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8.19 22:39
수정 : 2010.08.19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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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호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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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를 앞둔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각종 의혹이 끝없이 나온다. 의혹의 종류도 위장전입, 위장취업, 탈세, 부동산투기, 로비, 표절 등 다채롭다.
후보자들에 대한 도덕성 시비가 높아지자, 한나라당은 “위장전입에 대해선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청와대는 “청문회까지 가자”고 한다. 일부 보수층은 “미국에선 청문회가 자질과 정책을 묻는 자리인데, 우린 도덕성 시비에 매몰됐다”고 한다.
지난달 엘리나 케이건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청문회를 봐도 총기 소지, 낙태, 동성애자 군입대 등 사회적 이슈가 대부분이었다. 부동산이 얼마냐, 세금 탈루는 없었느냐, 생활비는 얼마냐 따위의 질문은 없었다.
미국 의원들은 워낙 신사적이고, ‘수준이 높아서’ 그런 건가? 워싱턴의 한 외교인사는 “미국의 경우, 후보 임명의 첫째 조건이 청문회 통과 여부다. 탈세나 위법 의혹 등은 이 과정에서 거의 다 걸러져 청문회에 설 정도면 최소한 개인 도덕성 문제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일단 후보가 되면, 해당 부처의 변호사와 후보자의 개인 변호사가 만나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을 하나하나 점검해 나간다. 지명자의 대학 시절 주차위반 전력까지 파헤칠 정도로 철저하다.
이 과정에서 자신도 미처 몰랐던 문제가 튀어나오면 행정부가 먼저 임명을 철회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인준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차관 자리로 거론되던 인사가 (인준 청문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특보로 옮겨지는 일도 가끔 있다.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과거 자신이 설립한 연구소인 신미국안보센터 후원금 모금 과정에 대한 의혹 때문에 행정부 스스로가 인준 요청을 몇 달이나 늦췄다.
무엇보다 미국에선 학군이나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은 찾아보기 힘들고, 세금 탈루, 표절 등은 치명적인 범죄다. 이런 인사는 장관직은 꿈도 꾸지 않는다. 쪽방 투기는 합법 절차만 거쳤다면 미국에선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그 또한 미국에선 공직자가 그런 짓을 한다는 걸 상상하긴 어렵다.
우리는 청문회 대상이 장관급 이상으로 한정된 반면, 미국은 차관보급까지 청문회 대상에 오르는 등 대상이 워낙 많아 1년 내내 인준 청문회 일정이 대기하고 있다. 우리처럼 임명한 지 2주일 안에, 마치 무슨 범죄사실이 더 드러날까 두려워 서둘러 한꺼번에 처리하려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케이건은 5월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지명을 받고, 8월에 청문회를 거쳐 임명됐다.
인사청문회와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미국 경찰을 향해 “(시위대를) 개 패듯이 팬다”며 한국의 일선 경찰들을 독려(?)했다. 또 미국 경찰들은 “인권의식도 사명감도 없다”고 퍼부었다. 미국 경찰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미국은 총기 사용이 자유롭고, 이민자로 구성돼 경찰의 강한 공권력 보장이 일종의 사회적 약속이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는 웬만하면 불법 딱지를 붙이는 우리와 달리, 대부분 시위는 합법성을 보장받고, 경찰은 폴리스라인뿐 아니라 시위대도 보호한다. 이른바 조 청장이 보았을 ‘개 패듯이 패는’ 장면은 극히 예외적이거나 경찰의 불법행위다. 폴리스라인 넘는 시위대와 불명확한 사실을 공식 석상에서 발언하고, ‘개 패듯이 패는’ 경찰을 부러워하는 듯한 경찰청장 후보, 우리 사회에 누가 더 위험한가?
조 후보자가 부러워하는 듯한 미국에는 이런 모습도 있다. 지난 6월 백악관 최장수 출입기자였던 헬렌 토머스(89)는 유대인 비난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사퇴했다. 뉴햄프셔주 하원의원인 티머시 호리건은 “세라 페일린이 죽기를 원치 않는다. 그녀가 죽으면 더이상 실언도 않을 것”이라고 비꼬았다가 문제가 되자, 지난 12일 의원직에서 물러났다.
권태호 워싱턴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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