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의 사고 위험 등을 연구해온 김익중 반핵의사회 운영위원이 인터뷰에서 핵발전소와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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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만난 사람] ‘탈핵운동’ 김익중 반핵의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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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 많은 미·러·일 차례로 사고
우리도 ‘원전 사고’ 예외일 수 없다
원전 줄이고 재생가능발전 늘려야 방사능 기준치 이하면 안전?
노출량 많을수록 암 발생 높아
‘생명 위협’ 간과해선 안돼 “많은 사람들은 핵발전소 전기 단가가 다른 발전소에 견줘 비용이 낮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진실이 아니다. 핵발전소에 보조금이 들어가는데 이는 국민이 낸 세금이다. 즉 국민들의 세금으로 보조를 해주니, 상대적으로 싸게 보이는 것이다. 참고로 미국은 핵발전소가 모두 민영이다. 하지만 최근 30년 동안 한 개도 새로 짓지 않았다. 비용에 견줘 전기 생산량이 많아 이익을 본다면 가능한 일이겠는가? 이는 유럽도 마찬가지다. 최근 25년 동안 50개 정도의 핵발전소가 없어졌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핵발전은 이미 사양산업이다.” -한여름이나 한겨울에 냉난방 장치 때문에 전기 공급에 위기가 온다. 이런 상황에서 화력발전을 늘릴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핵발전소가 필요한 것 아닌가? “일단 전력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전력사용량이 한국처럼 빠르게 늘고 있는 나라도 없다. 1995~2010년 주요 국가의 1인당 전력소비량을 보면 영국이나 이탈리아는 최근 들어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일본·독일·프랑스도 완만한 증가폭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1995년 약 4000㎾h에서 거의 1만㎾h로 급증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이 싸기 때문인데, 사실상 중국보다도 싸다. 이 때문에 전기를 많이 쓰는 반도체회사 등이 한국에 몰린다. 또 전기요금이 싸다보니 난로도 전기난로로, 소금을 만들 때도 햇빛보다는 전기로 바닷물을 끓여 만드는 등 전기를 마구 쓰고 있다. 당연히 한국전력은 계속 적자투성이다. 나중에는 분명 국민 세금으로 이 적자를 보존해줄 것이다. 결국 전기 많이 쓰는 반도체회사 등을 위해 국민 세금이 쓰이는 문제가 생겨 분배의 정의에도 어긋난다.” -핵발전소나 화력발전 등에 기대는 비율을 낮추고 재생가능발전으로 에너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그런데 실현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인가? “우리나라는 재생가능발전 비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다. 주요 국가의 총 전기생산량 가운데 재생가능발전 비율을 보면 세계 평균이 20%이고, 스위스·스웨덴·캐나다는 50%도 넘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3%에 그쳐 일본, 중국의 11%, 18%에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낮다. 지금이라도 재생가능발전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앞으로 14개의 핵발전소를 더 지을 계획이라고 하는데, 러시아나 프랑스가 핵발전소를 문닫기로 한 계획을 고려할 때 조만간 핵발전소 수가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할지도 모른다. 핵발전소 수가 늘어나는 만큼 폭발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것은 이전의 역사가 증명한다.”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폭발 위험이 없다고 볼 수 있는가? “핵발전소 폭발 사고에 대한 예측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어떤 예측법이든 핵발전소가 많아지면 그만큼 사고 위험은 높아진다. 지금까지 세계의 핵발전소는 442개가 있었고, 이 가운데 6개가 폭발했다. 폭발 순서도 핵발전소가 많은 미국, 러시아, 일본 순이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핵발전소가 많은 나라에서 핵발전소가 줄고, 우리나라는 현재 23개에다 약 20개를 더 지을 것이라, 다 완성되면 핵발전소 수로 세계 2~3위에 해당된다. 다른 나라들이 핵발전소를 줄이는 속도를 더 빠르게 하면 20년 뒤에는 가장 많은 핵발전소를 보유하는 나라가 될지 모른다. 당연히 폭발 사고의 위험성은 더 높아지는데, 한번 폭발하면 보통 반경 350㎞ 안에 들어가는 지역은 모두 영향권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전역이 해당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국내 탈핵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후쿠시마 사고 뒤 독일은 이제 핵발전소를 짓지 않기로 했는데, 우리나라에서 탈핵 운동이 성공할까? “우리나라에서 핵무기 반대 운동은 1980년대 이후 꽤나 광범위하게 조직됐다. 하지만 핵발전소는 상황이 다르다. 그동안에도 영광 등 핵발전소가 있는 곳에서 반핵운동이 있기는 했지만 지역 문제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북 부안에서 방사성폐기물처분장에 대한 반대가 전국적인 사안이 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경주에 들어서고 말았다. 지역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말에 반핵 운동이 힘을 잃은 것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뒤 우리 국민들도 핵의 위험성에 대해 다시 보고 있는 것 같다. 성공 여부를 떠나 우리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이 달린 일이기 때문에 사명감을 가지고 탈핵 운동을 해갈 수밖에 없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알고 우리나라가 핵의 위험에서 벗어나자는 것이 그의 소박한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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