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5.16 19:32 수정 : 2006.05.17 14:08

이민호씨는 산악자전거로 전국을 누비는 마니아로, 천식 환자는 운동을 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병과친구하기 / 아스피린 천식을 사랑하는 모임 이민호 대표

천식 때문에 몇 차례 숨이 막혀 죽을 고비를 넘나든 이민호(48·미노데코 대표)씨는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지만 천식 환자라고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삶을 산다.

그는 산악자전거 매니아다. 온힘을 다해 페달을 밟고 또 밟아 산길을 타고 올라가노라면 숨이 끊어질듯한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다. 웬만한 일반인들은 엄두도 내기 힘든 산악자전거를 그는 예사롭지 않게 즐긴다.

3년6개월 전에 산악자전거에 입문했다는 그는 부인까지 함께 참여시킨 것은 물론 2004년 10월에는 자신이 살고 있는 평촌신도시 지역의 산악자전거 동호인들을 끌어모아 ‘허밍버드’라는 모임도 만들었다.

그는 지금까지 산악자전거로 달린 거리가 3만㎞는 넘을 거라며 산악자전거를 타고 평촌신도시를 출발해 다녀온 전국 주요 지명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전남 해남 땅끝마을까지 500㎞는 이틀만에 한 차례, 부산까지 450㎞는 1박2일로 두 차례, 속초까지 230㎞는 15시간만에 세 차례 등등. 그의 ‘자전거 여행’은 끝이 없는 듯 보인다.

“천식 환자는 일반적으로 숨이 차 운동을 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저 같은 경우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덕분에 몸도 좋아지고 천식 증상도 완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어요. 최근 호흡기능을 측정한 결과 일반인 보다 3~4배 높은 것으로 나오기도 했어요.”

그에게 천식 증상이 나타난 것은 1996년 고향인 전남 여수로 여름휴가를 갔을 때였다. 갑자기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 일주일간 병원치료를 받았다. 2년 뒤인 1998년 9월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천식 치료를 시작했을 때까지 2년여 동안 “숨만 쉬게 해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절박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당시 한 백화점의 가구 담당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었던 그는 하루에 한두차례씩 기도가 막히는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항상 휴대중이던 기도확장제를 긴급하게 사용해 위기를 모면하곤 했다.


“기도확장제를 3~4차례 써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때에는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곤 했어요. 안양메트로병원 응급실에서 3시간만에 깨어난 일이 있었는데, ‘조금만 늦었어도 뇌사 상태에 빠졌을 것’이라고 의료진이 말하더라구요.

초기엔 응급실·기도확장제 의존
아스피린 과민 천식 뒤늦게 확인 금지음식 끊고 운동 ‘활기찬 생활’

숨이 막혀 죽을 고비가 계속되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건강을 자신한 나머지 스스로의 힘으로 천식을 이겨내겠다고 집에 산소통을 갖다 놓고 산소호흡기를 끼고 사는가 하면, 민간요법에도 의존해 보기도 했다. 주변에 아는 사람의 소개로 도룡뇽, 지렁이, 지네 등을 혼합한 생약을 먹어본 적도 있으나 두 팩을 먹은 뒤 바로 호흡곤란이 와 모두 쓰레기통에 버린 적도 있다.

“그런데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면역내과 박해심 교수를 찾아가 정밀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수많은 종류의 천식 중에서도 ‘아스피린 과민성 천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엉뚱한 치료와 민간요법으로 증상을 계속 악화시킨 거지요.”

아스피린 천식이란 아스피린의 살리실산에 과민한 반응을 보여 천식을 일으키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40살 이상의 여성에게 많이 생긴다. 아스피린 천식 환자는 아스피린을 포함하여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는 먹지 말아야 한다. 또 색소, 방부제 같은 식품첨가물 뿐만 아니라 살리실산이 많은 무우, 시금치, 상추, 브로커리, 감자, 토마토, 오이, 사과, 자몽, 딸기, 파인애플, 오렌지 등을 먹지 않는게 좋다.

아스피린 천식으로 판명된 그는 2000년까지 2년 동안 아스피린 천식 환자에게 금지된 음식을 입에 대지 않고, 면역치료 등을 체계적으로 받은 결과 천식 증상이 크게 호전되어 산책에서 시작해 등산, 스키, 배드민턴 등으로 운동을 확대해나갔다.

“금지된 음식 명단을 냉장고에 붙여놓고 지갑에도 갖고 다녔는데, 토마토·오렌지·아이스크림 등 좋아하는 음식을 못먹는 고통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술도 못먹었지요.”

그는 천식 환자의 운동 제약을 넘어선 데 이어 ‘금지음식’의 굴레도 벗어버렸다. 아스피린 천식 환자에게 금지된 음식을 포함해 가리지 않고 먹는데도 탈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한달에 한번씩 면역치료 주사를 맞고, 하루에 두 차례씩 천식치료제를 흡입하는 치료를 꾸준히 계속하고 있을 따름이다.

“아스피린 천식 같은 질환은 완치는 없다고 해요. 제대로 된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일반인들처럼 정상 생활을 할 수 있고, 응급실에 실려오는 일도 없다는 거지요. 운동도 지레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산악자전거 처럼 힘든 운동도 할 수 있다니까요.”

그가 6개월 전에 결성된 ‘아사모’(아스피린 천식을 사랑하는 모임)의 회장이 된 이유를 충분히 대변하는 말이다.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병과 친구하기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