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나무회 회원들의 혈당 검사 기록표를 가리키며 환하게 웃는 조용길씨. 그는 20년 동안 운동과 식사요법으로만 혈당 조절에 성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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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동 당뇨 박사’…함께 모여 운동·식사조절 마침 일본에 다녀 올 일이 있었던 조씨는 그 곳에서 대만 의사가 쓴 당뇨 조절 생활 요법을 번역한 책과 일본 책을 만나게 됐다. 일본 종합상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어 그 책들을 읽을 수 있었던 그는 그 내용을 번역해 함께 강좌를 듣던 다른 환자들과 지식을 나눴다. 그를 계기로 1987년 엄나무회가 탄생했다. 당뇨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함께 운동하고, 혈당을 높이지 않는 식단을 짜 밥도 같이 먹었다. 모임을 만들고 2년 뒤에는 백병원을 설득해 환우회 사무실도 구할 수 있었다. 이 때부터는 의사보다 당뇨에 대해 설명을 더 잘 해 주는 ‘당뇨 박사’로 통하기 시작했다. 다른 환자들과 함께 당뇨에 대해 공부하면서, 조씨는 운동과 식사 조절을 꾸준히 실천했다. 아침마다 식사 뒤에 불광동 근처 북한산 자락을 30~60분 걸었다. 저녁에도 식사 뒤에 동네 골목길을 30분 정도 걸었다. 엄나무회 사무실을 나갈 때도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면서 또 걸었다. 식사는 주로 야채류, 해조류 등을 챙겨 먹었다. 쌀도 도정을 덜 한 현미를 먹었고, 비빔밥이나 물냉면과 같이 여러 가지가 섞여 있는 음식을 주로 먹었다. 대신에 술, 담배는 멀리 했으며, 밀가루나 설탕처럼 사람 손이 많이 간 가공식품이나 정제식품은 피했다. 이런 운동과 식사 조절로 투여 받는 인슐린 양은 빠른 속도로 줄었다. 네 달 만에 48단위에서 4단위로 줄였다. 그 뒤 담당 의사의 권유대로 아예 인슐린을 끊었다. 지금은 아무 약도 먹지 않고 오직 운동과 식사 조절만으로 혈당을 120~140 정도로 조절하고 있다. 모임 이름도 사연이 있다. 엄나무가 혈당 조절에 좋다는 이야기를 옛날 서적들에서 조씨가 발견한 것이다. “엄나무회로 정한 뒤 일본을 다시 찾을 일이 있었습니다. 마침 기회가 돼 동경대 부속병원의 당뇨환자들과 관련 의사들을 만났는데 그들도 엄나무 효력을 알고 있어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조씨는 “우리 모임이 그렇다고 엄나무를 잘 챙겨 먹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요즘도 엄나무회 회원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건강강좌를 같이 듣고, 점심을 먹으며 정보를 나눈다. 식후에는 같이 골목길을 걷고 혈당 수치도 함께 검사하면서 서로의 몸상태를 알아보기도 한다. 또 자신들의 경험을 담은 소식지를 발행해 여러 당뇨 환자들에게도 보내고 있다. 운동도 함께 챙겨 매주 토요일에는 가까운 산을 찾아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병의 성질을 잘 몰라 아직도 헤매는 당뇨 환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이 일이 많은 당뇨인들에게 희망이 되리라 믿으며 남은 인생도 여기서 함께 할 생각입니다.” 글·사진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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