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이’라는 별명을 가졌을 정도로 아토피질환이 심했던 김방순 원장은 피부 습기 보호와 초기 적절한 치료가 아토피 관리에 중요함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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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실내온도 약간 서늘하게… 초기 치료 중요 약물남용 주의 “억울했죠. 잘못된 치료법이지만 가려움증 심한 부분은 때를 밀어낼 정도로 자주 씻어내고 있었는데도, 깨끗하지 못하다고 매를 맞곤 했으니까요.” 김 원장을 찾는 환자 중에는 입술 주변이 빨갛게 부풀어 올라, 입술 경계가 모호한 아이들도 있다. 그도 어릴 적 그런 증상이 있었다. 입술에 각질이 일거나 갈라지면 침을 묻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하면 오히려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반바지 입기를 꺼려할 정도였다. 오금처럼 피부끼리 부딪히는 부위는 각질이 심하게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때, 머리 피부에 증상이 나타나 약을 발랐는데, 이 때문에 머리 모양이 이상해져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곤 했다. “아토피를 가진 아이들이 지금도 놀림감이 되는 경우도 많은데, 사람을 피하게 되는 등의 이상 감정을 느끼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피부과 의사가 된 것도 아토피 병력 때문이었다. 그는 의대를 다닐 때 만난 피부과 환자들의 고통이 남의 일같지 않았다. 몇 해 전 대학병원 교수를 그만 둔 뒤 지금은 얼굴 홍조 등의 증상을 가진 피부미용 환자를 주로 보고 있지만, 하루 평균 2~3명, 많을 때는 5명 가량 병원을 찾는 아토피 환자들에게는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아토피는 낫는 병이라기보다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조금만 소홀히 해도 가려움이라는 정말 참기 힘든 증상이 있어서 부모들도 아이들도 지치기 쉬워요. 잘못된 치료법에 쉽게 빠지게 되는 이유인데요. 그 때문에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답니다.” 근거 없는 치료를 받다 증상이 심해져 찾은 아이들에게는 아토피를 설명하기 위해 30분 이상 시간을 내는 경우도 많다. 물론 자신의 경험도 들려준다. 그는 아토피가 다른 사람보다 쉽게 가려움을 느껴 문제가 되며 피부를 건조하지 않게 관리하고, 증상 초기에 적절히 치료해 과다한 약물 사용을 막아야 함을 강조한다. 스테로이드 사용이 오남용 되던 과거의 경험으로 초기의 적절한 치료 시점을 놓치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더 많은 스테로이드를 쓸 수 밖에 없게 됨도 자세히 설명한다. “제게 아들 둘이 있는데 모두 아토피 증상이 있답니다. 어릴 때부터 대중 목욕탕을 같이 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탕 목욕이나 때 밀기는 시키지 않고요. 간단한 샤워 뒤에 피부의 습기 유지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그래도 증상이 생겨나면 바로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 연고나 크림 등을 쓰죠. 길어야 2~3일 쓰면 다시 깨끗해집니다.” 김 원장의 설명이 이어진다. 겨울이 되면 아토피 주의보라 할 정도로 증상이 잘 나타난다. 이 때는 무엇보다도 적절한 실내 온도 유지와 습도 조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실내온도는 약간 서늘하다는 느낌이 날 정도가 좋다. 온도가 높으면 가려움을 더 잘 느끼기 때문이다. 보습제는 글리세롤이나 세라마이드 같은 성분이 든 것이나, 기름기로 피부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제품이 좋다. 물에 닿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아토피도 다른 알레르기 질환처럼 면역 검사 등을 통해 원인 물질을 찾아야 한다거나 고기 같은 단백질류의 음식을 주의해야 한다는 말들이 있는데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피부 습기 유지에 무엇보다 주의를 기울이고, 초기에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글·사진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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