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치 체조 가르치며
내·남 고통 함께 보듬어
“노약자석도 당당히 앉아요” 지금은 타이치 체조와 약물 치료 등으로 류마티스 관절염을 잘 관리하고 있지만 이씨 역시 질병 초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씨가 류마티스 관절염을 알게 된 때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수술장 간호사로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29살에 첫 아이를 낳고 석 달 만에 류마티스 관절염이 생겼다. 병이 진행됐지만 진단으로 알아내지 못해 여섯 달이 지나기도 전에 손가락, 발가락의 뼈에 변형이 온 것은 물론 무릎, 발목, 손목 등의 연골도 모두 닳아 없어졌다. 얼굴 턱뼈의 관절도 손상됐다. 먹을 수가 없어서 몸무게도 15㎏이나 줄었다. “여섯 달 만에 삶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걷는 것은 물론 숟가락도 집을 수 없었고, 턱이 아파 말도 못할 지경이었지요. 갓 태어난 아들을 돌봐 줄 수도 없게 됐을 땐 그만 삶을 마감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이런 이씨가 삶의 끈을 놓지 않게 도와 준 사람들은 대학 동창들이었다. 동창들은 모금한 돈을 들고 집을 찾아와 자신도 바라보기 싫었던 얼굴을 쓰다듬으며 용기를 줬다. 이씨는 그 때부터 약물 치료에도 적극 나섰으며, 운동도 스스로 찾아 하게 됐다. 운동은 수영만 했다. 그러다 10여 년 전인 1992년부터 대학시절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수중 운동으로 바꿨다. 물 속에서 관절 운동을 하다보니, 관절에 중력 부담이 덜 가면서 유연성이 좋아졌다. 여섯 달쯤 꾸준히 한 뒤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계단 오르내리기도 가능해졌다. “이때부터 류마티스 관절염을 관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대한류마티스건강전문학회에서 관절염 자조관리과정 강사 교육을 받아 전문 강사도 됐고요. 1996년에는 수중운동 강사, 2000년에는 타이치 운동 강사로 활동하게 됐어요.” 이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을 위해 보다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공부도 시작했다. 마을버스, 지하철 등을 이용해 통학시간만 2시간 30분이 걸리지만 2001년 간호대학 석사과정을 마쳤고 지금은 박사과정을 다니고 있다. 이제 이씨는 관절염 환자들을 위해 사회가 도와줘야 할 것이 많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손가락이 변형돼 손잡이를 돌리기 힘들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병뚜껑을 따 달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학교 오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노약자석에도 당당히 앉아요. 간혹 노인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하지만, 설명을 들으면 다들 잘 이해해 줍니다.” 이씨는 자신의 경험을 들며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의 배려가 관절염 치료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여성들이 많이 걸리는 류마티스 관절염은 환자가 직장생활은 물론이고 집안일도 할 수 없도록 합니다. 지속적인 치료를 위해 가족과 주위 사람들의 이해와 도움이 절실합니다. ”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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