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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7.31 18:22 수정 : 2014.07.31 18:22

성연철 베이징 특파원

바야흐로 휴가철이다. 시간을 쪼개 중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낯설고 황당한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얼마 전 산시(산서)성 다퉁을 여행할 때다. 다퉁은 위·진·남북조 시대의 유산인 윈강석굴과 절벽에 매달린 절인 쉬안쿵쓰(현공사) 등으로 유명한 관광지다. ‘고도 시안(서안)보다 볼거리가 풍부하다’는 이곳에는 수많은 여행객이 몰린다.

밤 기차에서 내려 쉬안쿵쓰행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1시간 남짓 달렸을까. 갑자기 버스가 길가에 멈춘다. 기사가 “쉬안쿵쓰에 갈 사람들은 내리라”고 한다. 어리둥절했지만 승객들은 버스 옆에 대기하고 있던 ‘헤이처’(불법영업택시)에 옮겨 타야 한다. 승객들은 헤이처 기사에게 1인당 20위안(약 3500원)을 추가로 건넨다. 헤이처를 타고 20여분을 더 달려서야 쉬안쿵쓰에 다다른다. 연휴나 휴가철이면 관광객들이 100m 이상 장사진을 이룬다는 명소를 연결하는 노선버스가 없는 것도 당혹스러웠지만, 구간을 나눠 이권을 챙기는 체계적인 ‘삥땅’ 구조는 더욱 놀라웠다. 쉬안쿵쓰를 보고 나올 때도 고스란히 이런 경로를 되밟아야 했다. 버스와 헤이처 기사가 암암리에 완벽한 공생 구조를 구축해 두고 있는 셈이다.

다퉁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한 지인은 최근 상하이에서 기차를 타고 밤늦게 베이징 남역에 도착했다. 택시 승강장엔 이미 승객들이 수십m 줄을 서 있었지만 심야라 택시는 뜸했단다. 막막했던 그에게 누군가 다가와 웃돈을 주면 택시를 잡아 주겠다고 했다. 돈을 받은 호객꾼은 당당히 역 교통 담당 직원에게 부탁해 먼저 들어오는 택시를 빼돌렸다. 지인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엄연한 교통정리 공무원이 흥정꾼과 짬짜미해 택시를 주선해주는 걸 보고 놀랐다”고 했다. 두 사례 모두 지방 관리들의 묵인이나 개입이 없이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이었다.

드디어 중국에서 부패의 호랑이라고 불리던 저우융캉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낙마했다. 불과 2년여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사법, 공안 분야를 좌우했던 인물이다. 취임 뒤 1년 반 동안 “부패에 관한 한 호랑이와 파리를 막론하고 모두 잡겠다”고 공언해 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대 성과다. 저우융캉은 1949년 중국 건국 뒤 65년 만에 처음으로 부패 혐의로 ‘아웃’되는 최고위직인 탓에 중국 정치사에서도 한 획을 그을 사건으로 기록될 터다.

하지만 부패 척결이 속도를 낼수록 정치적 목적에 대한 의혹의 눈길도 늘고 있다. 시 주석이 향후 8년여 집권 기반을 닦으려 반대파를 솎아내고 그 자리를 속속 측근들로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저우융캉을 포함해 7월 초 낙마한 쉬차이허우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 그리고 유력한 다음 낙마 예상자인 링지화 통일전선부장은 모두 시 주석 집권에 잠재적 위협이 됐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 우호 세력이다. 반부패 드라이브가 권력투쟁의 일환이라는 의구심 섞인 해석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근거다. 중국의 저명한 인권활동가인 후자는 “이는 근본적인 부패 청산과 상관없는 권력투쟁”이라고 말한다.

저우융캉 낙마는 시진핑의 부패 척결에 있어 빛나는 꼭짓점이자 진정성을 가늠할 전환점이 될 것이다. 저우융캉 이후 반부패 정책이 제도화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또 하나의 ‘권력층만의 공중전’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저우융캉 처리 뒤에 공직자 재산 공개와 같은 제도적인 틀을 마련해, 다퉁과 베이징 남역의 사례처럼 서민을 좌절시키는 풀뿌리 부조리까지 걷어낸다면 그 반대일 것이다. 저우융캉 조사 발표는 부패 척결에 관한 시진핑의 ‘진심’을 확인할 시간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저우융캉이 마침표일지, 쉼표일지 주목되는 까닭이다.

성연철 베이징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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