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3.03 19:21 수정 : 2013.03.03 19:24

“안보가 일-미 관계에서 필요하고 기지도 평등하게 부담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지금 오키나와 보수세력의 생각입니다. 오키나와의 보수도 차별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라사키 모리테루 오키나와대 명예교수는 오키나와 기지 부담 문제에 대해 오키나와 안의 정서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겨레가 만난 사람] 아라사키 오키나와대 명예교수

최근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남쪽으로 튀어>란 영화가 개봉됐다. 영화는 1980년대 운동권 출신으로 국가의 관리통제에서 벗어난 진정한 낙원을 꿈꾸는 인물의 좌충우돌을 통해 근대의 산물인 자본주의와 국민국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이 영화의 원작은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같은 제목의 소설인데, 그 소설에서 주인공이 궁극적으로 꿈꾸는 곳, 즉 국가와 자본의 통제가 없는 지상낙원이 오키나와 남쪽의 작은 섬이다. 육체를 사용해 일하고, 이웃과 서로 나누며 내남직없이 살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영화에선 최해갑이, 소설에선 우에하라가 찾아 떠난 곳이다. 그러나 현실의 오키나와는 일본이면서 일본이 아닌 곳, 오랜 기간 오키나와 평화 문제에 매진해온 아라사키 모리테루(77) 오키나와대 명예교수의 말을 빌리면, 일본 본토로부터 구조적 차별을 받고 있는 곳이다. 일본 전체 미군기지 시설의 75%가 국토면적 0.6%인 오키나와에 집중해 있는 것이 그 상징이다. 하토야마 유키오의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변화의 조짐을 보였던 오키나와 기지 문제는 미국의 아시아 귀환에 이은 자민당의 재집권으로 더욱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 아라사키 교수와 오키나와에서 바라보는 아베 정권 등장 이후의 일본과 아시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대담은 1월24일 오키나와대학 구내에서 이뤄졌다.

인터뷰/ 권태선 편집인 kwonts@hani.co.kr

아라사키 모리테루 교수
오키나와 평화운동 선구자

아라사키 모리테루 교수는

아라사키 모리테루 교수는 오키나와 평화운동 진영의 원로로서 오키나와 현대사 연구의 선구자다. 오키나와인이지만 1936년 도쿄에서 태어났고 도쿄대학을 졸업했다. 1974년 오키나와대학에 부임해서 학장을 역임했고 오키나와 정치사와 사상 연구에 큰 업적을 냈다. ‘1평반전(反戰)지주회’ 등 오키나와 주민운동에도 적극 참가하며 평화운동을 이끌었다. 현재는 오키나와대학 명예교수로 있다. 4·19혁명 등 한국의 역동적 시민운동을 보고 한반도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왔다는 그는 전후 미-일 안보동맹 체제 아래서 진행돼온 오키나와에 대한 구조적 차별의 시정을 촉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오키나와 현대사> <기지의 섬, 오키나와에서 묻는다> <아라사키 모리테루가 말하는 구조적 오키나와 차별>(한국어 번역본은 창비에서 6월 출간 예정) 등이 있다.


-2012년 말 선거에서 한국과 일본에 친미보수정권이 등장했습니다. 오키나와 미군기지 문제는 과거 민주당 정권 당시, 특히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 시기에는, 해결될 전망도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훨씬 우익적인 자민당 정권이 들어섰는데, 이것이 오키나와의 평화운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시는지요?

“하토야마 정권은 오키나와 문제에서도 종래의 정책을 수정하겠다는 이념을 내걸었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 후 민주당 정권은 자신들이 내건 이념으로부터 멀어졌고, 결국 아베 정권을 다시 불러들이는 상황까지 초래했습니다. 자민당의 정권탈환으로 오키나와도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오키나와 자체로만 보면 그렇게 절망적이지 않습니다. 오키나와에선 자민당 의원들조차 오키나와 대 일본이라는 인식을 공유합니다. 요컨대 일본이라는 중앙정부와 오키나와가 대결하고 있는 상황은 이번 선거에 의해서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1월)27, 28일 양일간 현의회와 시·정·촌장이 전부 도쿄에 올라가 오스프리(수직 이착륙기) 문제와 기지의 현외 이전 문제를 요구할 계획인데 이것은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한·미·일 3각동맹 변화 따라
오키나와 기지 같은 역할
제주 기지가 떠맡을 수도
한국·일본 민중들에 큰 숙제

-한국에서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가 오키나와 문제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평화와 관련해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십니까?

