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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27 18:01 수정 : 2006.02.27 15:17

베체트병의 증상들을 채식을 중심으로 한 자연식과 때때로 하는 단식으로 조절하고 있는 류호현씨가 아내 조민자씨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 베체트병 류호현씨

“콩이나 견과류를 중심으로 한 자연식과 정기적으로 며칠씩 아무 것도 먹지 않는 단식을 통해 베체트병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속을 편안하게 하면서 몸의 균형을 찾게 한 생활이 현대 의학도 못 고치는 질병을 다스리게 한 것 같아요.”

류호현(49 ·경기 군포시 산본동)씨가 1997년 진단 받은 베체트병은 입 안이나 성기 쪽에 궤양이 재발하는 게 특징적인 증상인 비교적 희귀한 병이다. 눈 속의 염증과 피부 증상 등도 나타나고 심하면 실명에 이른다. 하지만 원인이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고, 아직까지 현대의학으로는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없어 병원에서는 증상을 일시적으로 줄이는 치료만 할 뿐이다.

교사로 사회 과목을 가르치는 류씨가 자신이 희귀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 것은 1996년 12월 고환에 통증을 느끼면서다. 성기 쪽이 아파 집에서 가까운 비뇨기과를 찾았다.

“아내도 함께 갔는데 의사가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더라구요. 성병으로 진단하는 것 같았어요. 전혀 그럴 일이 없었는데 아내도 옆에 있어 많이 억울했죠.”

처방받은 약을 사흘 동안 먹었지만 차도가 없었다. 통증이 계속되어 다른 병원들을 찾았다. 한 병원에서는 전립선액 검사 등을 통해 부고환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술을 권하는 곳도 있었고, 약물 치료를 처방받기도 했다. 여전히 차도는 없었다.

약을 먹은 지 2~3달이 지났을 때 이번에는 종아리와 정강이에 동전만한 크기로 붉은 반점이 솟아났다. 약물 치료를 받았지만 쉽게 좋아지지는 않았다. 또 입 안에도 종기가 돋았다. 눈이 흐려져 교실 뒤에서 보면 칠판 글씨가 흐리게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서울의 큰 종합병원을 찾았고, 1997년 7월 쯤에 베체트병으로 진단 받았다.

“의사 선생님이 현대 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다고 말 했어요. 심하면 실명할 수도 있으니, 증상이 나타나면 약을 먹으면서 조절할 수 밖에 없다고 했지요. 정말 참담한 심정이 들더군요. 가족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입안·성기 곳곳 궤양 희귀병
실명 경고까지 받았지만 단식으로 몸 독성 빼내고
명상으로 마음 독성 빼내…이젠 병든 환경 치유나서

그 뒤 류씨는 ‘자신이 죽든, 병이 죽든 둘 중 하나’라는 각오로 다른 치료 방법을 찾게 됐다. 그 과정에서 몸을 편안한 자연 상태로 만들어주는 자연요법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전에는 음식도 특별히 가리는 것 없이 아무렇게나 먹고, 술·담배도 많이 했어요. 스트레스가 많기도 했고요. 한 마디로 몸과 마음의 건강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던 거죠.”

그는 몸을 다스리는 첫 치료 방법으로 단식을 시작했다. 단식은 그동안 아무렇게나 섭취해 몸에 쌓인 음식의 독을 제거해내는 것으로 여겼다. 단식을 전문적으로 하는 민족생활관에서 열흘 정도 생활했으며, 동시에 매일 아침마다 담요를 덮었다가 헤쳤다가 하는 풍욕도 했다. 또 냉수와 온수를 번갈아 가는 냉온욕도 함께 했다. 그동안 교직생활 등에서 오는 마음의 상처들은 명상으로 하나 둘 풀어가, 마음의 스트레스도 날려 버렸다. 단식과 명상으로 몸과 마음을 다잡은 뒤 놀랍게도 고환 쪽의 통증은 사라졌다. 피부 증상도 마찬가지였다. 종종 고환 쪽의 통증이 다시 나타났으나, 그때마다 단식으로 통증을 잡아나갔다.

단식과 함께 류씨가 꼭 챙겼던 것은 운동이었다. 단식으로 몸 안의 단백질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어 근육을 붙잡아 두는 운동을 꾸준히 했다. 1시간 30분 가량 걸리는 산길을 걸어서 출근했다. 방 안에서는 팔굽혀펴기나 기구를 사용해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꾸준히 했다. 이를 통해 질병과 단식으로 몸무게가 70kg대에서 50kg대로 줄었지만, 팔 다리의 근육은 붙들어 둘 수 있었다. 음식도 인스턴트 음식이나 가공식품은 피했다. 채식을 주로 했으며, 당근과 같은 뿌리 채소, 상추나 배추 같은 잎 채소 등을 적절히 섞어 먹었다. 단백질은 주로 콩이나 견과류 등을 통해 섭취했으며, 초기 3년 동안은 아예 외식도 하지 않았다.

“점심은 집에서 싸갔어요. 야채에 땅콩, 호두, 깨강정 등만 있으니, 다른 선생님들이 이렇게 먹고 어떻게 사냐고 궁금해 하더라고요.”

이런 생활은 역시 교사로 근무하는 아내 조민자(44)씨의 도움으로 가능했으며, 요즘에는 같이 단식을 하기도 한다. 저녁 식사도 항상 아내와 함께 집에서 하고 있다. 자연과 가까이 하는 생활을 통해 증상을 조절하고 있는 류씨는 환경 파괴 등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 지금은 환경운동단체 회원, 유기농 도농직거래운동을 하는 ‘한살림’의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그는 혼자만 건강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이제는 우리 모두가 자연 속에서 건강해질 방법을 함께 찾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군포/글·사진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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