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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08 17:03 수정 : 2006.08.09 13:52

■ 병과 친구하기 ■
류머티즘 관절염 극복한 김인순씨 /

“내 힘으로 걸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양쪽 무릎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걷기 재활에 성공한 김인순(58·경기도 용인시)씨는 류마티스 관절염 진단을 받은 지 4년만에 팔·다리 관절이 완전히 굳어버려 한 걸음도 걷지 못했던 쓰라린 경험을 간직하고 있다.

그는 막내아들이 돌이 됐을 무렵인 지난 1981년에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됐다. 갑자기 손가락에 힘이 빠져 물건을 떨어뜨리고 다리가 아픈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고급병에 걸렸다’는 말을 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어 남이 해주는 밥을 먹고 살아간다는 뜻에서 ‘부자병’으로도 불리는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린 것이다.

장손의 며느리였던 그는 시어머니의 뜻에 따라 고양이를 삶아먹는 등 주로 민간요법에 의존해 치료했다. 하지만 병세는 호전되지 않고 날로 악화됐다.

“1984년에는 걸을 수가 없어 일년내내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신세로 전락했어요. 팔과 다리가 굳어 몸통에 오그라 붙었지요. 마치 임산부의 뱃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태아와 같은 형태로 변해 앉혀 놓으면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냥 옆으로 넘어갈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1985년 1월부터 두 달간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하면서 다시 걸을 수 있다는 희망을 일구게 된다. 당시 강남성모병원은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수입된 신약을 임상시험중이었다. 그는 이 임상시험에 참여하면서 병원쪽의 배려로 낮 시간대에도 욕조의 따듯한 물에 몸을 담근채 물리치료사가 굳은 팔·다리를 펴주는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마침내 입원 한 달만에 부축을 받고 일어설 수 있었고, 두 달만에 보행 보조기를 착용한 채 퇴원했다.


발병 4년 만에 걸음 못걷게 돼… 치료도 교통사고로 ‘도루묵’
수술 받고 이 악문 재활 “더욱 감사하며 살렵니다”

그는 퇴원해서도 목발을 짚고 혼자 걷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병원 치료를 시작한 지 1년만에 목발 한 개만 짚고도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다. 하지만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1986년 1월2일, 남편과 2남1녀와 함께 일가족이 성묘길에 나섰다가 대형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다행히 모두 목숨은 건졌지만 팔, 다리, 갈비뼈 등이 여러군데 부러져 그는 5개월간, 남편은 무려 10개월간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류마티스 관절염이 있는 상태에서 부러진 다리를 붙이기 위해 기브스를 하니 관절이 다시 뻣뻣하게 굳어졌어요. 두 다리의 무릎 관절이 수개월간 움직일 수 없게 고정된 상태에서 염증에 시달린 끝에 완전히 망가진 거지요. 다시 걷기 위해서는 인공관절 수술이 유일한 대책이었지만 비관적인 의견이 많았어요. 심지어 관절고정술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왔는데, 이는 평생 벋정다리로 살아가라는 뜻이지요.”

이 때 그는 현재 여의도성모병원장으로 일하고 있는 우영균 가톨릭의대 교수를 알게 됐다. 당시 강남성모병원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주제로 건강강좌를 열곤 했던 우 교수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라도 염증만 줄이면 인공관절 수술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나 같은 사람도 인공관절 수술이 가능하다는 우 교수의 강의를 듣는 순간 너무 감격해 눈물이 펑펑 쏟아졌어요. 다시 걸을 수 있다는 희망이 솟아난 겁니다. 넉넉치 않은 살림에 수술비가 만만치 않았지만, 남편을 설득했어요. 결국 1988년 6월에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해 양쪽 무릎을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을 받았지요. 수술을 마치고 일주일 가량 지났을 때 회진하러 병실에 들른 우 교수님의 손을 잡고 병실 한쪽 끝에서 다른쪽 끝까지 걷는 연습을 한 날 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그는 인공관절 수술 뒤 걷기 재활을 위해 퇴원할 때까지는 병동을 하루에 다섯 바퀴씩 돌라는 말을 듣고 죽을 힘을 다해 그것의 14배인 70 바퀴를 돌았고, 퇴원해서는 목발을 짚고 집 근처를 하루평균 3시간 가량 걸어다니는 등 억척스럽게 노력했다. 자동차 운전면허까지 취득해 다른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의 본보기가 되기도 했다.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환자가 있으면 꼭 찾아가 용기를 북돋우곤 했어요. 하지만 인공관절 수술에도 불구하고 끝내 걷는데 실패한 사람도 여러 명 봤어요.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걸으려는 노력은 안하고 수술이 잘못됐다고 핑계나 대지요. 걷기 위해서는 인공관절 외에도 근육과 인대가 필요합니다. 통증이 아무리 심하더라도 이를 악물고 걷는 연습을 해야 근육과 인대를 단련시킬 수 있는 거지요.”

그는 인공관절 재수술의 고비도 거뜬히 넘겼다. 2001년엔 오른쪽 무릎의 인공관절이 깨져 재수술을 했고, 지난 4월에는 왼쪽 무릎의 인공관절을 재수술했지만 걷기 재활에 다시 성공한 것이다.

“처음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재활에 성공했을 때 ‘덤으로 받은 인생 즐겁게 살아가겠다’고 마음 먹었지요. 이제 인공관절 재수술까지 했으니 더욱 더 즐겁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렵니다.”

용인/글·사진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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