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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2 18:00 수정 : 2006.02.28 15:14

■ 만성신부전증 환자 김철종씨

일주일 사흘 투석치료…그러나 ‘밝게 사는 환자’
“시간제라도 일하고 싶소…짜증 받아주는 아내여 고맙소”

“신장이 망가져 일주일에 세 번씩 혈액투석을 받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지친 모습 보이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이대목동병원 인공신장실을 오가는 사람들은 김철종(48·서울 양천구 신정동)씨를 ‘밝게 살아가는 환자’라고 이야기한다. 김씨는 ‘만성신부전’ 환자다. 일주일에 사흘씩 아침 6시나 오전 11시쯤 이곳을 찾아 4시간 정도 혈액투석을 받는다. 혈액투석은 신장 기능이 망가져 피 속의 노폐물을 걸러내거나 이온 농도를 조절할 수 없는 경우에 필요한 것으로, 쉽게 말해 인공신장과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다. 김윤수 담당 간호사는 “혈액투석 받는 사람 가운데 젊은 사람도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김철종 환자는 운동, 식사 조절 등의 자기 관리를 잘 할 뿐만 아니라 항상 밝은 얼굴로 치료를 받아들이고 있어 다른 환자들에게도 힘을 준다”고 말했다.

벌써 8년째 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김씨지만 처음부터 지금 같은 자세로 병을 대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9년 전쯤 처음으로 신장 기능이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았다. 여섯 달쯤 지난 뒤에는 소변에서 피가 섞여 나왔다. 검사 결과 ‘만성신부전’이었다. 게다가 신장에서 걸러진 소변이 모아지는 방광에도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필이면 왜 나한테 이런 병이 생겼는지 화가 났습니다. 사회에 도움 되는 큰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남에게 해를 끼친 적도 없는데….” 가족과 종교의 도움으로 원망스런 마음을 다잡고 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병은 혼자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만성신부전으로 진단된 뒤 10년 가까이 일하던 구청 토목과 일용직 근무도 그만두게 됐다. 구인 광고를 보고 여러 군데 전화를 해 봤지만, 투석 받고 있다는 말에 모두 고개를 저었다.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시간제 일자리도 구할 수 없었다. 결국 그동안 모았던 돈과 퇴직금, 전세금 등도 다 혈액투석 치료비로 날렸다. 초등학교에 막 들어간 아이들을 포함해 네 식구의 생활비도 마련할 길이 없었다. 결국 김씨의 아내가 공공근로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해 생활비를 벌었지만 살림살이는 점점 기울어 마침내 생활보호대상자(현재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당시에는 자살할 생각에 투석 치료를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지요. 힘겹게 일하는 아내와 아이들 얼굴을 보면서 다시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교의 힘도 매우 컸고요.”

혈액투석을 꾸준히 받은 뒤부터 증상은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이들이 걱정됐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 딸이 아버지가 만성질환자라는 사실과 그 때문에 생활보호대상 가정이 되자 기가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생활보호에 대해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하면서 세금을 잘 낸 덕분에 받는 혜택”이므로 부끄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혈액투석을 받고 있지만 다른 아버지처럼 같이 놀러다닐 수도 있고, 얼마든지 잘 생활한다”며 아이들을 북돋아줬다. 그는 아이들에게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항상 강조하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다. 다행히 아이들은 그를 잘 이해하고 돕는다. 10평짜리 연립주택에 전세로 살지만, 그는 불평하지 않는 가족들이 고맙기만 하다. 특히 아내에게 그렇다. 김씨는 “밖에서는 밝게 살아간다고 칭찬을 듣지만 집에서는 짜증도 잘 내는데 아내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잘 받아준다”며 고마워했다.

투석과 함께 산책 등의 운동과 음식 조절 등으로 병을 관리하고 있는 김씨가 요즘 들어 가장 바라는 것은 바로 일자리다. 그를 받아주는 일터가 없어 지금은 예전 경험을 살려 전에 살던 동네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 그의 아내도 당뇨 합병증으로 구청의 공공근로 같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 살림살이가 더욱 어려워졌다.

“시간제 고용이라도 돼서 돈도 벌고, 지금껏 받은 혜택을 사회에 돌려주고 싶은 생각입니다. 자라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어서 떳떳한 아버지가 돼야죠.”

글·사진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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