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상 대표가 서울 상암동 눈빛 출판사 사무실에서 25년 동안 만든 책들에 둘러싸여 앉아 있다. 이 대표는 “사진은 현재까지 오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청동거울과 같은 것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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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만난 사람] 25년 사진전문 출판 이규상 ‘눈빛’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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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집은 잘 팔리지 않아
잘나가는 사진가 쫓아다녔다면
윤택해도 자유롭진 못했을 것 다큐작가는 스스로 뉴스 만들어야
삶의 현장 가라면 투쟁현장으로 가
독거노인 등 사회 저변 주목했으면
새로운 작가 발굴·소개가 내 소임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시상하는 2013년 온빛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성동훈씨가 ‘코피노’로 상을 받았다. 제1회는 한설희씨가 92살의 어머니를 찍은 ‘노모’로 수상했고, 제2회는 김석진 교사가 학교 현장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지속되는 과도기’로 수상했다. “상 주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들이 더 사진을 잘하는 것 같다.(웃음) 기성의 다큐사진가들도 그런 작업을 하면 좋겠는데 그런 주제의 사진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적 시위나 노동쟁의의 뉴스 현장에 우르르 몰려가 찍은 사진 몇 장을 가지고 다큐멘터리 사진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는 스스로 뉴스를 만들어 내야 한다. ‘온빛상’ 같은 경우는 다큐사진가들이 모여서 새로운 다큐작가를 발굴하자는 것이니 사진의 저변 확대란 측면에선 긍정적이다.” -그렇다면 다큐멘터리 사진은 뭘 해야 하나? “다큐작가들에게 삶의 현장으로 가라고 했더니 투쟁의 현장으로 가더라. 노동쟁의나 정치적 시위 현장에만 매달리지 말고 독거노인, 이주노동자, 원룸이나 지하 전월세방 거주자 등 사회의 저변을 주목해야 한다. 일본인 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 선생은 고통을 수반하지 않는 작업을 기대한다면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될 생각을 아예 하지 말라고까지 했다. 사진으로 돈을 벌거나 명성을 얻으려면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좋겠다. 그래도 한다면 시대상의 기록, 좀더 욕심을 부린다면 감동이 있는 기록이면 좋지 않겠는가.” -현장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들도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 사회적 이슈를 찍고 전시도 하고 달력을 만들어 팔고 돕기도 한다. “사진가는 냉정해야 한다. 사진과 사회운동은 구분해야 한다. 투쟁이 절실하다면 차라리 카메라를 내려놓고 사회운동을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사진가는 삶의 현장을 심도 있게 취재하여 그 진실을 좀더 널리 알려야 한다. 그리고 (경찰과의 대치나 주먹 쥔 시위자의 모습 같은) 우리가 다큐사진으로 인식하고 있는 중첩되고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솔직히 한국 사진 재미없지 않은가?” 이 대목에서 이규상은 책상에 놓여 있던 임재천의 <한국의 재발견>을 끌어안고 이야기했다. “임재천은 그의 나이(46)나 사진 경력으로 보아 충분히 중견 작가임에도 이제야 첫 사진집을 냈다. 그가 추구하는 사진의 완성도가 여느 사진가 못지않게 높음에도 아무런 평가조차 받지 못해왔다. 그런데 독자들이 평가해주었다. 대부분 상업출판을 하는 한국 출판계에서는 고작 1000부라고 비웃을지 모르겠으나 초판이 순식간에 다 나갔다. 독자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독자가 구매행위를 통해 책을 샀을 때는 무언가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존의 한국 사진에는 그런 것이 부족하다. 출판사와 사진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사진 전문 출판사의 대표로서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다행히 우리의 현실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산천어와 쉬리 같은 토종 사진가들이 없지 않다. 따라서 지금까지 그래 온 것처럼 그들의 작업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려고 한다. 작가의 지명도나 학연, 지연 그리고 기존의 권위에 기대지 않고 새로운 작가들을 부단히 발굴해 소개하는 것이 나와 출판사의 소임이다.” -눈빛에서 사진집을 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기준은 무엇인가? “사진은 원래 민주적인 매체이므로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아무나 사진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진가를 판명하는 나의 기준은 그가 얼마나 대상에 충실하며 한결같이 자기 작업을 해왔느냐 하는 것이다. 거기엔 프로나 아마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그의 눈이 무엇을 기록했는지, 그리고 그의 기록이 훗날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 하는 것들이 중요하다. 지금 당장은 잘 팔리지 않아도 오래 두고 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여기서 이규상은 목소리에 힘을 주어 “이게 가장 중요한 이야기”라고 스스로 방점을 찍고 말했다. 독수리 날개처럼 두 팔을 벌리고 이야길 전개해나갔다. “나는 경제적 성공은 없었지만 성취도와 만족감을 사진과 출판에서 얻었다. 우리가 과거에 두고 온 것들을 거울을 꺼내 다시 보듯, 사진이 훌륭하게 담아내고 있다. 다시 돌아갈 순 없지만, 되돌려보자, 되살려보자. 그게 인문학이든 사진이든 사회학이든 그 중추에서 사진이 반짝반짝하면서 작동하고 있다. 우리 모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것이 어렵지만 당신이 하는 일에 집중하고 만족을 얻으시라. 행복해질 것이다. 나는 사진 전문 출판을 통해 해왔으니 불만도 걱정도 없고 오히려 더 편안하다. 성공으로 가는 와중에 있다. 성공이란 것은 현실적인 조건에 제약받지 않고 내가 출판하고 싶은 책들을 마음껏 만들어내고 싶은 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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