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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10 16:58 수정 : 2006.02.27 15:08

15년 전 간이식 받은 이상준씨

■ 간이식 수술 받은 이상준씨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살아가야지요”

15년 전에 간 이식 수술을 받은 이상준(57) 알파코리아 대표는 간 이식 환자의 최장기 생존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비결’이 있느냐고 묻자 지극히 평범한 삶의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2천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전국간이식인협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수많은 간 이식 환자들을 만나본 결과 그들의 90% 이상이 ‘과로에 의한 스트레스’ 때문에 간이 망가졌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간 이식 환자들은 대부분 일중독 환자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중소기업 사장으로 한창 잘나가던 시절에 공장 직원들과 밤새워 일하기를 밥 먹듯이 했으니까요.”

70년대 말 전자업체를 세워 사업 전선에 뛰어든 그는 1991년초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된 궤도에 진입했을 당시 좀 피곤하다는 느낌이 들어 병원을 방문하고 나서야 자신의 간이 회복 불능상태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비(B)형 간염으로 인한 간경화가 심하게 진행되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진단이 나오자 집사람은 ‘일만 해서 일찍 죽기엔 너무 억울하지 않느냐’며 삶의 희망을 꺾지 말라고 격려했지요.”

그는 간경화에 따른 사형선고를 받은 그해 여름 부모님을 뵙기 위해 청주 고향집에 내려갔을 때 다시 한번 삶의 의지를 다지게 된다. “복숭아를 먹고 체했는데 고통이 너무 심해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모습을 보여 부모님한테 너무 죄송했지요. 장남으로서 부모보다 먼저 죽는 불효자가 되지 않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고 기도했습니다.”

그는 마침내 1992년 10월 9일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교수팀으로부터 23시간에 걸친 간이식 수술을 받게 된다. 장기를 기증하는 문화가 거의 없었을 당시 서울아산병원 부원장이었던 홍창기 교수님의 18살된 조카가 교통사고를 당해 안구 2개, 신장 2개, 간을 기증하는 ‘천운’과 만난 것이다.

그는 간 이식을 계기로 400여명 규모의 전자업체를 정리한 뒤 주로 기독교 관련 서적을 취급하는 알파코리아 출판사를 차려 운영하고, 간이식 환자들의 대변인 역할도 하면서 가족과 신앙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라 안팎 어디를 가든지 집사람과 함께 동행하고 있습니다. 집사람과 함께 근무도 하고 있지요. 주변에서는 마누라 잘 얻었다고 합니다. 음식과 약을 챙겨줄 뿐만 아니라 운전도 교대로 해주는 등 매우 헌신적이기 때문이지요.”

간경화로 시한부 인생 통보… 천운으로 간 기증받은 뒤
중소기업 접고 가족·신앙에 충실… 장기기증운동에도 뛰어들어

그는 15년을 한결같이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두 차례씩 매일 면역 억제용 알약을 복용하고 있고, 30~40일 마다 한 차례씩 병원을 방문해 면역억제용 주사제를 맞고 있지만,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전혀 없다고 한다.

“생사의 위기에 처해 있었을 때를 생각하면 알약 먹고, 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일은 아무 것도 아니지요. 또 개인적으로 전문가가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사 선생님이 하라는대로 합니다.”

그는 또 “늘 감사한 마음으로 병원에 간다”면서 “병원에서 의료진을 만날 때 마다 항상 같이 식사할 것을 제안하기 때문에 “‘밥 사주겠다’는 말이 자신의 주특기가 되어 버릴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회사에 공간을 내어 전국간이식인협회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장기기증운동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을 여는 등의 활동을 벌이게 된 것은 간이식 수술과 수술후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실현되기 이전에 안타까운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은 이승규 교수팀의 세 번째 간이식 수술 대상자였는데, 두 번째로 간이식을 받은 환자가 8년 가량 생존한 뒤 숨졌을 때 한 차례에 140만원 가량 하는 면역억제용 주사제를 더이상 맞을 돈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또 간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가 자식들한테 더이상 경제적 부담을 지울 수 없다며 자살한 일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의 새해 소망은 운전면허증에 장기 기증 의사 표시가 되어 있는 사람이 교통사고가 나 뇌사자가 되었을 때에는 친권자의 동의 없이도 장기이식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규정을 고치는 것이다.

“뇌사자 장기 기증을 활성화해 장기 이식을 위해 중국 등지로 나가거나, 장기를 밀매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또 선진국에 비해 산 사람의 간을 떼어주는 생체 간이식이 많은 상황도 개선해야지요.”

안영진 기자 young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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