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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4 18:50 수정 : 2006.02.28 15:17


새내기 유방암 환자 4명의 ‘다시 사는 법’

“새내기 유방암 환자로 첫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재발할까 걱정도 되지만 또 치료받으면 되지요. 낙관적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유방암을 발견하고 수술 받은 뒤 1년 6개월 정도 된 임경옥(52·경기도 용인시 상현동)씨를 비롯해, 전영자(64·경기도 성남시 수내동), 이현실(40·경기도 용인시 구미동), 염경심(35·경기도 용인시 기흥읍)씨는 모두 새내기 유방암 환자다. 수 개월에서 수 년을 넘기기 힘든 암 환자들에게 새내기란 말이 어룰리지는 않지만, 유방암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초기 유방암 환자는 10명 가운데 8명 정도가 10년 이상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병 초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15~20년은 물론이고 건강한 사람들처럼 평균 수명을 다 누리는 사람도 많다. 대신 재발도 매우 흔하다. 10년 안에 재발할 확률은 25~40%가량 된다. 이에 유방암을 만성질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결국 암이 발견돼 치료를 받은 지 네 달에서 1년 6개월 된 이들은 앞으로 갈 길이 먼 ‘새내기’인 셈이다.

치료가 끝난 뒤라 마음의 평안을 얻었지만 이들은 진단받을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염씨는 “1년여 전에 유방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순간 ‘이 나이로 삶을 마감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언제 암을 앓았었던가 생각할 정도로 건강합니다”라고 말했다. 전씨도 “암이라는 말을 듣고 지나온 삶과 가족들 얼굴이 맨 먼저 떠오르더라구요. 지금은 주변에서 언제 수술 받고 나왔냐며 신기해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씨는 “그나마 수술 등으로 치료되니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의사 선생님은 앞으로 갈 길이 더 많이 남았다고 하지만 마음 편하게 지내려고 해요. 수술 뒤 흉터가 남은 가슴을 보고 있으면 속 상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꿋꿋하게 이겨내야죠”라며 삶의 의지를 다졌다. 그는 수술 받기 이전 모양으로 유방을 복원하는 수술을 받기 전이어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옷을 갈아 입어야 하는 수영장, 목욕탕 등은 피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이들도 그 이야기에 모두 공감했다.

100여명 모아 ‘환우회’ 삶의 의지 다져
정기검진만 잘하면…“일상 즐기며 극복”

수술을 받은 뒤라도 항암 치료나 호르몬 치료를 하다보면 임신 등도 고민하게 된다. 아이 하나를 둔 염경심씨는 “저처럼 젊은 환자들은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절망감에 빠져 있는 분들도 있다고 해요”라면서 “치료가 잘 끝나면 임신도 가능하다는데, 엄마 입장에서는 새로 태어나는 아이에게 해가 될까 걱정하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부부 관계를 피하는 환자들도 있다. 김성원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남편들은 오히려 편안하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환자들 스스로 위축돼 성 관계를 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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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등의 치료로 완치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들은 여전히 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산다. 서울아산병원 유방암클리닉 안세현 교수팀의 연구를 보면 유방암 1기는 10년 만에 4명 가운데 1명 정도, 유방암 2기는 10명 가운데 4명쯤에서 재발한다. 이 때문에 재발을 지나치게 염려하다가 건강을 해치는 사람들도 많다. 때문에 관련 전문의들은 환자들에게 정기적인 검진만 잘 하면 쉽게 발견해 치료할 수 있으므로 너무 걱정하지 말도록 주문한다. 임경옥씨는 “유방암이 재발되면 다시 치료하고, 또 생겨도 다시 치료할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비록 암이지만 만성질환처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질병으로 여기고 당당하게 극복해 낼 겁니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100여명의 환자들과 환우회도 구성했으며, 함께 유방암을 극복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치료 받은 뒤에 혼자 고립되거나 사회 활동을 끊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럴 필요는 전혀 없다”며 “환우회 활동을 비롯해 정상적인 생활을 하되 정기 검진 등으로 재발여부만 잘 관리해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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