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4.07 21:54 수정 : 2008.09.11 16:33

최민희 전 방송위 부위원장

[한겨레가 만난 사람] 최민희 전 방송위 부위원장

2006년 7월,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으로서 20여년 동안 언론시민운동의 맨 앞에 섰던 그는 언론계의 많은 관심과 화제 속에 방송위원회로 첫 출근을 했다. 방송위는 지난 2월29일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이튿날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했다. 그리고 이제 한 달 남짓. 민간인으로 돌아온 그는 “운동권의 업보 90%는 갚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민희(48)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지난 1일 ‘대운하 반대 언론계 100인 선언’에 참석하고 온 그에게선 방송위원으로서 혼신의 힘을 다해 일했다는 자부심이 짙게 배어 나왔다. 하지만 지난 감회보다는 앞으로 펼쳐질 언론환경에 대한 걱정부터 털어놓았다. 그는 “공익적 신념에 기초한 전문성이 없는 방송통신위원장은 외압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최시중 방통위원장 체제의 앞날을 우려했다. 또 “신문·방송 겸영은 절대 허용해선 안 된다”며 “지상파 방송과 유료 방송시장이 공존하는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신문 의제 일방적 여론화 계산깔려
지상파-유료방송 공존위한 대타협 필요
전문성 없는 방통위원장 외압에 흔들려
대통령 지휘아래 독립성 보장은 코미디

-방송위 활동을 마친 소회는?

=마치 업을 갚은 기분이다. 광주민중항쟁 때 죽어간 친구와…, 그 부채를 지금까지 안고 살았는데, 이젠 광주에서 산화한 분들이 모두 용서해 줄 것 같다. 1년7개월이 6년(방송위원 임기의 두 배) 같았다. 지상파 디엠비(DMB), 위성 디엠비 재전송, 방송·통신 융합,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경인민방 문제까지 해묵은 과제 대부분을 처리하고 나왔다. 다만 아쉬운 것은 무료 보편서비스 영역을 강화하기 위한 중간광고 등 제도를 개선하지 못하고 나온 점이다. 방송위 활동을 일기로 다 기록해 놓았다. 너무 민감한 내용이 많아 공개하면 모두에게 ‘왕따’당한다며 남편이 말리고 있다.

-방송통신위가 출범했고, 최시중씨가 논란 속에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최시중 위원장은 공익적 신념에 기초한 전문성이 없는 분이다. 방통위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집단이다. 전문성이 없으면 본인도 고통스럽고, 정책결정도 엉망이 된다. 결국 외압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행정학 전공자인 조창현 전 방송위 위원장도 영민한 분이지만 어떨 때는 (사안이 너무 전문적이어서) 어찌할 바를 몰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전문가는 외압을 가해도 자기가 지켜야 할 ‘보루’가 있다. 따라서 전문성이 있으면 독립성도 지킨다. 보수 쪽에도 전문성을 갖춘 분들이 많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최시중 위원장은 늘 ‘독립성’ 대신 ‘중립성’이라고 표현한다는 것이다.

-최시중 위원장은 합의제 위원회이기 때문에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합의제는 만장일치여야 한다. 그런데 방통위는 다수결로 결정한다. 더욱이 방통위는 위원장 권한이 막강하다. 우선 회의를 주재하고, 직원들을 지휘체계 안에 두기 때문에 모든 정보가 위원장에게 집중된다.

-방통위가 우여곡절 끝에 독립기구에서 대통령 직속기구로 바뀌었다.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대통령 직속기구이고, 대통령이 상임위원 5명 중 2명을 추천하면서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코미디다.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는 5명의 위원을 모두 국회가 추천한다. 우리도 그렇게 하자고 주장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관철되지 못했다.

-새 정부는 신문산업 발전과 규제 완화 차원에서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문은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 그런데 신문값을 올려 상품으로 살아남을 생각은 안 하고, 방송에 진출한다고 성공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게다가 겸영 허용은 이른바 보수신문인 조·중·동을 위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돼 있다. 정치적 의도가 개입하면 산업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 문제는 여야 합의 아래 국회에 방송구조개편특위나 방송발전위원회 같은 특별기구를 둬 장기적인 시스템을 통해 풀어야 한다.

-조·중·동이 지상파 방송 진출까지 노린다고 보는가.