“한국의 박근혜 정권은 실제로는 이명박 정권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우려스러운 점은 일본의 민주당 정권 때보다는 아베 정권 때가 한·미·일 관계라는 측면에서는 긴밀해지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오키나와 반기지운동이나 한국의 반기지운동, 그리고 제주도 해군기지 문제에도 도움이 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제주도 해군기지 문제를 거론하셨는데, 한국에서는 제주기지가 궁극적으로는 미군에 의해 사용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없지 않습니다. 제주기지가 오키나와 미군기지와 관련이 있을까요?

“관계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한국군 기지이고, 오키나와 헤노코에 만들려고 하는 것은 미군기지이지요. 그런데 이것도 어디까지 미군이 필요로 하는 것인가, 또는 자위대 같은 것이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것까지 계산에 들어가 있는 것인가, 그것은 지금으로선 알지 못하지만, 미-일 관계의 변화라든가, 그러한 것이 일어날 수 있고, 한국과 제주도를 그런 변화에 대입해 본다면, 제주기지가 한·미·일 삼각동맹 속에서 비슷한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올해 한·미·일 동맹이 급속히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시는지요?

“정권 쪽 움직임과 민중의 움직임은 차이가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예를 들면 일본 전체와 오키나와의 입장이라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지금의 아베 정권은 역사인식 등의 문제에서 극우적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아베 정권은 지난 1차 집권 당시부터 야스쿠니 문제, 위안부 문제, 오키나와의 집단자결 문제 등과 관련하여 요컨대 일본군의 부정적인 면을 어떻게 지울 것인가 하는 점에 역점을 두어 왔습니다. 지금도 본질적으로는 같습니다. 한국의 박근혜 정권이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자 해도 그러한 문제에 대한 한국 민중의 비판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두 나라 정부가 보수적이라면 한국의 민중과 일본의 오키나와 시민운동이 어떻게 영향력을 미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한국이나 오키나와에는 민중의 힘이 어느 정도 남아 있지만 일본 전체로 보면 민중의 힘, 정부 비판이 가능한, 언론이라든가 대중운동이라든가 하는 부분의 힘이 상당히 약해졌다는 점입니다.”

제주 기지 반대운동은
타지역도 관심 갖는 전국적 쟁점
일본선 미군기지 75%를
오키나와에 떠넘기고 나몰라라

-한국에서는 지난 대선 이후 진보진영 내에서 한동안 멘붕이란 말이 회자될 정도로 패배의 충격이 컸고 지금도 그 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일본에서도 민주당이 참패한 총선 이후 지식인들을 만나보면 좀 비관주의에 빠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동감입니다. 한국, 오키나와, 일본을 나눠보면, 일본이 비상하게 약한 부분이 그런 식으로 표출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는 지난 일본 선거의 쟁점으로 오키나와 기지 문제가 전혀 거론되지 않은 데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거꾸로 말하면 과연 오키나와만으로 오키나와 문제를 쟁점화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27, 28일 오키나와 문제 관련 대규모 도쿄행진을,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언론들이 어떻게 취급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그가 우려했듯이, 오키나와의 모든 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이 도쿄에 가 대규모 시위를 벌였음에도, 중앙언론들은 이를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다.)

-앞에서 오키나와의 자민당 의원들조차 오키나와 대 일본이라는 인식을 공유한다고 하셨는데,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제주도민들도 4·3 사건 등 과거 역사적 경험 때문에 차별받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오키나와인들과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주도의 기지 반대운동에는 제주도 이외의 다른 지역 사람들도 참여하고 있고 전국적인 관심 대상이 아닙니까? 한국의 기지 문제는 전국적인 문제가 되는 반면, 오키나와 기지 문제는 일본 본토의 무관심 속에 오키나와만의 문제로 끝나버린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 본토 대 오키나와라는, 역사적으로 누적된 문화심리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전망은 있는지요?

“낙관할 수는 없지만, 점진적으로는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환된 지 40년이 흘렀습니다. 40년 사이에 일본의 여론도 오키나와를 의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측면도 생겼습니다. 반대로 차이가 깊어지고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변화가 있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확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여론조사의 숫자 등으로 나타나는 것과는 다른 것을 보는 눈을 갖지 않으면 안 됩니다. 후텐마 기지의 헤노코 이전에 반대하는 운동처럼 장기적으로 운동을 지탱할 수 있는 데는 일본인의 기여 부분도 있습니다. 통계적 숫자로는 0.0콤마 이하가 될지라도 이것을 무시하고 갈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오키나와는 일본의 100분의 1밖에 안 되므로 그것만으로 지탱할 수 없는 부분을 그 콤마 이하의 세력이라도, 아니 세력이라기보다 사람이지만, 힘을 보태면 무시할 수 없게 됩니다. 지금은 정당이라든가 노동조합이라든가 하는 조직적인 힘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들이 감당해온 역할과 감당해야 할 역할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과도한 기대는 할 수 없지만, 거기에서 장기적인 변화가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키나와 대 일본 구도
총선 뒤에도 불변
오키나와 의회·단체장 상경시위
일 민주주의에 근본적 물음 던져

-그 전망과 3·11 이후의 분위기는 관계가 없나요? 예를 들어 도호쿠 지역의 민중과 오키나와 민중이 연대하는 것은 가능할까요? 후쿠시마와 오키나와는 국가의 복지보조금을 대가로 군사기지 및 원전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차별을 받는 주변이라는 공동운명체 의식이 3·11 이후에 싹트지는 않았는지요?

