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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0.11 19:15 수정 : 2012.10.11 19:15

박현 워싱턴 특파원

케이스트리트를 비롯한 미국 수도 워싱턴 시내의 한복판엔 싱크탱크와 로비단체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이곳에선 하루에도 10차례 이상의 각종 세미나와 발표회가 열린다. 주요 행사만 챙기려 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적지 않다.

여기에는 관련 전문가는 물론이고 정책당국자들도 참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곳에서 생산되거나 토론된 정책 대안들은 미국 정부의 정책에 많은 참고가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인적 네트워크다. 싱크탱크·로비단체 인사들이 행정부나 의회로 진출하고, 이들이 다시 단체로 이동하는 회전문 인사가 일반화돼 있다. 싱크탱크·로비단체와 행정부·의회가 거의 한몸 덩어리가 돼 굴러가는 구조인 셈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곳에서 한반도 관련 행사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임한 지 2개월 반이 됐지만 주요 싱크탱크가 한반도 이슈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것을 보지 못했다. 아시아를 다루는 행사에서는 주로 중국과 일본이 주제로 등장했다. 다른 주제에 섞여 간혹 한반도 이슈가 다뤄지긴 하지만 주로 보수파의 견해를 대변했다. 한국 정부가 자금지원을 하는 한미경제연구소(KEI)는 유일한 한국 싱크탱크라 할 수 있는데, 주제가 경제 문제나 북한 인권 문제에 치우쳐 있었다.

거의 유일하게 다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지난 9월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가 법륜 스님을 초청한 행사였다. 당시 법륜 스님은 한·미 정부의 대북정책의 한계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강연을 했다. 미국인 청중들은 매우 큰 관심을 보였고 질문도 많이 했다. 서울에선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이 일주일에도 몇 차례씩 여는 이런 행사가 워싱턴에선 가물에 콩 나듯 있는 게 너무 아쉬웠다.

이 문제가 더 절박하게 느껴지는 것은 현재 워싱턴에서 대북 협상파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 만큼 온건파의 입지가 좁아져 있기 때문이다. 한 미국인 한반도 전문가는 내게 “2008년 크리스토퍼 힐 전 6자회담 수석대표의 퇴장 이후 대북 협상파는 설 자리를 잃었다”고 말했다. ‘북핵 20년’의 역사에서 협상으로 얻은 게 없다는 게 민주·공화 양당뿐만 아니라 싱크탱크의 전반적인 분위기라는 것이다.

올해 한국 대선이 끝나면 내년부턴 대북 화해무드가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들을 많이 한다. 그런 기대가 일부 현실화될 수는 있겠으나, 한반도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워싱턴의 이런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다면 많은 변화를 바라기는 어려울 것이다. 남북관계도 결국은 북-미·미-중 관계의 큰 틀 속에서 제약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인 존 페퍼도 이런 견해에 동의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지속되는 대표적 이유로 그에 대한 압력의 부재를 꼽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대북 협상의 결과를 자신할 수 없기 때문에 정치적 리스크를 지기 싫어한다. 그런 상황에서 그에게 현재의 대북정책을 바꾸라고 압력을 넣는 곳이 어디에도 없다. 코리안-아메리칸 커뮤니티도, 미국의 기업계도 그런 압력을 넣지 않는다. 단지 북한만이 핵실험이나 위성 발사 등으로 압력을 넣고 있을 뿐이다.” 한국에서 정권 교체의 필요성과 함께, 한국 시민사회의 ‘오큐파이 워싱턴’이 필요한 이유다.

박현 워싱턴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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