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5.29 18:43
수정 : 2014.05.2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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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연철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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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주변의 바다는 들끓고 있다. 중국의 행보는 거침없다. 지난해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더니 최근엔 베트남 근처 남중국해에서 석유시추 작업을 벌였다. 이 와중에 2명의 중국인이 숨지고, 베트남 어선이 침몰했다. 중국의 행위는 즉흥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준비 끝에 실행된 기미가 짙다.
우경화 일로를 걷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중국이 무력이나 강압으로 정세를 바꾸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중국에 맞대응했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는 정상들이 만나 중국에 공동 대응하자고 뜻을 모았다. 미국의 부추김이 갈등 격화의 배후로 지목되는 가운데 아시아 여러 나라들은 해양 주도권 확보에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이 와중에 한국에서는 세월호 침몰이라는 희대의 참사가 벌어졌다. 대통령은 해양경찰청 해체를 대책이라며 내놨다. 사고 시작부터 끝까지 해경이 저지른 죄야 굳이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드러난 것만으로도 철석같은 증거는 산과 같다.
그러나 해경 해체라는 극단의 처방은 “이게 정말 최선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동아시아 바다 갈등의 한 축으로 지목받는 중국에서 느끼는 의문은 더욱 크다. “해경의 구조 업무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이유로 해체를 선언한 대통령의 발언엔 세월호 선장을 향해 “살인과도 같은 행태”라고 한 말에 배었던 분노의 냄새가 난다. 대책이라기보다 질책으로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대통령은 해양 구조와 구난 경비 분야는 국가안전처로, 수사와 정보 분야는 경찰청으로 넘기겠다고 했다. 국가안전처는 아직 실체가 없는 조직이다. 수장이 누가 될지, 기능이 어떻게 되는지조차 정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에서 보듯 좁은 인재풀과 치명적인 검증의 허술함을 보여온 청와대의 속성상 상당한 시일이 걸릴지 모른다.
게다가 정부조직 개편은 국회 의결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당장 6·4 지방선거와 한달 뒤 치러질 미니 총선급의 7월 재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정부조직 개편안의 향방은 누구도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벌써 정부조직 개편안은 대통령 발표 일주일여 만에 틀이 바뀌면서 졸속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해경 해체로 인한 독도 경비, 황해 불법조업 단속,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비, 해양오염 방제 업무 등 한국의 바다 안보 공백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조직이 개편되더라도 해양 돌발사태에 대한 신속성과 기동성은 현저히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많다.
세월호 침몰 이후 공황에 빠진 대통령과 정부는 눈앞의 분노 피하기에 급급해 소용돌이치는 동아시아 바다의 정세를 보지 못한 게 아닐까. 혹시 ‘지금까지는’ 과히 나쁘지 않은 중국과의 관계를 맹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중국은 최근 펴낸 ‘2014년 국가안전연구보고’에서 “한국과 중국은 황해에서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 설정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양국은 현재 적당한 묵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그야말로 ‘묵계’일 뿐이다. 대국굴기를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는 중국과의 분쟁은 잠복한 문제다. ‘잃어버린 10년의 박탈감’을 해소하고자 우경화의 길을 걷고 있는 일본과의 독도 분쟁은 엄연히 현재 진행형이다. 국제 사회가 ‘으리으리한’ 의리가 아닌 ‘쩨쩨한’ 이익에 따라 조변석개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국제 정세를 고려하지 않은 대책은 우물 안의 개구리를 떠올리게 한다. 서해에선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이 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성연철 베이징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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