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 다한증’ 치료중인 송순옥씨 서울 노원구에 사는 주부 송순옥(49)씨는 자신의 손과 발에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이 있다는 사실을 무려 40년 가까이 주위 사람들에게는 물론 남편한테까지 감쪽같이 숨겨왔다. “옛말에 병은 자랑하라고 했는데, 저는 제 병(수족 다한증)을 공개한 적이 없어요. 공개할 용기도 없었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 숙명으로 알고 지내다 보니 40년 가량 흘렀어요. 올 들어 1월부터 집과 가까운 을지병원에서 다한증 치료를 받고 있지만, 가족들조차 아직까지 모르고 있어요. 아마도 신문에 제 기사가 나가면 놀랄 사람들 많을 거예요.” 그가 다한증 환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그의 엄마뿐이었으나 돌아가셨기 때문에, 지난 23일 기자와 인터뷰를 할 때까지만 해도 자신 외에는 최근에 만난 친언니와 을지병원 치료진만 그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친언니 역시 그로부터 다한증 치료를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너 정말 다한증 때문에 고생했냐’고 되물었을 정도로, 그는 다한증을 철저히 숨겼다. 어릴적부터 땀 많이 나 비밀로… 연애할 때도 손 못잡고 팔짱만,
8개월째 매주 이온영동치료, “간단하고 부작용 없어 좋아요” “중학생 때 ‘왜 내 병을 고쳐주지 않느냐’고 엄마를 원망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죽을 병도 아닌데다 마땅한 치료법도 없고, 다들 살아가는 데 바쁜 시절이어서 그랬는지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지요.” 그가 다한증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다. 시험시간에 답안지가 젖지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했고, 체육시간이나 무용시간이 되면 친구들 손을 잡는 일이 곤욕스러워 망설이곤 했다.
사회에 진출해 직장에 다니던 처녀 시절에는 땀이 손바닥에 흥건할 정도로 많이 나와 항상 손수건을 책상 서랍에 넣어 두고 남의 눈에 안 띄게 수시로 손을 닦았다. 남편과 연애를 할 때도 손을 잡으려고 하면 팔짱을 끼는 방법으로 다한증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했다. 결혼 뒤에는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가사에 전념했기 때문에 악수를 하는 등 대인관계를 맺어야 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는 덜했지만, 음식을 만들 때에도 다한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스트레스였다. “나물에 양념을 넣어 무치는 일을 맨손으로 한 적은 한번도 없어요. 김밥을 말 때도 반드시 위생장갑을 끼고 했지요. 명절 때 송편이나 만두를 빚는 일이 가장 문제였는데, 시댁에서는 송편과 만두를 직접 만들지 않고 사서 먹었기 때문에 천만다행이었어요.” 다한증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불편이 만만치 않았지만 그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은 채 스스로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신문에 다한증 관련 기사가 나오면 가위로 오려두고 보는가 하면 방송 건강프로그램에서 다한증을 다루면 빼놓지 않고 시청했다. 마침내 올 1월 다한증을 치료하기로 결심한 그는 집 근처에 있는 을지의대 을지병원을 찾아갔다. 그동안 독학으로 다한증 관련 각종 정보를 섭렵한 결과 교감신경을 차단하는 수술도 필요하다면 감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을지병원 흉부외과 박만실 교수는 이온영동치료법을 권유했다. 이 치료는 미량의 전류가 흐르는 수돗물(또는 발한억제 약물을 탄 물)에 손과 발을 20~30분 가량 담갔다가 꺼내는 간단한 방식이다. 박 교수는 “이온영동치료법은 손과 발에 다한증이 있는 거의 모든 환자의 증상을 개선시키지만 치료효과 지속기간이 한달 정도에 그쳐 병원에 자주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며 “하지만 다한증의 여러가지 치료법 중 가장 안전하고 부작용도 거의 없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한증 치료법으로는 이온영동치료 외에도 발한억제 약물을 바르거나 복용하는 방법, 땀샘 제거 수술, 보톡스 치료, 교감신경 차단술 등이 있지만 부작용이 심하거나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교감신경 차단술은 시술자의 20~25%가 시술 뒤 보상성 다한증이나 미각성 다한증으로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보상성 다한증은 손, 발, 겨드랑이 등 원래 다한증이 있던 부위 이외의 다리나 몸통 등에서 땀이 많이 나는 증상이 새로 생기는 것을 말한다. 미각성 다한증은 매운탕 등 자극이 강한 음식을 먹을 때 땀을 비정상적으로 많이 흘리는 것을 가리킨다. 보톡스 치료는 손바닥 100여군데에 보톡스 주사를 놓아야 하는데 매우 비싸고 치료효과가 일시적이라는 단점을 안고 있다. 손과 발의 보톡스 치료효과는 3~4개월, 겨드랑이는 6개월 정도 지속될 뿐이다. “이온영동치료가 너무 간단해 다한증이 치료되리라고는 믿기지 않았어요. 하지만 1주일에 한차례씩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서 손바닥이 점점 뽀송뽀송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지금은 다른 사람의 손을 잡는 데 자신감이 붙었어요. 남편이 옆에 있으면 은근히 손을 내밀어 잡곤 하지요.” 글·사진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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