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8.30 19:21
수정 : 2012.08.3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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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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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6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도전자인 공화당은 허리케인 속에서도 전당대회를 강행하고 있다. 지난 28일 공화당이 내놓은 새 강령을 보면, 교조적이라고 느낄 만큼 공화당의 보수·우경화가 짙어져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화당은 어떤 경우에도 세금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오바마케어(건강보험 수혜자를 확대하는 정책)와 도드-프랭크 법(금융규제법)은 폐기하겠다고 천명했다. 또 불법이민자와 총기소유권, 낙태 같은 사회이슈에도 강성 정책을 예고했다.
현재 공화당의 이념적 주춧돌을 놓은 인물은 1980년 취임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공화당은 정책 면에서 레이건 이후와 많이 달랐다. 1960년대 공화당 의원들은 메디케어(노인층 건강보험)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건강보험) 입법에 적극적이었고, 1970년대 초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세금을 인상하고 전국민 의료보험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감세는 경제의 만병통치약이고, 정부는 해결사가 아니라 문제의 원인이라는 ‘이념’이 레이건 이후 공화당을 지배하면서 근본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감세가 경제성장에 효험을 보일 것이라는 주장은 경제이론에서 검증되지 않았지만, 공화당은 이를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내세운다. 레이건 때만 해도 재정적자 삭감 대책으로 증세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공화당은 미국 경제를 절벽으로 내몬 막대한 재정적자 상황에서도 요지부동이다. 이런 여건에서 대규모 감세를 지속하면 재정 여건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런 공약에 매달리는 것은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에 너무도 매력적인 구호이기 때문이다. 과거엔 좌파가 교조적이란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요즘엔 우파가 교조적 이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도 속을 들여다보면 이런 배경에서다.
28일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공화당 내에서 온건파로 분류됐다. 그는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 메디케어 수혜자를 확대했으며, 효율적인 정부 규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달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지지도에서 밀리는 양상이 나타나자, ‘보수파의 적자’ 폴 라이언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하면서 강경우파와 손을 잡았다. 라이언은 강력한 재정긴축과 대규모 감세를 핵심으로 하는 예산안을 초안한 바 있어 레이건의 이념을 잇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롬니도 결국 유권자들을 현혹할 수 있는 보수 이념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
유력 정치인의 이런 행태는 한국에서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재정건전성을 무시하며 복지를 하는 것은 반대라며 세출 효율화와 세원 투명성 강화를 통해 27조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정도 돈으로 우리나라가 당면한 복지 욕구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박 후보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임에도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재원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 복지는 거짓말이라는 진리를 이제 유권자들도 차츰 깨달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박현 워싱턴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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