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6.12 18:25
수정 : 2014.06.1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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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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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로비단체들이 밀집해 있는 워싱턴 케이(K)스트리트 인근에 있는 한 건물엔 미국 군사·안보 전문가 100여명이 몰려들었다.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에서 열린 ‘2014년 미사일방어(MD·엠디) 콘퍼런스’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참석자들은 주로 미국 국방부의 전·현직 고위 관료 및 전·현직 군 장성 등 군 인사들과 싱크탱크·방산업체·정보기관 인사들이었다. 행사 주관은 싱크탱크가 했지만 엠디 무기체계를 개발·생산하는 방산업체인 레이시온이 후원사로 참여했다. 행사에 소요되는 비용은 레이시온이 부담했다는 얘기다.
이들은 엠디 체계의 개발 방향과 함께, 미국 본토 및 아시아·중동·유럽 등 3개 지역에 대한 배치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미국 본토 및 아시아 지역 엠디 배치의 주요한 근거로 거론됐다. 일부 전문가는 한-미-일 엠디가 통합되는 것이 북한의 위협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방어가 될 것이라면서 한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의 주권이나 중국의 반발 등은 애초 이들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패널들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엠디 예찬론자들이었다.
이날 행사를 보면서 머릿속에서만 그리고 있었던 이른바 ‘군산복합체’의 실체를 체감할 수 있었다. 군산복합체는 정부와 군, 방위산업체, 학계의 상호의존 체계를 말한다. 미국의 경우 군은 방산업체에 군사기술을 이전해 군수산업을 육성하고, 방산업체는 군에 첨단무기를 그리고 정부한테는 정치자금과 세금을 제공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외국의 무기시장을 개척해 주는 구실을 한다. 의원들은 지역구에 군수공장 유치 또는 확장을 위해 방산업체를 지원하는 예산 편성에 적극적이다.
제임스 위너펠드 미국 합참 차장이 이 행사에 직접 참석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첨단 엠디 체계를 추가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전날 미 국방부 관리들이 <월스트리트 저널>을 통해 배치 검토 지역은 한국이고, 무기는 ‘고고도 미사일 요격 체계’(사드·THAAD)라는 정보를 흘린 뒤에 나온 발언이었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엠디 참여 압박은 미국 군산복합체의 요구가 배경에 깔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공교롭게도 이 행사를 전후로 미국은 한국의 엠디 참여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의회는 국방부에 한-미-일 엠디 협력 강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고, 주한미군 사령관은 사드의 한국 배치가 검토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또 미 국방부의 담당 국장은 한국이 사드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의문이 드는 것은 왜 하필 지금 이런 호들갑스런 압박이 진행되는지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재연기와 관련지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이 국방예산을 삭감해야 하는 재정적 난관에 봉착한 가운데 전작권 전환 재연기에 사실상 합의해 준 만큼 그 대가로 한국에 엠디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는 10월 전작권 전환 재연기 최종 확정을 앞두고 한·미는 현재 전환 시기와 조건을 놓고 물밑 협상을 한창 진행중이다. 미국은 일차적으로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그다음에 사드 등 첨단 엠디 구입을 요구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이런 일이 현실화된다면 우리는 엄청난 후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이라는 거대 국가를 적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작권 전환 재연기라는 결정도 잘못된 터에 미국의 엠디 체제 편입이라는 덤터기까지 써야 하는 상황은 정말 받아들이기 어렵다.
박현 워싱턴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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