“그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 연결되는가 또는 연대하는가는 금후의 문제일 것입니다. 예를 들면 재해지역의 문제라든가 원전 문제라든가, 군사기지 문제라든가 하는 문제에 대해 상호이해가 깊어감에 따라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게 되겠지요. 그러나 직감적으로는 의식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여깁니다.”

-그것이 선생께서 말씀하신 구조적 차별이지 싶은데요. 구조적 차별을 제기한 저서가 한국에서도 곧 번역출간될 예정인 것으로 아는데, 이를 처음 제기한 학자로서 어떤 의미로 이 용어를 사용하셨는지 좀더 자세히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구조적 차별은 전후의 문제입니다. 일본이 전쟁에 지고 미국은 연합국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을 점령하고, 오키나와를 일본에서 분리해 미군기지로 만들었습니다. 일본과 미국의 일-미 관계, 그것이 일-미 안보라는 형식으로 표현되고, 일-미 관계의 모순을 오키나와에 떠넘김으로써 일-미 관계를 안정시키고 있는 형식, 이것이 구조적 오키나와 차별입니다. 구조적 오키나와 차별은 미국의 점령정책으로 출발했지만, 1960년 안보 개정을 계기로 일본 쪽이 그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일-미 안보조약이 발효한 1952년에 비해 일본의 기지는 4분의 1로 줄었고, 오키나와의 기지는 2배가 됐습니다. 미군기지의 75%가 오키나와에 있는 상황이 된 것이고, 이제 기지 문제는 오키나와의 문제지 일본 전체의 문제는 아니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구조적 차별을 해소하는 중심은 미-일 안보의 문제인가요?

“일본을 중심으로 보면 일-미 안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일본 및 한국과의 관계 강화를 하면서 대항세력으로는 언제나 중국을 상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존재와 그것에 대항하는 중국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입장이 나오는 것인데, 우리가 투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힘 관계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을 될 수 있는 한 약화시키려는 것입니다. 기지에 반대하는 것은 그러한 군사적 충돌 부분을 조금씩이라도 줄이고 없애려는 것이지요.”

반기지 운동은 미-중 대립 완화하고
힘으로 문제 풀려는 사고 줄이는 일
구조적 차별 받는 지역간 연대
함께 이뤄나가야 할 과제

-반기지운동이 미-일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인가요?

“시작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예를 들어 27, 28일 시위에 나서는 사람들 가운데는 이 문제의 근본에는 안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이 문제는 차별의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지금 하나가 된 것이지요. 안보가 일-미 관계에서 필요하고 기지도 평등하게 부담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지금 오키나와 보수세력의 생각입니다. 오키나와의 보수도 차별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금 오키나와 언론은 온통 구조적 차별이라는 말로 뒤덮여 있습니다. 이 말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상 차별을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구조적 차별이라는 것이 모두에게 보이게 되면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기지 이전 문제에 동조적이었던 민주당 정권에서도 현외 이전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자민당 정권 아래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일본 언론들이 얼마나 관심을 보일지 모르겠네요.

“정권이 교체됐다 해도 야마토(일본 본토를 가리키는 오키나와어) 대 오키나와라는 대결 도식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현의회와 전 시·정·촌장이 상경해서 반대 의사를 전하는 것은 50년대 투쟁 때도 없었던 일입니다. 오키나와의 총력을 다한 요구를 일본이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은 오키나와의 장래에 극히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이것은 오키나와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인 동시에 일본에서 지방자치 및 민주주의가 어떠한가를 묻는 것이기도 합니다. 한 지역사회의 총의를 완전히 무시하고 억누르는 것이 일본이라는 국가의 존재방식인가를 묻는 것입니다.

설혹 이런 중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야마토가 관심을 표하지 않더라도 중요한 것은 오키나와가 주도권을 장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오키나와 쪽에서는 당신들의 문제다라는 자각을 촉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이 힘을 합쳐 전체로서의 오키나와는 굴복하지 않는다는 태세를 취하는 것이 금후의 과제가 될 것입니다.”

-구조적 차별을 시정하려는 오키나와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를 바라면서 장시간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한겨레가 만난 사람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