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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2.30 16:58 수정 : 2010.12.30 20:31

박민희 베이징 특파원

박민희/베이징 특파원

엘리베이터에서 이웃들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한국이 요즘 왜 그러냐고 인사말을 건낸다. 택시 기사들도 북한이 가난하고 한심한 나라인 것은 알겠는데, 괜찮은 나라인 줄 알았던 한국이 왜 계속 군사훈련을 해서 위험한 상황을 만드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 국방부가 군사훈련을 떠들썩하게 공개하고, 한국 대통령이 전쟁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연설하는 모습이 하루종일 주요 뉴스로 등장한다.

인터넷으로 한국 언론을 살펴본다. 한국 바다에 들어와 불법조업하다 한국 순시함에 충돌하고 침몰한 어선 피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하는 중국은 적반하장의 날강도로 묘사된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비난하지 않고 싸고도는 중국은 양심도 없다는 분노가 들끓는다. 과거 ‘가난하고 무례한 중국’의 이미지는 이제 ‘돈 많고 힘세졌다고 안하무인인 악당’의 이미지로 대체됐다. 그 뒤에서는 한국이 중국과 거리를 두고 한·미 동맹 강화하고, 자유무역협정(FTA)이든 뭐든 미국 요구는 웬만하면 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2011년에도 ‘고민’은 끝날 것 같지 않다. 올해 우리가 목격한 것은 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한반도의 평화유지나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대 중국 외교에 힘을 쏟지 않으면 안 된다는 현실이었다. 한국 수출의 24.9%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굴기(부상)라는 역사적 흐름은 훨씬 큰 문제다. 한국 정부와 보수세력은 한·미 동맹 강화, ‘한·미·일’ 전략 공조 강화, 반중감정으로 이를 돌파하려 한다. 이를 고집한다면 한-중 관계는 계속 악화될 것이다. 15~20년 뒤 중국의 힘이 미국을 추월하게 되면 한국은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인가?

올 한해 ‘힘의 외교’를 시도했다가 국제사회의 반발만 초래했다고 판단한 중국이 외교 방향 전환을 시도하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이달 초 ‘평화적 발전노선을 견지하자’는 장문의 글을 발표해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은 신호탄이었다. 한국의 군사훈련에 북한이 반격하지 않도록 중국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전언들이 잇따른다. 1월19일로 다가온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은 미-중 관계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 유소작위의 ‘힘의 외교’를 접고, 때를 기다리며 조용히 힘을 기르는 ‘도광양회’와 ‘와신상담’의 태도로 돌아가겠다는 자세다.

미-중 화해 쪽으로 국면이 바뀌면서, 미국과 밀착해 중국과 거리를 두고 대북 강경책을 강화해온 한국 정부의 상황이 묘해졌다. 미국 언론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공격적 대북정책을 미국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 직후 이 대통령은 “내년 한 해에 북한의 핵 폐기를 6자회담을 통해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달 전 6자회담을 공개적으로 거부하고, 며칠 전까지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던 대통령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그날 통일부는 대북 압박정책과 ‘통일 준비’를 강조하는 업무보고를 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8일 사설에서 “한국은 한반도 안정을 바란다면서도 실탄군사훈련으로 북한을 자극하고 ‘흡수통일’ 계획으로 남북한이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전략적 대항으로 나아가게 했다”며 “한국은 도자기 가게에서 취권을 하는 무사와 같다. 취한 척 연기하고 있는지 정말로 취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비꼬았다.

1월19일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에서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안보상황과 북한 핵문제에 대해 빅딜을 시도할 것이다. 두 강대국의 거래로 한반도 정세의 판이 바뀌는 상황에서, 우리는 원칙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대북정책과 전쟁불사론 속에서 한해를 떠나보낸다.


박민희 베이징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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