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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7.24 18:27 수정 : 2014.07.24 18:27

박현 워싱턴 특파원

요즘 미국 워싱턴에서 북한과 관련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예측 불가능’이란 단어다. 정책 당국자들과 싱크탱크 전문가들은 북한의 일련의 행동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다음 행보는 어떤 것일지 종잡을 수가 없다고 토로한다.

이들은 주요 권력기관장들의 잦은 교체와 장성택 처형 사건, 2·29 합의 파기와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초청 번복 등을 그 근거로 든다. 최근엔 남한에 대화 제안을 하면서 동시에 미사일 발사를 하는 점도 거론한다. 심지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이 그립다는 말까지 나온다. 당시엔 북한의 행동에 일정한 패턴이 있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뜻에서 나오는 말이다.

이런 ‘예측 불가능’은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 체제엔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이다. 국내적으론 권력을 다지는 효과를, 대외적으론 새 지도자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일종의 위협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역효과도 만만치 않다. 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 외교는 대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한·미와 관계 개선을 하는 데 역점을 뒀다. 그러나 미국의 완고한 태도에 부딪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한·미와 관계 개선도 안 되고 최대 우방국인 중국과의 관계도 소원해지는 형국에 처했다. 일·러와의 외교에 박차를 가해 돌파구를 열고자 하나 대안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선 미국을 설득해 협상장으로 이끌어내는 게 관건인데, 미국은 ‘예측 불가능’이란 자체 평가를 협상을 거부하는 주요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당국자들은 북한의 실세가 누구인지, 일련의 행동의 메시지가 뭔지 모르겠다고 주장한다. 협상장에 나갔다가 비핵화 협상을 하는 게 아니라 북한이 핵군축 협상을 하자고 나올 수 있다고 의심한다. 미국이 대화를 거부하고자 일부러 이런 점을 강조하는 측면도 적지 않겠지만, 어찌 됐든 북한으로선 이를 넘어서야 한다.

한 전문가는 내게 이런 얘기를 해줬다. “미·중 고위급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아주 깊은 부분까지 의견을 나눈다. 그런데 최대 우방국인 중국마저 북한을 불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뭘 믿고 협상에 나설 수 있겠는가. 북한이 미국과 대화 통로를 열려면 역설적으로 먼저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하는 게 필요하다.” 또 다른 전문가는 오바마 행정부가 대화에 나서려면 정치적으로 의회와 유권자들을 설득할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얀마는 내부 개혁에 나섰고, 이란은 최고위층에서 직접 핵협상 의지를 보여 미국이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에선 이런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미도 마냥 방관만 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최근 미사일 발사를 하면서 동시에 대화도 제안하는 북한의 행동들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화전양면’ 전술이라는 식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과거와 달라진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시험 성공 이후 강한 자신감에 차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행동들은 이런 자신감의 발로라는 얘기다. 자신감은 국가를 운영하는 데서 중요한 덕목이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불안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이미 한계를 노출한 ‘전략적 인내’라는 무책임한 방관 정책을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입만 쳐다보고 있을 게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북한 지도부에 ‘다른 길’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이런 관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박현 워싱턴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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