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초반에 백혈병으로 골수이식수술까지 받았던 강지희씨. 질병을 이겨낸 자신의 경험을 바탕삼아 소아병동에 입원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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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봉사로 아이 환자들에게 희망되고파 강씨가 이처럼 소아 환자들의 공부 가르치기에 열심인 이유는 미국에서 치료받을 때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아버지의 해외근무 발령으로 골수이식수술 등은 미국에서 받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발병해 입원 치료를 받아 수업을 많이 못 들었지만 간신히 졸업은 했어요. 중학교는 1년 쉬었다 갈 수밖에 없었지요. 미국에서 치료받을 경험인데 그곳에서는 큰 병원에 분교와 같은 시설이 있어 오랜 기간 입원하는 아이들에게 수업을 해요.” 영문학을 전공했고 교직 과정도 이수한 예비교사 강씨는 아이들에 따라 기초적인 한글과 영어 알파벳을 가르친다. 그는 “지금은 자원봉사자들의 공부방 형태로 소아 환자들이 공부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정식 교육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강씨 등의 봉사활동은 아이들의 치료과정에도 큰 도움이 된다. 아이들은 또래들과 만나 공부하고 놀면서 외로움과 불안감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씨는 “골수 검사나 항암 치료 등에 따른 고통도 크지만, 아이들은 한창 친구들과 놀 나이에 그들과 떨어져 있는 외로움으로 힘들어 한다”며 “그런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하나 뿐인 여동생의 골수를 이식받아 완치 판정을 받은 뒤 지금은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나누고 있지만 강씨 역시 치료를 받으며 힘든 점이 많았다고 했다. 골수이식과정에서 면역 억제제의 부작용으로 음식을 먹기만 하면 토하기도 했다. 방광이 망가져 한동안 폴리라는 관을 통해 소변을 빼야 했으며, 치료 과정 중에 다른 근육이 손상되어 휠체어 신세를 지기도 했다. 골수의 상태를 파악하려고 하는 뼈를 뚫는 검사는 마취를 한다해도 어린 그가 참기에는 너무 힘든 고통이었다. 검사를 피해 의사나 간호사 선생님만 나타나면 병원 안에서 이리저리 도망치기도 했다. 치료 과정의 고통과 함께 친구조차 없는 병원 생활의 외로움도 그를 힘들게 했다. 치료 과정의 고통과 어려움을 알기에 강씨는 암이 재발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 한다. “저와 비슷한 암으로 입원했던 아이가 암이 재발했다는 말에 의사들이 쓰는 컴퓨터를 집어 던지던 절망감이 이해가 됩니다. 저에게 큰 힘이 됐던 주위 사람들의 기도 등을 생각하면서 그 아이를 위해 같이 기도하기도 합니다.” 골수이식 수술 뒤 강씨는 현재까지 매우 건강한 편이다. 대학 수업을 듣거나 봉사활동을 하는데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 또래 대학생에 비해 건강에 대한 관심은 많아 운동과 좋은 음식은 잘 챙긴다. “질병으로 다시 입원해 치료받을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지요. 동네 헬스장에서 달리기와 근력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음식도 어릴 적 인스턴트 식품을 즐겨 먹던 것에서 질 좋은 야채, 과일, 유제품 등을 잘 챙겨 먹는 편입니다.” 글·사진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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