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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1 18:38 수정 : 2006.02.28 15:15

■ 루프스 앓으며
상담 자원봉사하는 김외순씨

“동변상련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같은 병을 앓는 사람이 상담을 해주니 불안과 두려움에 떨던 환자들도 곧잘 힘을 낸답니다.”

21년째 루푸스를 앓고 있는 김외순(52·서울 서초구 방배동)씨는 루이사(루푸스를 이기는 사람들 협회)에서 환자 상담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로 9년째다. 루푸스는 피부, 관절, 혈액과 콩팥 등 몸의 여러 조직과 기관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김씨는 매주 화요일 서울 종로구 운니동 루이사 사무실을 찾아 상담을 한다. 직접 찾아오는 환자도 있고 전화로 물어오는 이도 있다. 다른 요일에도 집으로 전화를 거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그는 그들을 안심시키고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넨다.

김씨는 루푸스 환자들에게 상담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루푸스 초기 환자들은 이 질환의 다양한 증상에 불안해합니다. 의사에게 충분히 물어보지 못한 것에 대해 상담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안심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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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면역질환 중 하나
여러기관 염증으로 고통
“피로·햇볕 주의하고
긍정적으로 병증 수용을”

실제 루푸스는 자가 면역질환의 하나이기 때문에 증상이 다양하다. 얼굴에 붉은 점이 생기거나, 콩팥 질환, 관절염, 장막염, 입 안의 궤양, 신경계 질환 등 기준 증상만 11개가 된다. 이 가운데 4개 이상이 나타나면 루푸스로 진단된다.

김씨도 처음 5년 동안은 자신이 루푸스 환자인줄도 모르고 지냈다. 20년 전 둘째를 제왕절개 수술로 낳은 뒤 어깨가 매우 아프고 고열이 났지만, 주변에서는 ‘산후풍’이라며 잘 쉬고 잘 먹는 것만을 권했다. 잉어, 가물치 등 산모에 좋다는 음식을 먹는 등 여러 가지 민간요법도 해봤지만 몸은 더 나빠졌다. 신장이 나빠지고 한쪽 폐가 기능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악화된 뒤에야 병원을 찾아 루푸스란 진단을 받았으며, 스테로이드 등 본격적인 치료는 1994년부터 시작했다. 지금은 약 등으로 증상이 잘 조절돼 생활에 지장이 없다고 한다.

“처음 관절염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났을 때 주위에서 이런 질환에 대해 아는 사람도 없었어요. 인터넷은 물론 컴퓨터도 거의 없었던 시절이라 어디 물어볼 데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증상도 다양해 진단도 되지 않아 고생이 더 많았답니다.”

환자들이 겪는 그런 어려움을 알기에 김씨는 루이사 창립 초기부터 활동을 했다. 1997년 석 달 동안 상담 훈련 교육도 받았다. 김씨는 환자들에게 피로와 햇볕을 주의하라고 말한다. 피로와 햇볕은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그 자신 평소 집안 일을 하다가 피로하면 바로 일을 멈춘다. 남편은 물론 자녀들도 이를 알기에 적극적으로 집안일을 나눠 맡고 있다고 한다. 그는 가벼운 걷기나 스트레칭 같은 가벼운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다. 피로가 무섭기는 하지만 운동을 해야 관절이나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햇볕을 피하기 위해서는 그는 모자, 양산, 자외선 차단제 등을 늘 지니고 다닌다. 이런 그의 경험은 모두 다른 환자들에게 상담을 통해 전달된다.

루푸스를 치료하면서 스테로이드 등의 부작용으로 얼굴이 자주 붓기도 하지만 김씨는 질병 때문에 생긴 삶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맞이하고 있다. 김씨는 “햇볕을 차단하기 위해서 화장을 진하게 하니 주변 사람들이 예뻐졌다고 얘기해요. 평범한 주부에서 이제는 질병을 상담해주는 자신이 대견합니다. 앞으로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상담도 할 계획이예요. 다른 환자들이 저의 상담을 통해 용기를 얻는 것을 보면 제 질병이 다 나은 것 같아 행복함을 느낄 때도 많아요.” 글·사진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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