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05.01 19:01 수정 : 2014.05.01 19:01

박현 워싱턴 특파원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선 여전히 핵실험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로 억장이 무너져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또 다른 근심거리다.

만약 이번에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북한이 얻는 것과 잃는 것은 무엇일까. 핵실험은 핵무기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북한은 그보다 훨씬 더 큰 것들을 잃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슬픔에 잠긴 우리 국민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입히는 행위가 될 것이다. 이는 ‘남북은 하나’라는 가슴속 깊이 새겨져 있는 우리의 믿음에 금이 가게 하는 것이다. 또 북한이 바라는 북-미 관계 정상화의 길은 더 멀어질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대화 재개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다.

북한 쪽은 나름대로 대화 재개 노력을 했으나 허사였다고 주장할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6월 미국에 북-미 고위급 회담 재개를 공식 제안했다. 그러나 1년이 다 돼 가도록 미국 쪽은 냉담한 반응만 보이고 있다. 북한 쪽으로선 핵실험을 하면 추가 제재로만 대응하고, 핵실험을 자제하면서 대화를 제안해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미국이 미울 것이다. 핵무력을 증강하는 것만이 생존하는 길이라고 믿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대화 재개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고, 살릴 수 있다고 믿는 쪽이다. 우선,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그의 외교정책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합리적인 부분도 적지 않다.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이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달리 군사 옵션을 사용하지 않았다. 또 이란과는 외교적으로 핵 문제를 풀려고 하고 있다. 백악관이 중동과 동유럽에 신경 쓰느라 당장 북핵 문제까지 다룰 여력은 없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시각이다.

여기에다 미국이 방관하는 사이 북한의 핵능력이 증강되면서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도 대화파의 목소리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북한이 하기에 따라서는 이런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반면에 이런 시점에서 핵실험을 하게 되면 역효과를 낼 것이다. 핵실험을 하면 어쩔 수 없이 미국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리라는 판단은 올바르지 않다. 3차 핵실험 때도 이는 경험한 바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것이 옳든 그르든 자기 신념과 원칙이 매우 강한 인물이다.

둘째, 북한 쪽이 대화 재개 노력을 충분히 했는지에 대해서도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워싱턴 유수의 싱크탱크에서 동북아 문제를 연구하는 인사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언론에도 자주 등장해 이름만 대면 금방 알 수 있는 이 인사는 북한의 북-미 고위급 회담 제의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알았는데 잊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그는 김정은 체제가 2·29 합의를 파기하고 미국 본토에 대한 핵위협을 했다면서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하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워싱턴에 지배적으로 깔린 시각이다. 북한은 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이 사례는 또 북한이 이른바 유화 공세를 펼쳤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쪽한테는 미흡했음을 시사한다. 이란의 경우 최고 지도자급에서 대화를 제안하고 유엔까지 방문했다. 전략적 불신이 존재하는 국가들 간에는 최고 지도자급에서 말과 행동을 보여주는 게 최상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대화 재개를 위한 첫 단추는 오바마가 원하는 억류자들의 석방이다. 그리고 핵실험을 중단하는 것이다. 그렇게 일관성 있는 태도를 유지하면 기회는 분명히 올 것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이 무산된 데 이어, 이란 핵협상과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단락될 수 있는 올여름쯤에는 백악관도 북한에 눈길을 돌릴 여유가 생길 수 있다.

박현 워싱턴 특파원

hyun21@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특파원 칼럼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