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디스크 수술 후유증 이영순씨 /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목 디스크 수술을 성급하게 한 것 같아요. 수술한지 2개월만에 두 팔이 24시간 내내 감전된 듯이 저려오는 증상이 다시 시작됐어요. 하지만 수술한 병원에서는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어요. 할 수 없이 민간요법 등으로 눈을 돌렸지만 증상 악화를 막을 수는 없었어요.” 전업주부인 이영순(47)씨는 목뼈(경추) 부위를 지나는 척수관이 퇴행성 변화에 의해 좁아져 척수 신경을 누르는 ‘경추증성 척수증’으로 팔·다리 마비 현상이 발생해 지난 1995년 3월 목 디스크 수술을 받은 것을 포함해 모두 4건의 경추수술을 받았다. “재봉틀로 천을 박아 옷을 만드는 일을 10여 년 간 했어요. 결혼한 뒤에도 집에서 부업으로 계속했는데, 천을 박느라 고개를 숙인 채 장시간 일한 게 탈이 된 것 같아요. 재봉틀 일을 할 때 어깻죽지와 팔이 저려오면 엎드려 아이들 보고 등을 밟으라고 했어요. 나중에는 등 밟는 것도 시원치 않아 등에서 쿵쿵 뛰라고 했지요. 미련한 짓을 한 거지요.” 결국 1995년 초에는 왼쪽 팔을 들어올릴 수 없을 정도로 저린 증상이 나타났다. 깜짝 놀라 병원에 갔더니 목 디스크라며 빨리 수술해야 한다고 권유해 곧바로 수술을 받았다. 당시에는 경추 보다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척추 부위의 디스크 질환도 수술에 앞서 보전치료를 우선적으로 실시한다는 것도 모른 채 수술만 하면 다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목 디스크 수술의 효과는 고작 2개월로 끝났다. 두 팔에 심한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잠자다가 목이 막힌 듯 호흡곤란 증상까지 발생했다. 디스크 수술을 한 병원을 찾아가니 “목 부위라서 수술을 또 할 수는 없고 통증완화 치료를 하면서 지켜보자”고 해 양방치료를 포기하고 한방과 민간요법 등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지압원에 간 적도 있지만 ‘수술을 했기 때문에 손을 댈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집 안은 치료에 쓰려고 사둔 매트, 찜질기, 부항 등 각종 의료기기들로 넘쳐 났다. 용하다는 한의원도 많이 다녔고, 테이핑 요법, 침, 추나요법과 같은 치료를 받았지만 신경통증은 손과 팔에서 다리까지 내려가며 점점 심해졌다. “등쪽이 아파 잠도 못 자고, 상체는 항상 쪼이고 당기는 느낌이었고, 다리는 솜을 물에 담갔다 꺼내 놓은 듯 천근만근 무겁기만 했어요. 목을 쳐들고 걷지 못했어요. 목이 자라 처럼 몸 속으로 들어가고 땅으로 처박히는 것 같았지요. 손가락이 힘이 빠지고 오그라들기 시작해 음식을 하다 뜨거운 물에 데기 일쑤였어요. 젓가락질도 못하고 단추도 제대로 끼지 못했지요. 결국 부엌일을 못하게 됐어요.” 결국 2002년부터 다시 대형병원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3년말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국제척추센터에서 치료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찾았다.
“서울과 부산의 대학병원을 여러 곳 찾아가 정밀검사를 받아 보기도 했지만‘이래서 어떻게 사느냐’는 동정적인 말만 들었어요. 수술을 하기도 어렵고, 설사 수술을 받아도 더 이상의 증상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어요.” 김석우 국제척추센터장(정형외과 교수)은 이영순씨의 증상에 대해 “50~60대에 주로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인 경추증성 척수증이 일찍 찾아온 경우로 볼 수 있다”며 “목 디스크 수술을 한 부위의 뼈가 무너지면서 신경증상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봉제일 10년만에 두팔 마비증상, 디스크 수술 두 달만에 도루묵
경추 고난도 재수술 3번 뒤 호전 “나으면 다른 환자 돕고 싶어” 또 “경추증성 척수증은 목 부위를 지나는 척수를 둘러싼 관이 골극이 자라고, 후종·황색 인대가 두꺼워지는 등에 의해 좁아져 척수가 압박되어 신경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라며 “초기에는 목과 팔 부위에만 증상이 나타나 목 디스크로, 중기 이후에는 중풍으로 오인하기 쉽다”고 덧붙였다. 중증의 경추증성 척수증은 목뼈 뒷 부위에 돌출해 있는 극돌기를 가느다란 실톱을 이용해 세로로 절개해 벌려놓음으로써 척수 압박을 완전히 해소하는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난이도가 높다. 김 교수는 2003년 11월 이씨에게 이 수술을 한 뒤, 2004년 2월 목뼈 앞쪽에 있는 기존의 목 디스크 수술 부위를 교정하는 수술을 했고, 이어 2004년 5월 목뼈를 고정한 나사못을 교체하는 수술을 했다. 모두 세차례의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이씨의 목뼈 상태는 좋지 않았다. 이씨는 수술 후 신경마비 증상이 거의 회복됐고, 손가락도 펴졌지만 아직까지는 근력이 부족해 신경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부엌 일을 포함해 집안 일을 빨리는 못해도 손빨래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어요. 그동안 성질 한번 안낸 남편이 너무 고마워요. 몸이 더 회복되면 거동하기가 불편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사진 한강성심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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