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11.29 19:09 수정 : 2006.02.27 15:11

어릴 때 백내장, 녹내장 등의 질환으로 시각장애인이 된 김종훈씨.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작은 연주회를 열고 있다. 한양대병원 제공

■ 병원에서 연주회
   여는 시각장애인
   김종훈씨

“병원에 한 번이라도 입원해 본 사람은 환자들의 마음을 잘 알 거예요. 저도 눈 때문에 여러 차례 수술을 받을 정도로 입원이 잦았거든요. 제 바이올린 연주가 그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된다는 생각에 작은 연주회를 열고 있답니다.”

시각 장애인인 김종훈(37·경기도 용인시 죽전동)씨는 한양대병원 등에서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작은 연주회를 열고 있다. 그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력을 거의 잃었지만, 독일 베를린의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 전문 연주자과정을 졸업했을 정도로 상당한 바이올린 연주 실력을 갖고 있다. 요즘에는 한양대 음대를 비롯해 숭실대 음악원 등에 강의를 나가고 있으며, 서울심포니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이나 단독 연주회도 종종 열고 있다.

김씨가 시력을 거의 잃게 된 것은 태어날 때부터 가진 선천성 백내장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녹내장도 생겨나 시력을 거의 잃었다. 지금은 왼쪽 눈은 아예 보이지 않고, 오른 쪽은 교정시력이 0.01 이하이다. 요즘도 녹내장이 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기적인 안압 검사를 받고 있고, 약물 치료도 계속 하고 있다. 0.01도 되지 않는 시력이라도 그에겐 큰 희망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시력이 거의 없어 자연스레 음악 쪽에 관심을 갖게 됐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부터 바이올린을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했죠. 집안 형편이 별로였지만 부모님들도 제가 좋아하는 일이라 적극 도와주셨답니다.”

제대로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가장 큰 문제가 된 것은 ‘악보 보기’였다. 남들은 음표가 그려진 작은 악보를 볼 수 있었지만, 김씨는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볼 수 있는 큰 악보가 필요했으며, 이를 그의 어머니가 큰 달력 뒷면에다가 직접 그렸다. 김씨는 “어머니가 그려 주신 달력 뒷면 악보는 대학 때까지도 계속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대학 졸업 뒤에는 독일로 유학을 다녀왔으며, 그곳에서도 독일 출판인협회에서 선정한 올해의 음악인상을 받기도 했으며, 독일 대통령 궁 초청연주회를 갖기도 했다.

선천성 백내장으로 시력 잃고
대학 땐 자살도 시도해

바이올린 연주로 독일서 인정받은 뒤
한양대병원서 틈틈이 연주회

다른 연주자들과 다르게 시각 장애라는 불편함을 지니고 있었기에 그에게는 좌절도 많았다. 독일 유학 시절에도 여러 차례 자살 생각을 할 정도로 절망에 빠지기도 했으며, 대학 때는 아예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리기도 했다. 척추 뼈가 몇 개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목숨은 건져 한양대병원에 입원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주변 아는 사람들이 찾아와 건네 주는 위로 한 마디가 그렇게 큰 힘이 됐어요. 나중에 힘이 된다면 질병의 고통을 겪는 환자들에게 격려를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올해 5월부터 시작한 병원 연주회도 이제는 자리를 잡았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 긴장된 마음을 달래고자 사연과 신청 곡을 보내 온 환자도 있을 정도다. 한양대병원 한 직원은 “매번 연주회에 거는 환자들의 기대와 호응이 대단하다”며 “연주자가 시각 장애인이라는 이야기까지 들으면 다들 큰 희망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로 ‘사랑의 인사’,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헝가리 무곡’ 등 잘 알려진 곡들을 연주하는 김씨의 연주팀 이름은 ‘듀오 글로리아’이다. 피아노 연주와 함께 진행되는데, 교회에서 만난 정보미(36)씨가 이를 맡는다. 정씨 역시 미국 유학 시절 신장 기능이 악화돼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다. 요즘도 계속 병원을 다니지만 다행히 건강을 차츰 회복하고 있다고 했다.

독일 유학시절 아내를 만나 이제 한 아이의 아버지인 김씨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독일보다 덜한 현실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했다. 거의 보이지 않지만 지팡이를 이용해 계단 등도 오르며 지하철, 버스 등도 타지만, 사람들이 너무 바쁜 탓인지 밀치거나 옆구리 등을 찌르기도 한다고 했다.

“질병이나 장애는 누구나 다 겪을 수 있는 ‘불편함’이라는 생각이에요. 장애가 없는 사람들도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조금만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합니다. 저부터라도 제가 가진 작은 것이라도 나누려 하고요.”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병과 친구하기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