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과 친구하기] 4년전 천식 발병 허수정씨 “천식을 이기려고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하프 코스 마라톤에 참가할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허수정(30·서울 노원구 월계동)씨는 월·수·금요일 아침 6시면 어김없이 집 부근 중랑천변을 달린다. 한 시간 동안 뛰는 거리는10km가량. 시간이 맞으면 아버지와 함께 달리기도 한다. 화·목·토요일에는 여동생과 함께 동네 수영장을 찾는다. 일요일을 빼면 매일 아침 1시간 이상씩 운동을 하는 셈이다. 허씨는 땀흘리는 운동 자체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가 하루 일과를 운동으로 시작하는 이유는 천식 등으로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다. 인터넷 웹 디자이너로 일하던 허씨는 2001년부터 매일 새벽 잠을 설쳤다. 새벽 3시쯤이면 기침이 너무 심해져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동네 의원에서는 결핵이라고 했다. 약을 먹었지만 증세는 여전했다. 그렇게 2년 동안 기침을 달고 살았다. 잠을 못자 낮생활이 힘들었고, 밤에는 기침이 심해질까 두려웠다. 증세가 심할때면 병원을 찾아 기침을 가라앉히는 약을 먹고 견뎠다. 2년 전 마침내 큰일이 났다. 새벽에 기침이 심해지더니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응급실로 실려갔다. 그때서야 자신의 병이 천식임을 알았다. 허씨는 의사로부터 약물치료를 받으면 증세는 완화되지만 기침이 심해지지 않도록 평생을 잘 관리하면서 살아야한다는 말을 들었다. 병은 소문을 내라는 말에 따라 처음에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배즙, 파뿌리 등 천식에 좋다는 음식은 다 먹었다. 하지만 효과는 별로 없었다. 지금은 운동과 흡입제 등의 약으로 천식을 다스리고 있다. 규칙적 생활에 운동 꾸준
10월 하프 마라톤 도전
환경오염 심각함 깨닫고
“시민단체에 기부금도” “천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을 때 이중의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기침 때문에 괴로웠고, 무슨 전염병이라도 걸린 사럼처럼 쳐다보는 주위의 눈빛 때문에 괜스레 주눅이 들곤 했습니다. 기침은 줄었지만 사람들의 눈초리는 여전합니다.” 직장 생활도 힘들었다. 동료들은 위로나 이해는 고사하고 담배를 계속 피워대 증상이 더 심해졌다. 잦은 밤샘 근무도 힘들었다. 허씨는 결국 직장을 그만뒀다. 왜 이런 병에 걸렸을까. 궁금했다. 허씨는 밤샘 근무, 불규칙한 생활, 스트레스 등으로 몸이 약해져 천식이 나타난 것으로 이해한다. “밤샘근무를 하면서 간식을 많이 먹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지 2~3년 만에 몸무게가 20㎏이나 늘었습니다.” 그는 스트레스나 만성 피로가 천식을 악화시킨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심증을 더욱 굳힐 수 있었다고 한다. 천식을 알게 된 뒤로는 허씨의 생활은 많이 바뀌었다. 밤샘 근무가 잦은 직장을 그만 두면서 지금은 프리랜서 웹 디자이너로 일한다. 그 덕분에 하루 일정을 스스로 짤 수 있다. 재택 근무를 하면서부터 담배 연기를 마실 일도 없어졌다. 카펫, 방석, 이불 등에 붙은 먼지를 치우는 등 집안 환경도 자신의 몸에 맞게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운동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달리기, 수영 등을 꾸준히 하면서 몸이 좋지 않았을 때보다 몸무게를 15㎏이나 줄였고, 예전의 건강과 몸매도 되찾아 가고 있다. %%990002%%천식을 앓으면서 그는 황사, 미세 먼지, 대기 오염 등 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환경운동 단체에 기부금도 내고 있다. “천식으로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 무척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좀 더 시야를 넓히니까 환경 문제가 원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대기 오염 등 환경 공해가 해결되어야 천식이 예방되고 조절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꾸준한 운동과 약물 치료 등 개인적인 노력만으로 천식을 관리하고 있는 허씨는 이제 질병을 앓고 있다는 생각도 잊어 버릴 때가 많다. 게다가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도 좋아져 다가오는 10월에는 마라톤 하프 코스에 도전할 예정이다. “천식 때문에 삶이 불편해진 것은 분명해요. 하지만 나와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돌아보게 되고, 운동 같은 좋은 습관이 생기게 된 것은 천식 덕분이 아닐까요. 그렇게 고마운 마음으로 천식을 잘 관리하면서 즐겁게 삽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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