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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29 22:38 수정 : 2010.07.29 22:38

권태호 워싱턴 특파원

“한해 한국산 자동차 79만대가 미국에서 팔리는데, 미국산은 한국 시장에서 7000대 판매에 그치고 있다.”(28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미국 상품에 대한 시장접근성이 개선되지 않는 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회 비준은 없다.”(27일, 샌더 레빈 미 하원 세입위원장)

“한국인들은 (수입차 점유율이 늘어나도록) 움직여야 한다.”(26일, 스티브 비건 포드자동차 국제정부문제 담당 부사장)

한-미 에프티에이의 미 의회 비준을 놓고 미 정부, 의회, 업계가 연일 한목소리다. 민주당 하원의원 110명은 기존 에프티에이 내용이 미국에 불리하다며, 크게 바꿔야 한다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22일)

많은 이들이 어리둥절할 것 같다. 2007년 한-미 에프티에이 협정이 타결될 때 시민단체들이 ‘불평등 조약’, ‘졸속 협약’이라고 했는데, 알고보니 그때 그렇게 협상을 잘했단 말인가?

현재 미국에서 요구하는 ‘추가협의’는 자동차와 쇠고기에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쇠고기는 에프티에이 협정과 관계가 없다. 쇠고기를 문제삼는 핵심 인사는 상원 재무위원장인 맥스 보커스 의원(몬태나주)이다. ‘30개월 미만 쇠고기’로 제한된 수입조건을 ‘30개월 이상’까지 확대하라는 요구다. 그런데 이는 에프티에이 협정문이 아닌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규정을 바꿔야 하는데, 에프티에이 추가협의에 이를 끌어들였다. 미국에서 30개월 이상 소의 80%가 몬태나주에 집중돼 있다.

자동차 분야의 에프티에이 협정을 보면, 한국차를 미국에 수출할 때는 배기량 3000㏄ 미만은 발효 즉시, 3000㏄ 이상은 3년 뒤, 픽업트럭은 10년에 걸쳐 서서히 관세를 줄이도록 돼있다. 반면, 미국차를 한국에 수출할 때는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된다. 어느 나라에 유리한가? 승용차의 경우, 현재 한국의 관세가 8%로, 미국의 3%에 견줘 높음을 고려하더라도 미국이 “불리하다”는 얘기를 하긴 쑥스럽다. 그러니 ‘비관세 장벽’을 말한다. 그러나 그 ‘비관세 장벽’이 도대체 뭘 얘기하는 건지에 대해선 뚜렷한 답변을 않는다. 늘 “70만대, 7000대” 얘기만 앵무새처럼 되뇐다. 여기에도 통계상 오류가 있다. ‘70만대’를 얘기할 땐, 현대·기아차 미국공장 생산 차량과 한국에서 수출하는 차량을 합하고, ‘7000대’를 얘기할 땐 지엠(GM)대우 판매량은 쏙 뺀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의 약 절반은 미국공장에서 생산된다. 미국공장에서 생산되는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 차량은 한-미 에프티에이 적용을 받지 않는다.

지난해 미국차는 한국에서 6140대 팔렸다. 유럽차는 3만7826대, 일본차는 1만7027대 팔렸다. 유럽차와 일본차에만 유리한 독특한 ‘비관세 장벽’ 때문인가? 미 정부, 의원, 업계, 노조가 뭘 잘 모르고 있고,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자주 쓰는 표현대로 ‘오해를 풀어주기만 하면’ 되는 걸까?

미 자동차업계는 한국차와의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없고, 좁은 한국 시장을 위해 힘을 쏟을 여력이 없다. 가능한 한 에프티에이 발효 시기를 뒤로 미루는 게 좋다. 중간선거를 앞둔 의원들은 지역구 이해가 깔려 있어 ‘이렇게 애썼다’는 흔적이라도 남겨야 한다. 미 정부는 업계·노조·의회의 반대를 ‘협상력’으로 전환해 한국과의 협상에서 이를 무기로 꺼내들 수 있다.

이런 미국의 태도를 보면 울화가 치밀다가도 한편으론 부럽다. 우리는 “에프티에이만이 살길”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억누르기에 급급했다. 그렇게 정부 혼자 모든 십자가를 다 짊어지고 나섰으니, 애프터서비스도 온전히 정부 몫이다. 추가협의는 해야 하고, 물러설 수도 나아갈 수도 없다. 딱하다. 지금도 늦진 않았을 것이다.

권태호 워싱턴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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