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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31 18:35 수정 : 2006.02.27 15:05

[병과 친구하기] 폐 이식 수술받은 나금순씨

“선천성 심장 질환으로 어릴 때부터 숨이 차는 증상에 시달렸어요. 6년 전 폐 이식 수술을 받은 뒤 지금은 가장 좋아하는 것이 운동이랍니다.”

나금순(40·경기도 고양시 성사동)씨는 걷기나 탁구, 배드민턴 같은 운동에 푹 빠져 지낸다. 택시 기본요금을 모를 정도로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닌다. 엘리베이터도 거의 타지 않고 계단을 이용한다. 집 근처 공원 산책은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는다. 체육공원의 탁구교실에도 참가하고 있다. 아마추어 탁구대회에 나갈 정도로 기량도 늘었다. 그 덕분에 인슐린으로 조절했던 혈당은 이제 약 없이도 정상 범위를 유지하고 있다.

나씨가 이처럼 운동에 빠지게 된 데에는 어릴 적 선천성 심장 질환으로 제대로 달리기도 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한 ‘한풀이’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찼어요. 체육 시간은 지옥이었죠. 당시 전남 영광의 한 면에 살 때라 병원이 없어 제대로 진단도 받지 못했어요. 숨 차는 것이 정상이고, 남들도 다 그런 줄로만 알았죠.”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부터 나씨의 숨 차는 증상 등은 조금씩 더 심해졌다. 남들보다 감기도 자주 걸렸고, 또래 아이들에 비해 몸무게도 훨씬 덜 나갔다. 몸이 좋지 않아 어른들에게 업혀서 학교에 갈 때도 있었다. 의사의 진찰로 진단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라디오 등에서 심장병에 관련된 사연을 들어 자신도 같은 병에 시달리는 것으로 의심했다. 하지만 나씨는 그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다. 어른들이 충격에 시달릴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나씨가 심장 질환으로 처음 병원을 찾은 것은 20살 때쯤이다.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서 병원에 옮겨졌다. 예상대로 선천성 심장질환인 ‘동맥관 개존증(PDA)’이 있었으며, 폐결핵도 앓고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동맥관 개존증은 대동맥과 폐동맥의 연결 통로가 태어나면서 막혀야 하는데 그대로 남아 있는 질환이다. 폐에 과다한 혈액이 흐르게 돼, 폐에 물이 차는 등의 증상으로 폐가 망가져 호흡곤란이 나타날 수 있다.

결핵은 꾸준한 치료로 회복이 됐다. 선천성 심장 질환은 20살, 26살 때 두 차례의 수술을 받았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숨 차는 증상이 심할 때는 종종 피가 넘어오기도 했지만 의사도 그런 말을 했고 저도 그냥 운명인가보다 하고 살았죠.”


증상은 점차 심해져, 음식을 잘 먹지도 못했고, 누워서 자기도 힘들어졌다. 폐 이식 수술을 받을 기회가 있었지만 수술이 너무 두려워 거부했다. 그러다 6년전쯤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 양쪽 폐 이식수술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고민끝에 수술을 받았다.

6년 전 양쪽 폐 이식 수술로… 선천성 심장질환 이겨내
‘체육시간은 지옥’ 예전과 달리… 요즘은 운동이 제일 좋아

수술을 받은 뒤 거의 일년 동안은 다시 걸음마부터 배워야 할 정도였지만 나씨는 이를 이겨냈다. 신기했다. 걸어도 숨이 차지 않았다. 얼마나 기쁘던지 그는 몇 발짝 내딛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걸었다. 1년 뒤에는 웬만한 달리기에도 숨이 차지 않아 점차 운동을 즐기게 됐다. 백화점 아르바이트 일을 하면서 요즘도 시간 나는 대로 운동을 하다보니, 주변 다른 사람들보다 더 건강하다는 생각도 한다.

이식 수술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당뇨 환자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당뇨를 관리하게 되면서 운동과 함께 음식 조절도 철두철미하게 하기 시작했다. 음식은 가리지 않았지만 먹는 양만큼은 꼭 조절했다. “평생 짐으로 달고 살 것만 같았던 호흡곤란을 떼어 내니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당뇨, ‘그까이꺼’였죠. 비스킷 한 개, 사과 한 조각을 셀 정도로 양을 챙겼습니다.”

하루에 뭘 먹었는지와 그에 따른 혈당의 변화를 기록한 음식 일지도 당뇨 조절의 일등공신이었다.

수술 뒤 나씨는 가끔씩 바이러스에 감염돼 병원을 찾기도 한다. 남들 같으면 그냥 외래에서 치료를 받지만, 그는 이식 수술의 경력 때문에 입원을 할 때도 있다. 이런 그에 대해 백효채 영동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수술 뒤 나씨처럼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는 예는 매우 드문 일”이라며 “밝고 긍정적인 성격과 건강관리를 위한 꾸준한 노력이 완쾌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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