “곧 돌을 던질 것”이란 말이 나왔지만 한상훈(20·한국외대 1년)은 그때부터 무려 2시간, 100수 이상을 더 버텼다. 상대는 통산 26개의 타이틀을 따냈고, 현재도 세계대회와 국내대회 타이틀을 각각 4개씩 보유하고 있는 자타공인의 최강 이세돌(25) 9단. 한상훈은 지난해 11월 초단으로 전인미답의 세계대회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이틀 뒤 2단으로 승단되지 않았다면 초유의 초단 대 9단이 세계대회 결승에서 맞붙는 장면이 나올 뻔했다. 이세돌과 결승 첫판에서 280수 만에 백불계승을 따내자 언론들은 “한상훈의 반란” “괴물 초단이 나타났다”며 놀라워했다. 한상훈이 이어진 두 경기에서 내리 지면서 역대 최단기간(14개월)·최저단 세계대회 우승이 무산됐지만 이세돌은 “한상훈이 전체적으로 탄탄하다. 첫 결승이라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을 뿐 일류 기사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예 한상훈을 경기 용인시 기흥구 자택에서 2일 만났다. 두번째 만남이었다. 그는 “괴물이란 별명, 붙여주신 건 고마운 데 어감이 별로…”라는 소년티가 역력한 스무살 청년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가장 큰 대회였으니까 그때 3국에서 이세돌 사범을 꼭 이겨보고 싶었다”고 할 때는 별명만큼이나 당차다.
프로바둑계 ‘괴물’ 기대주 한상훈 2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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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만에 각종 대회서 두각
“올 목표는 첫 타이틀 따는 것” 시작은 남들처럼, 8살 때 바둑을 좋아하는 아버지 한열홍(51)씨 손에 이끌려 기원에 다니면서부터였다. 또래 다른 아이들보다 무섭게 실력이 늘었고, “재능이 있다”는 말에 초등 3년 때 전문기사 훈련을 받는 바둑도장으로 갔다. 그리고 중학교 때 일찌감치 바둑으로 인생의 진로를 정했다. “프로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더 강해지고 싶었거든요.” 한국기원이 마련한 연구생 제도에 이미 중2때 1조에 올랐다. 연구생들은 10조부터 1조(각조 12명)로 나뉘어, 매달 풀리그를 통해 상위 1~4위가 윗조로 올라가고 하위 1~4위는 아래로 떨어지기를 반복하면서 프로 수준인 1조까지 올라간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프로에 입문을 했으니, 꽤나 오랫동안 연구생 신분으로만 남아야 했다. 한상훈은 “그때가 가장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했다. “엘지배 준우승했을 때보다 입단 때가 더 기뻤어요. 프로에 입문 못해서 정말 좋아하는 바둑을 그만둬야 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많았거든요.” 그렇게 프로에 입문한 지 1년2개월여 만에 △2007한국바둑리그 본선 △왕위전 도전자 결정전 진출 △신예연승전 본선 △삼성화재배 본선 △엘지배 준우승 △2007바둑대상 신예기사상 등의 성과를 냈다. 한상훈은 “프로가 못 됐다고 해도 바둑 관련 일을 했을 것”이라며 “바둑이 즐겁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니까 제일 좋다”고 했다. 또 그는 “바둑 두는 순간이 즐겁다. 나만의 그림을 그린다고 할까, 바둑판 위에서 돌들의 변화가 자유롭고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상대의 강함과 약함 잊고 자신을 이기는 대국 꿈 꿔” 한상훈은 바둑을 두텁게 두는 편이다. 그래서 첫 2개 돌도 바둑판에 검은 점이 새겨진 화점에 연이어 두는 ‘양화점’ 포석을 즐긴다. 이렇게 하면 한 곳, 한 곳 실리를 따지기 보다 세력을 다투면서 안정감 있는 경기를 펼칠 수 있다. 그는 “두텁게 두면 집을 만들든, 싸움으로 번지든 모두 대비할 수 있어서 안정감 있게 둔 다음 승부를 펼치는 것을 즐긴다”고 했다.
한상훈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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