=시뮬레이션 결과 <문화방송>이 민영화하면 지방 문화방송까지 합쳐 시장 가격이 약 30조원 가까이 됐다. 따라서 조·중·동은 케이블방송과 인터넷 프로토콜 텔레비전(IPTV)의 종합편성 채널 등 유료방송에 진출한 뒤 지상파를 약화시키는 전략을 쓸 것이다. 아이피티브이가 활성화하면 유료시장 중심으로 방송이 재편되고 그결과 2010년 이후부터 지상파가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 IPTV가 활성화하면 유료시장 중심으로 방송이 재편되고 그결과 2010년 이후부터 지상파가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

-지상파의 공공성도 살리고 유료시장 규제도 풀어주는 ‘윈윈 전략’은 없을까?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2012년을 분기점으로 대타협안을 만들면 된다. 지상파 공영방송은 수신료 인상과 중간광고 허용 등의 재원 마련으로 무료보편서비스 양을 늘리고, 유료시장은 규제를 대폭 완화하되 심의기준을 차별화하는 것이다.

-진보·개혁 세력의 언론개혁을 위한 과제는?

=참여정부에서는 자유무역협정이나 파병 문제 같은 ‘진보 과제’에 대한 견해 차이 때문에 개혁 과제에 대한 합의가 어려웠다. 하지만 개혁 과제는 진보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보루’다. 내가 방송위에 들어가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언론개혁은 개혁 과제 중에서도 핵심이다.

방송위에서 활동할 때 다른 정파의 위원들을 통해 얻은 게 더 많았다. 90%는 정책 결정이고, 정파적 충돌은 10%밖에 안 됐는데 합리적 보수성을 띤 위원들이 많았다.

-한때 진보 진영으로부터 비판도 많이 받았는데?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비판이었다. 외압에 의해 단 한 번도 내 소신을 꺾은 적이 없다. 물론 내 소신을 꺾지 않은 게 잘한 것이냐는 문제는 의문부호로 남는다. 앞으로 두고두고 생각해 보겠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민언련 복귀는 지금으로선 고려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공영방송이 위축되고 보수신문이 설정하는 의제가 일방적으로 여론화되지 않도록 무엇인가 일을 찾아볼 생각이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이 ‘얼굴 좋아졌다. 우울한 표정 지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놀릴 정도로 홀가분하다. 우선은 수수팥떡아이사랑모임에서 아이들 건강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

■ 민언협서 출발…20여년 언론운동 투신

최민희 전 부위원장은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한 1985년 25살에 민중언론운동협의회(민언협) 간사로 언론운동에 뛰어들었다. 당시 민언협 기관지였던 시사 월간지 <말> 기자를 3년간 겸직했다. 이후 민언협 중앙위원과 사무국장,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 사무총장, 언론개혁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등을 지내며 20년 넘도록 언론운동에 투신했다.

그는 평소 “개혁과제는 진보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보루”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2006년 7월, 9명의 방송위원 가운데 국회 문화관광위 추천(3명) 열린우리당 몫으로 방송위원이 됐을 때도 그를 움직인 것은 이런 소신이었다. 그는 “제도권에 들어가 산화하겠다는 심정으로 받아들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88년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단편 ‘성난 휠체어’로 등단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5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한 그는, 기회가 되면 자신이 경험한 공직생활에 대해 소설을 쓸 계획이다.

그의 아이디 앞글자는 마더(mother)로 시작한다.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자연건강법 연구가답게 아이 사랑이 철철 넘치는 아이디다. 90년부터 민족생활의학회에서 자연건강법에 관한 연구를 한 그는 출산·육아 강의도 많이 해왔다. 인터뷰를 위해 저녁 8시에 만났을 때도 “저녁 6시30분에는 꼭 저녁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야채만 먹겠다”고 할 정도로 자연건강식에 철저하다.

나이 마흔에 늦둥이를 낳고 키우면서 체험한 자연육아법을 책으로 엮은 <황금빛 똥을 누는 아기 1·2>는 13만권이나 팔린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이밖에 <해맑은 피부를 되찾은 아이>라는 책도 썼고, 생활단식과 아토피 관련 책도 준비하고 있다. 2000년부터는 자연건강법을 함께 나누는 어머니들의 모임인 ‘수수팥떡아이사랑모임(www.asamo.or.kr)’도 운영하고 있다.

글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한겨레가 만난 사람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