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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06 16:59 수정 : 2006.02.27 15:10

■ 대장암 극복한 김명원씨

“대장암 극복하면서 운동, 식사 등 생활습관도 고쳤어요.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오면서 원래 하고 싶었던 글 쓰는 일과 학교 강의도 하게 됐고요.”

김명원(46·대전시 유성구 도룡동)씨는 약대를 졸업해 제약회사를 다니기도 했던 약사지만 지금은 시인이며, 대학에서 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삶을 이렇게 갑자기 바꾼 계기는 바로 대장암의 진단과 치료과정을 겪으면서다. 제약회사를 다니면서 두 아이와 남편하고 살고 살았던 김씨는 1995년 배가 평소보다 심하게 아파 동네의원과 병원을 찾았다. 처음에는 왼쪽 배가 살살 아프더니, 석 달 만에 배 전체가 아팠다. 종종 잠을 이룰 수가 없을 정도였다. 아이들 키우랴, 회사 일 하랴,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 것으로만 생각했다. 결국 통증이 심해져 동네 의원을 거쳐 병원을 찾았다. 대장 내시경 등 몇 가지 검사 뒤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30대 중반 3기 암판정
수술과 항암치료 받은 뒤
집도 식습관도 생활도 바꾸고
사표 내고 ‘시인’의 꿈 이뤄

“아찔했어요. 이 젊은 나이에 제가 죽어야 한다는 사실이 억울하기도 했고요. 아이들과 포함해 가족들이 없었다면 이겨내야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절망에 빠졌을 겁니다.”

결국 수술을 받고 13달 동안 항암치료를 받았다. 대장도 잘라내고, 항암제도 쓰고 있어 설사 같은 부작용이 너무 심했다. 음식 먹는 것이 두려울 정도였다. 이와 함께 어지럼증, 두통 등도 심했으며, 심리적인 우울증도 생겼다. 신경정신과에서 상담 및 치료도 받았다. 하지만 이 모든 어려움을 그는 이겨냈다. 그 뒤 5년 동안 재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 두 달 간격의 정기적인 검사를 했다. 지금은 2년에 한 번씩 검사를 받고 있다.

대장암의 치료 과정 가운데 김씨의 삶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집도 서울 중심부에서 산책 등을 할 수 있는 서울 외곽으로 옮겼다. 나중에는 대전으로 이사갔다.

“대장암이 생기게 된 원인이 뭔지를 생각하면서 직장생활을 비롯해 모든 제 생활을 돌아보게 됐어요. 어떤 습관이 암을 생기게 했는지 고민했지요.”

먼저 식사습관을 규칙적으로 바꿨다. 그동안 직장생활에다 아이 키우기에 너무 바빠 싱크대에서 대충 밥 말아먹고 다니던 시절에 대한 반성이었다. 탄산가스가 든 음료나 인스턴트 음식은 피했다. 대신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챙겼다. 요즘 잘 먹는 음식은 토마토, 브로컬리, 상추, 부추, 양배추, 쑥갓 등과 같은 야채다. 그렇다고 육식을 피하지도 않는다. 설사가 심했던 회복 기간에도 어머니가 챙겨주신 고기 국물을 마셨다. 자주 먹지는 않지만 지금도 회식이나 모임 때 고기를 피하지는 않는다. 대신 고기나 생선이 탔으면 먹지 않는다.

병을 앓기 이전엔 하지 않았던 운동도 시작했다. 그는 아예 차를 타지 않으려 하고, 무조건 걷는다. 아침에는 아파트 뒷산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50분 정도 걸리는데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 걷기 덕분에 설사 뒤 나타났던 변비도 고쳤다. 김씨가 이처럼 바깥에서 하는 운동을 즐기는 이유는 또 있다.

“햇볕은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우울증이 몹시 심했을 때도 바깥에서 햇볕 쬐며 걸으면 나아졌어요. 어떤 질병이든 밖에서 햇볕 쬐며 걸으면 몸과 마음 모두에 도움을 줍니다.”

질병은 생활습관 뿐만 아니라 직업을 비롯해 삶 전체를 바꿨다. 제약회사를 그만 두고 그토록 하고팠던 문학 공부와 글쓰기를 시작한 것이다.

“원래 학창시절 ‘문학소녀’였거든요. 죽음의 문턱까지 가 보고 나니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항암치료와 정기적인 검진을 거치는 동안 김씨는 동네 주부 백일장에 나갔다. 질병으로 삶이 깊어진 만큼 그 감정을 담아 시를 썼다. 여기저기 백일장 대회에도 참석했다. 1년 뒤에는 시인으로 등단하기에 이르렀다. 대학원 공부도 시작해 국문학을 전공했다. 이제는 대학에서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다.

“암과 같은 위중한 질병도 무조건 박멸한다는 생각보다는 내 몸이나 내 삶의 일부처럼 생각해야 해요. 질병 뿐만 아니라 삶 전체를 돌아봐야 제대로 된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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