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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6 17:13 수정 : 2006.02.28 15:11

“네 고통 나도 잘 안단다” 어린 시절 암을 앓았던 김남균씨가 소아과 전공의가 돼 소아암 환자를 돌보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 소아과 전공의 김남균씨

중학 2학년때 림프암과 싸워 앓는 어린이 보면 ‘동병상련’
“투병 경험 이야기해주며 함께 이겨내자 희망 나누죠”

“의사라고 해서 자신의 질병을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보다 더 힘든 아이들도 많기 때문에 투병기를 자랑처럼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저의 경험 때문에 힘 내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뿌듯합니다.”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아픈 아이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소아과 전공의(레지던트)인 김남균(27·경기도 수원시 영통동)씨는 소아암으로 이 병원에 입원한 아이들과 보호자들에게 꽤나 널리 알려진 유명인이다. 김씨는 이 아이들과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역시 중학교 다닐 적에 림프암의 한 종류인 비호지킨스 림프종을 앓았다. 이 사실을 아는 환자 보호자들은 백혈병 등 소아암을 앓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김씨 사례를 희망으로 들려준다. 환자 부모들은 “참고 잘 견디면 금방 다 나아서 아픈 사람들 고쳐주는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암이라는 힘든 질병을 앓는 아이들에게 큰 희망이 되는 셈이다.

그가 암 판정을 받은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아주 어릴 적 여러 차례 경기를 한 뒤 뇌파에 이상이 나타나 병원에 갔던 것을 빼면 어디 하나 아픈 곳이 없었다. 운동도 좋아해 건강은 물론 체력도 남보다 좋았다. 그러던 어느날 속쓰림이 시작되어 점점 심해졌다. 자주 토하고 잘 먹지도 못했다. 피로도 쉽게 느꼈다. 체력은 눈에 디게 떨어졌고 몸무게도 크게 줄었다. 병원을 찾아 위내시경 및 혈액 검사 등을 한 결과 비호지킨스 림프종 판정을 받았다. 게다가 이미 많이 진행된 4기였다.

“암이라고 진단되니까 그 어린 나이에도 죽음이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치료 잘 받으면 좋아진다는 말에 좀 안심이 됐지만 아직도 그 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죠.” 진단 뒤 항암 치료 및 방사선 치료를 1년 넘게 받았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다행히 항암제 치료에 잘 반응해 완치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70% 이상 완치가 되는 편이지만 당시엔 나을 확률이 절반에 불과했다. 운이 좋았던 셈이다. 물론 재발의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어서, 지금도 일년에 한 번씩은 추적관찰 검사를 받고 있다.

완치 판정 뒤에도 체력이 회복되지 않는 등 몸은 많이 상해 있었으나, 다행히 공부하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었다. 진로를 두고 고민할 때는 생명공학 계통도 생각해 보았으나, 크게 아팠던 경험이 그를 의학도의 길로 이끌었다. 졸업 뒤에도 자신의 경험을 살려 어린 아이들의 아픔을 돌보는 소아과를 택했다.

“어느 병원에서 전공의 과정을 할까 고민하다가 제가 치료받았던 세브란스병원에 지원했어요. 마침 저를 치료했던 유철주 교수님에게 의업을 배워나가는 행운을 얻기도 했죠.”

김씨는 요즘 소아암 환자를 돌보다보면 곧잘 자신의 경험을 떠올린다. “제가 치료받을 때 항암제 주사를 맞고나면 몸이 너무 힘들었어요. 뒤척이다 간신히 잠들 때 다음날 깨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할 때도 많았어요. 지금처럼 토하는 것을 막아주는 약도 없어서, 항암제 주사 맞으면서 토한 적도 있었죠.” 이런 경험으로 그는 보호자나 암을 앓는 아이에게 치료의 고통 등도 환자 처지에서 훨씬 상세하게 설명한다.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항암제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자근자근 알려준다.

“치료받을 때 항암제나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으로 머리가 많이 빠지고, 얼굴과 상체에만 집중적으로 살이 쪄 보기 싫었거든요. 운동은 엄청 좋아했는데 과거와는 달리 수영 같은 것만 했어요. 수영모 쓰면 머리 빠진 모습이 안 보이잖아요.” 이런 김씨의 경험은 항암 치료라는 힘든 과정을 버티고 있는 아이들에게 그 자체로 희망이다. 그러나 그가 언제나 잊지 않고 있는 것은 자신의 경험이 전부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자신보다 더 힘든 아이들도 있다고 여긴다. 주치의가 되고 나서부터는 더 신중해졌다.

“제가 견딘 부작용이라고 해서 아이들에게 그냥 막무가내로 버티라고 할까봐 조심하고 있어요. 질병도 하나의 성장 과정이 될 수 있으니, 함께 이겨내 보자고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최선을 다해 치료하려는 마음을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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