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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11 18:01 수정 : 2006.07.12 14:57

■ 병과친구하기 ■ 말기폐암과 1년째 투병 김육곤씨 /

“항암제 치료를 받을 때 한 끼라도 거르면 안 돼요. 입맛이 없다고 밥 먹기를 소홀히하면 항암제한테 지는 겁니다. 체력이 있어야 항암제는 물론 암도 이겨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만 1년째 투병 중인 김육곤(62)씨는 말기 암환자라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을 유지하는 ‘비결’의 하나로 ‘끼니 거르지 않기’를 꼽았다.

이와 관련해 전후근 뉴욕의과대학 교수는 최근 보령제약이 주최한 ‘암환자의 식욕부진과 영양상태’ 심포지엄에서 “암환자의 63%에서 영양실조가 발생하고 있고, 사망한 암환자의 20% 이상이 영양부족 때문”이라고 밝혔다. 끼니를 거르지 않고 암투병을 하는 데에는 의학적 근거가 충분한 것이다.

모든 말기암은 암종양을 도려내는 수술이 불가능해 항암제를 이용해 암세포를 죽이는 등 비수술적 치료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때문에 그는 현재까지 항암 주사제를 맞는 화학치료를 받으면서 그 부작용을 이겨내기 위해 끼니를 거르지 않는 등 온힘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항암제 치료의 대가는 혹독하다. 식욕 저하는 물론 설사, 구토, 고열, 탈모, 호흡 곤란, 복통, 속쓰림, 변비 등 온갖 부작용이 ‘쓰나미’처럼 한꺼번에 일어나는 것이다.

“평소 아주 맛있게 먹던 음식도 마치 모래 씹는 것처럼 변해요. 하지만 이 음식 저 음식 먹어보려고 노력하다 보면 입에 맞는 반찬 한두 가지는 찾아낼 수 있지요.”


물 많이 먹어 독성 빼고
가벼운 운동 꾸준히
“제발 자포자기 마세요”

그에게는 “말기암한테 주눅들지 않고 게임을 하듯 즐겁게” 투병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두번째 비결이 있다. 물을 많이 마심으로써 소변 배출량을 늘리는 것이다. 이 비결은 항암 주사제 치료를 시작할 때 담당 간호사가 가르쳐주었다고 한다. 항암제 부작용을 설명하는 간호사에게 “쓰나미가 불가피하다면 조금이라도 완화시킬 수는 없냐”고 묻자 물을 많이 마시라고 권했다는 것이다.

당시 간호사는 ‘항암제가 몸속에 들어가면 빠른 속도로 암세포를 공격한 뒤 그 찌꺼기는 신장을 거쳐 소변과 함께 방광에 모이기 때문에, 소변을 많이 배출해야 해야 항암제 찌꺼기의 독성이 몸에 쌓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요지로 말했다고 한다.

간호사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 그는 항암 주사제를 맞는 순간에도 물을 계속 마시는 등 소변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항암제의 부작용으로 대장에서 수분 흡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설사가 계속 진행될 때에도 물 마시기를 그치지 않았다.

세번째 비결은 가벼운 운동을 포함해 가능한 한 신체 활동량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암 진단 및 첫 항암치료를 위해 처음 한달 동안 입원한 것을 비롯해 매월 한 차례씩 항암 주사제를 맞기 위해 사흘간 병원에 입원할 때에는 새벽 5~6시에 일어나 아침운동을 하고, 낮에는 침대에 눕지 않고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한다.

또 퇴원해서 집에서 생활할 때는 아침을 먹자마자 경기 고양시 서오릉 근처의 옛 일터로 나간다. 암 진단 이후 직업적인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건축자재 도소매업은 그만두었다. 하지만 옛 일터 주변에는 어울릴 수 있는 친구들이 많이 있어 그들과 낚시도 하고 바둑도 두는가 하면, 사무실에 혼자 있을 때에는 붓글씨, 수석 등 취미생활을 즐기느라 여전히 바쁘다.

“제 생활은 암 진단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어요. 주변 사람들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게 당연하죠. 항암제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은 빠졌지만 가발을 쓰고 있어 큰 불편 없이 지내고 있어요.”

그는 자신이 폐암에 걸린 이유에 대해 담배를 피운 것도 있지만, 건축자재를 팔기 위해 전국을 무대로 차를 직접 몰고 다니며 영업을 뛰느라 굶는 일이 잦았고 스트레스가 많았던 탓으로 생각하고 있다.

“암 진단을 받기 1년 전인 2004년 6월께부터 피곤하고 다리가 무거운 느낌이 들었고, 낮에는 하품이 나고 졸렸어요. 당시 담배를 끊었는데도 체중이 불어나지 않았지요. 결국 소화불량 증세가 나타나고 체중이 줄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폐암을 발견하게 됐어요.”

암 발견 당시 체중은 72㎏에서 이틀에 200g씩 빠져 65㎏ 이하까지 떨어졌으나, 악착같이 끼니를 챙겨먹는 노력을 기울인 끝에 지금은 정상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매일 체중, 대·소변량 등을 점검해 조금이라도 변동이 있으면 즉각 대처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병원에 가보면 암환자들이 걸을 수 있는데도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제가 아는 암환자도 그랬는데 서너 달만에 숨졌어요. 암환자들이 제발 자포자기하지 말고 끼니 꼭 챙겨먹고 물 많이 마시고, 될수록 많이 움직였으면 좋겠어요.”

글·사진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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