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뇌졸중으로 오른쪽 팔·다리가 마비됐던 서정례(76·오른쪽)씨가 지난 21일 서울아산병원 동관 6층 대강당에서 열린 대한노인병학회 주최 건강노인선발대회에서 ‘질병 극복상’ 수상자로 결정된 뒤 동료와 활짝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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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설날 갑자기 쓰러져 자식들에 짐 되지 않으려…
등산·요가·노래부르기 열심 “걷고 항상 웃으면 좋아져요” “같이 사는 큰아들이 러닝머신을 집에 사다 놓기도 했는데 잘 하게 되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중풍교실을 운영한다는 소문을 듣고 2004년 여름부터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서울노인복지센터는 그의 삶의 중심무대가 됐다. 그는 아침 6시면 꼬박꼬박 일어나 밤새 뻣뻣해진 몸을 요가로 유연하게 풀어준다.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배운 요가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요가를 마치면 아침을 먹고 9시에 집을 나선다. 걸어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지하철 4호선 녹번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홍제-무악재-독립문-경복궁역을 지나 안국역에서 내려 근처에 있는 서울노인복지센터에 도착하는 시간이 9시30~40분. “서울노인복지센터에 도착하면 우선 옥상에 올라가 돌을 깔아놓은 길을 맨발로 10여분간 걸은 뒤 중풍교실에 가서 1시간 가량 자전거를 타지요. 그 뒤부터 오후 5시께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는 자유시간인데 대부분 노래방에서 손뼉을 치면서 즐겁게 노래 부르면서 보냅니다. 중풍 환자들은 명랑하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지내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의사 선생님들이 강조하는데, 노래방에서는 가슴이 답답할 때 소리도 마음대로 지를 수 있어 좋아요.” 주변 사람들은 요즘의 그를 보고 ‘기적 같다’고 한다. 걷는 모습에서 약간의 불편함이 있는 것으로 보일 뿐, 그가 한때 뇌졸중으로 신체의 절반이 마비됐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조차 챌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회복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뇌졸중으로 신체의 일부분에 마비 증상이 와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재활훈련을 받고 있는 30여명의 환자 가운데 가장 좋은 ‘건강성적’을 보였고, 지난달 21일에는 센터를 대표해 75살 이상 노인들이 건강함을 겨루는 건강노인 선발대회에 나가 ‘질병 극복상’을 받았다. 전국에서 도전장을 내민 100명 가운데 서류심사를 통과한 2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기초체력과 정신건강, 일상생활 능력을 측정하는 각종 검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함으로써 질병 경력이 있는 노인 가운데 가장 건강한 사람으로 뽑힌 것이다. 기초체력 검사는 2분 동안 제자리 걷기, 30초 동안 일어섰다 앉기, 3m 왕복 걷기, 의자에 앉아 앞으로 굽히기, 30초 동안 2㎏짜리 덤벨 들기, 등 뒤에서 양손 잡기 등 유연성·민첩성·근력·평형성을 측정하는 내용이다. 그는 서울노인복지센터에 하루도 빼놓지 않고 다니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로 자신을 도와주는 친언니보다도 더 다정한 사람을 꼽았다. “그분은 저보다 2~3살 많지만 노인들이 혈압을 재고 물리치료하는 것을 도와주는 등 자원봉사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어요. 나도 몸이 성하면 그 언니처럼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나 같은 사람 만나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걷고 항상 웃어야 한다고요.”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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