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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05 19:09 수정 : 2006.09.06 17:36

■ 병과 친구하기 ■
구강암 수술한 김동옥씨 /

“구강암 수술을 한 뒤에는 3년 가까이 죽과 같은 유동식을 먹거나 밥을 물에 말아 먹고 살았어요. 하지만 한달 전부터는 틀니를 임플란트로 고정하는 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난 덕분에 김치도 씹어 삼킬 수 있게 되어 너무 기뻐요. 마치 새 세상을 만난 것 같아요.”

공군 대령으로 예편한 김동옥(73)씨는 지난 2003년 8월11일 혀 밑부분과 입 바닥 점막에 생긴 구강암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뒤 틀니를 끼고 살기는 했지만, 그것은 발음을 좀더 또렷하게 하고 남한테 보기 흉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을 뿐이었다.

틀니는 그에게 이중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구강암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애물단지’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심한 풍치 때문에 이를 하나도 남김없이 뽑을 수밖에 없었던 1996년부터 틀니를 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틀니를 착용한 지 8년 만에 구강암에 걸렸다.

“미국에 이민을 갔다가 10년 만인 93년에 고국으로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무척 심했어요. 풍치는 91년께 생겼는데, 당시 치과의사는 이를 뽑지 않고 그대로 두게 되면 잇몸 자체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당장 모든 이를 뽑은 뒤 의치를 할 것을 권했어요.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3년이나 흐른 뒤에야 뽑았지요. 그동안 잇몸은 틀니를 제대로 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어요. 잇몸이 형편없이 주저앉은 탓에 틀니가 제대로 고정되지 못한 채 움직이면서 구강 점막에 계속 마찰을 일으킨 끝에 구강암을 일으킨 것이지요.”

그는 처음에 한 틀니가 맞지 않아 2000년에 다시 해 넣었지만 밥먹을 때 조심하지 않으면 틀니가 빠져 혀와 잇몸 사이를 찌르고, 혀가 떨어져나갈 정도로 심하게 깨무는 등의 불상사를 피할 수 없었다.


서울대 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이종호 교수는 “구강암의 가장 큰 유발요인은 흡연과 음주로 알려져 있지만 틀니가 잘 안 맞을 때에도 구강점막에 만성적인 자극을 일으켜 암을 발생시키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흡연이라는 선행요인이 있는 상태에서 틀니에 의한 만성자극이 가해지면 구강암이 생길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뜻이다. 김씨는 2000년께 비로소 금연을 하기까지 하루에 두 갑 이상 담배를 피운 골초였다.

이 교수는 또 “구강암은 환자 자신의 눈으로 관찰이 가능하고, 치과에서도 간단한 검진만으로 쉽게 찾아낼 수 있다”며 “하지만 통증이 없어, 많은 환자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병을 키우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10년 전 풍치 심해 틀니 끼웠으나 8년간 염증에다 흡연으로 발병
11시간30분 절제·복원 대수술 “전공의 적어 빠른 치료 어려움”

구강암의 대표적인 증세는 입천장이나 뺨 안쪽에 백반 또는 홍반이 생기는 것이지만, 의사들도 구강암에 대한 인지도가 낮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2003년 초부터 혀와 아래 잇몸 사이의 점막이 까진 듯 빨갛게 변하자 구강암을 의심하고 병원에 간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의사는 “그렇다고 암에 걸리면 모두가 다 암에 걸리게요”라고 말했다. 그 말에 안도하기는 했지만 4개월이 지나도록 홍반이 낫지 않아 동네의원에 갔더니 일단 치료해 보자고 해 3주간 매일 치료를 받았지만 차도가 없었다. 결국 동네의원 의사는 “웬만한 외상은 3주 치료하면 낫는데 이상하다”며 “입 안에 백태와 같은 반점이 있는 것도 의심스러우니 큰 병원에 가보라”고 조언했다. 결국 서울대 치과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한 끝에 구강암 진단을 받았지만, 그 이전에 다른 큰 병원 이비인후과에서는 “암은 무슨 암입니까? 틀니가 자꾸 마찰을 일으켜 상처가 낫지 않는 거니 치과 가서 고치는 게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6개월 가까이 병원을 전전한 끝에 비로소 구강암 진단을 받은 것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당장 수술을 받을 수 없어 한 달간 대기하면서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모순을 깨달았다고 한다.

“다른 대학병원도 알아봤지만 구강암 수술 환자들이 밀려 있었어요. 치과 의료인력들이 보철처럼 돈벌이가 되는 분야에는 몰려 있지만, 구강암 수술처럼 고생만 하고 돈벌이는 안 되는 분야에는 부족하다는 거예요. 인구의 노령화로 구강암 환자는 늘어나고 있는데, 정부가 지원을 해서라도 구강암을 수술할 수 있는 의료인력을 확충해야지요.”

구강암 수술은 평균 70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수술시간이 매우 긴 이유는 구강암은 절제시 얼굴 외모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언어와 식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복원 수술까지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또한 11시간30분 동안 구강암 수술을 받으면서 잘라내어버린 혀 아랫부분과 입 바닥을 복원하기 위해 발등과 손목 부위 피부를 떼어내 갖다붙였다. 발등과 손목 부위 피부는 허벅지 피부를 이용해 복원했고, 잘라낸 허벅지 피부는 다시 자랄 수 있도록 치료하는 길고도 복잡한 수술 과정을 거친 것이다.

글·사진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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