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구라는 지난 6일 인터뷰에서 시사코미디 진행에서 자신이 경쟁력이 있음을 알아가고 있다면서 그 분야에서 유능한 진행자가 될 수 있도록 더욱 공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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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만난 사람]
지상파로 돌아온 방송인 김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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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맞게 하려 신경 써 -시사코미디 진행자로 케이블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상파 시사코미디는 아직까지 먼 이야기인가? “공중파는 너무 많은 분이 본다. 틀이 크다 보니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 ‘썰전’(종편 시사프로그램) 끝나고 난 뒤 (야당 성향인) 이철희씨 이야기 들어줬다면 ‘너 좌편향’ 이런 이야기 나온다. 강용석씨 이야기 듣고 그러면 (반대쪽에서) 말이 나온다.” -김구라 예능의 원천은 호기심이라고 했는데. “궁금한 게 많다. (어렸을 때) 한방에서 부모랑 잘 때 제가 엄마 아빠 이야기 귀 털고 듣는다고 엄마가 많이 이야기했다. 남 이야기에 관심 많다. 특히 재산이나 학벌에. 엠비시 파업 때 상황이 궁금했다. 일반 연예인은 별로 관심 없는데, 나는 (엠비시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구성을 어떻게 하는지 등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 호기심이 방송에 큰 도움이 되나? “확실히 그런 것 같다. 피디들이 ‘형처럼 속물적 근성 갖고 다방면에 관심 갖는 엠시 별로 없다’고 말한다. 이런 것들이 나만의 장점이라는 생각은 있다.” 모든 게 궁금한 건 아니다. “장사를 하는 처가에 놀러 가면 가만히 있다 온다. 장사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관심 없는 이야기에는 시큰둥한 편이다.” 정치 직접 해보고 싶은 생각 없어
예전 인터넷 발언 아직도 부담 -김구라에게 엠비 정부란? “2002년 인터넷방송을 했다. 30대 초반에 경제적으로 가진 게 없었다. 당시 인터넷매체 자체가 다 좌쪽이었다. 그러다 보니 좌쪽 프레임 안에 들어가, 그 전에 신문도 안 보고 살았는데, 신문 보면서 현안에 대해 욕하고 그러다 보니 작년 참사가…. 옛날에 막말했던 분이 대통령 되니 5년 내내 마음 졸이고 살았다. 방송진행자로서 좌우에 관심 없다. 방송하는데 마음은 항상 불안 불안했다. 5년 동안 가슴 졸이며 살았다.” -엠비 정부를 평한다면? “제가 (그런 생각을) 가질 만한 그런 게 안 됐다. 나는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불안한 상황이었다. (정권의 프로그램 하차) 압력은 없었다. 내가 압력으로 빠졌다면 김제동 못지않게 그랬을 것이다. 내가 심적인 부담을 느꼈지, 위에서 그런 것 없었다.” -방송사 노조의 장기파업 상황에서 예능을 해야 했다. 심경이 복잡했을 것 같다. “엠비시 (장기파업) 사태, 정상이 아니었다. 나는 그때 ‘라디오 스타’나 ‘세바퀴’ 안에 있었다. 신변잡기로 낄낄거렸다. 프로그램이 그랬다. 밖에 나오면 부담을 느꼈다.” -공영방송까지 예능 시청률 경쟁에 몰입하는 것, 어떻게 보나? “두드림쇼 엠시 기용에 대해 ‘옛날에 욕한 사람 시청률 오를 것이란 기대를 갖고 공영방송에서 엠시 쓸 수 있느냐’ 그런 이야기도 있다. 케이비에스가 공영방송이지만,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곳으로 시청자에게 인식돼 있다. 예능 피디들 가운데 시사에 관심 없는 분들 많다. 예능 하는 목적은 시청률이다.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스태프들과) 너무 세게는 가지 말자, 순차적으로 가야지, 너무 세게 가면 과부하가 걸린다, 그런 얘기는 한다.” -지상파까지 스며든 독설, 막말 코드의 악영향을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제가 뭘 되게 깊이 있게, 그런 인물이 아니어서. 그런 부분에 공감하고 이해는 한다.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면, 요즘 어떻든 사회 자체가 그렇게 흘러가면 되지 않는데, 그렇게 흘러가는 상황이다. 어떤 사람, 이렇게 이야기한다. ‘야, 너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난 놈이다. 옛날이라면 대기실에서 남들 욕이나 할 텐데.’ 충분히 공감한다. 나이 먹으니까, ‘기분 안 나쁘게 세련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나이에 맞게. 동현(아들)이 중3이고 (내가) 학부모인데, 이런 거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어쩌다 들기도 한다. 앞으로 노력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세상 돌아가는 소식은 어떻게 얻나? “책은 많이 안 보지만, 활자는 많이 읽는다. 책은 역사 쪽을 많이 읽는다. 포털에 여러 신문 등록해놓고 본다. 인터넷에서 좌우 맞추려고 두루두루 본다.” 다방면 속물적 호기심이 장점
