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4.28 20:04
수정 : 2011.04.2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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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구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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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정당 ‘감세일본’을 이끄는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의 정치실험은 지난해 이후 일본에서 큰 관심거리였다. 그는 ‘주민세 10% 항구 감세’란 공약의 이행을 가로막는 시의회를 주민투표를 통해 해산시켰다. 또 자신이 추천한 후보를 아이치현의 지사로도 당선시켰다. 그의 인기는 아주 높아서, 이번 4월 통일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전국 각지에서 공천·추천 요청이 그에게 쇄도했다. 그러나 감세정책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가와무라 시장의 뜻은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상당부분 좌절된 듯하다.
감세일본은 4월10일 치러진 나고야 시의회 선거에서 전체 75석 가운데 28석을 차지해 제1당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는 과반수 획득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결과였다.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부 지사가 이끄는 ‘오사카유신회’가 부의회에서 반수를 훌쩍 넘겨 의석을 확보한 것에 견주면 초라해 보일 정도다. 24일 선거에서는 3곳에 시장 후보를 냈으나 모두 낙선했다. ‘주민세 10% 감면’ 공약을 내세우는 조건으로 공천·추천을 한 각지의 지방의원 후보 가운데도 당선자가 23명에 그쳤다. 아이치현의 중의원 보궐선거에도 후보가 출마했지만, 큰 표차로 자민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이로써 감세일본의 세력은 나고야를 크게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이는 무엇보다 가와무라 시장이 주창하는 감세정책에 대한 공감이 널리 확산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가 재정 사정이 매우 나쁜 가운데, 대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증세가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감세 주장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따지고 보면 감세론 자체가 1980년대 미국·영국에서 그럴듯하게 유행했다가 실패한 철 지난 논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와무라 시장이 지방의원의 보수와 관련한 중요한 문제제기를 했고, 큰 변화의 단초를 마련한 것은 분명하다. 나고야 시의회는 27일 정례회의를 열어 연간 1600만엔(약 2억1000만원)에 이르던 의원 보수를 5월부터 딱 절반인 800만엔으로 줄이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새 의원 보수는 일본의 19개 정령지정도시(상당한 자치권을 갖는 인구 50만명 이상의 도시) 가운데 가장 적은 액수다. 물론 잠정적인 액수다. 감세일본은 항구적인 삭감을 주장했으나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까닭에 좀더 연구를 거쳐 적정 수준을 다시 설정하자는 민주·자민당 안을 받아들였다. 나고야 시의회는 시민과 전문가로 구성된 제3기관을 설치해 적정한 의원 급여 수준을 6월까지 결정할 예정이다.
나고야 시의원들의 보수에서 보듯, 일본 지방의원들의 보수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다. 연평균 750만엔가량인 도쿄도민 가계소득의 갑절을 넘는다. 게다가 지방의원들은 의원직을 떠난 뒤에도 거액의 연금 혜택을 누리기까지 한다. “의원들은 자원봉사자여야 한다”는 가와무라 시장의 주장이 어떻게 받아들여졌든, 거액의 보수를 확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는 주민 다수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가와무라 시장이 주민세 감세 조례안을 거듭 부결한 시의회를 해산으로까지 몰고갈 수 있었던 동력이 바로 여기에서 나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치활동에 돈이 필요한 의원들의 보수가 지나치게 적으면 정치자금의 흐름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현재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상태를 보면, 의원의 정수 및 보수 삭감 주장은 큰 공감을 얻을 만한 근거가 충분하다. 실제 나고야 시의회의 결정은 다른 지역으로도 퍼져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다음 창끝은 보수 수준이 높은 공무원을 향하고 있다. 역시 특혜는 철폐되고, 고통은 분담돼야 한다. 정남구 도쿄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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