시사코미디 잘하려 공부도 열심 -언론에 관심 많아 보인다. 한국 언론의 보도 행태, 어떤가? “얼마 전 대기업 변호했던 분인 한만수씨가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된 것을 두고 ‘보신탕 장사하는 분이 유기견협회 회장 하는 것과 비슷한 것 아니냐’고 방송에서 이야기했더니, 박장대소가 터졌다. 비유가 좋았다고. 나는 개그맨이다. 손석희처럼 식견 있고 싶지도 않다, 지금 현재는. 내가 아무리 갖춰도 그분 따라가겠나. 약간 다른 길로 진행을 잘하고 싶다. 시사는 관심 분야다. 나이 들어 공부해서 식견 갖춰지면 이야기하겠는데….” -정치를 직접 해보고 싶지 않나? “옛날 인터넷방송 한 거 있는데 상식적으로…. 김용민 당한 꼴 봤는데, 내가 공직 나간다면. 주제를 안다. 관심도 없다. 비겁한 것 아니고 제 성향이 그렇다. 트위터 한번도 해본 적 없다. 인터넷방송 아무 생각 없이 한 것이 날 누르고 있고 앞으로도 나를 누를 것이다.” -‘싫어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음주나 이런 것 하나라도 걸리면 난 아웃’이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고 했다. “무명 때 음주 한번 걸린 적 있다. 살얼음 걷듯, 그렇게 살고 있다. 과거 막말만 했지, 사는 것은 유재석이라고 농담으로 말했다. 그렇다고 가정적인 것은 아니다. 5년 긴장하고 살고 지금 긴장하고 앞으로도 긴장하고 살아야 한다. 마음 편하게 살자 생각해도 몸이 안 된다. 트위터에 저런 새끼 방송 쓰냐, 아직까지 그런 분 많다. 내가 이철희에 동조하면, ‘좌의 본능’ 가끔 그런 말 있다. 짜증나서 트위터 안 한다. 중심 잡고 가다 보면, ‘그런 놈인가 보다’ 하며 풀릴 때가 있겠지 생각한다.” -김구라의 독설 앞에 ‘공감이 가는’이란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내가 강용석에게 ‘이제 우리 투아웃이다. 잘해야 한다’고 했다면, 그 사람이나 저에게 독설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많은 분의 인식이다. (개그맨) 이윤석에게 ‘너 일생이 병풍 아니냐’고 한 것도 비슷하다. 남들 안 하는 이야기를 그 사람 앞에서 한다. 너무 밑도 끝도 없고, 웃기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라면 많은 사람 안 웃어줄 것이다. 사람들 눈치 안 보고 하다 보니 그런….” -그런 내공은 타고난 것인가, 노력의 결과인가? “둘 다이다. 예의상 안 물어보는 게 맞지만, 솔직하면 손해 보는 것 없다.” -인간성이 좋을수록 예능에서 성공 가능성 큰가? “요즘 같으면 그렇다. 예전에는 콩트를 심형래, 최양락씨가 데리고 했다. 폐쇄적이었다. 정치로 말하면 계파정치다. 요즘은 게스트를 모셔야 한다. 와서 이 사람(진행자) 때문에 재밌었다, 유쾌했다, 그런 느낌 있어야 또 나간다. 요즘 스태프도 엄청 많다. 늦고 예의 없으면 녹화 분위기가 안 좋다.” -10년 뒤 모습을 어떻게 그리나? “예전에는 ‘터는 것 잘하니 터는 쪽으로 가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이제는 어떤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지 알아가는 것 같다.” -어떤 분야인가? “시사코미디다. 그런 프로 하면 김구라가 잘해, 그런 이야기 들었으면 한다.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다.” -김용민씨에게 섭섭한 마음도 있을 것 같다. “(섭섭한 마음) 전혀 없다. 2003년, 인터넷방송에서 피디와 진행자로 만났다. 나꼼수 열풍 불 때 마음속에 불안한 게 있었다. 팽창하니까. 나는 몸으로 겪어왔다. 높이 올라갈수록 반대되는 게 생긴다. 총선 때 공천 받아서 불안 불안했다. 도와달라고 했다. 유세는 시간이 맞아야 하니, 지지 동영상을 아무 생각 없이 찍어줬다. 내가 아는 사람 국회의원 되면 나쁘지 않겠네, 그런 생각이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 대해 막말한 사실을) 내가 기억하고 있었다면, 용민에게 ‘문제 되니까 나가지 마라’고 했을 것이다. 잊고 지냈다. 지난해 6월에 같이 밥 한번 먹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네가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사람들이 괴물로 볼 수도 있다, 나도 맨 처음 그랬다, 네가 각고의 노력을 해서 (그 이미지를) 벗어야 좀더 많은 대중을 상대로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너무 이쪽만 보고 가면 50%를 버리는 것이라고 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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